여행기/국내

여수 엑스포 기차여행을 떠나다 ( 2 )

朱雀 2010. 7. 12.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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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30분쯤에 일어나 아침을 먹었다. 아침은 도시락이었다. 간단한 아침을 먹고 해랑 열차를 나서니, 비는 그치고 휘뿌연 안개가 여수역 근처 산과 들을 휘감고 있었다.

 

여수역을 빠져나와 보니, 여수 곳곳은 2012년 엑스포를 대비해 여기저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금은 여수 엑스포 당시의 상황을 어제 설명을 들은 대로(그리고 나중에 홍보관 등을 볼 때) 머릿속으로 그리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첫 번째 목적지인 향일암을 가기 위해 선착장을 찾았다. 그곳엔 여러 대의 배들이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장마였지만 다행히 하늘이 보우하사 우리가 여수에 도착할 쯤엔 거의 그쳐 있었다. 한가지 재밌었던 것은, TV에서 영상으로만 보던 ‘거북선’ 모형이 여수 앞바다에 두둥실 떠 있는 모습이었다.

 

민족의 성웅이신 이순신 장군의 채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배가 출발하고 시원하게 물살을 가로질렀다. 도시촌놈은 어쩔 수 없는 게, 맨날 차만 타고 이동하다가, 배를 탈 일이 생기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이었다.

우연히 함께 배를 탄 다른 승객이 ‘우린 너무 타서 지겹다’라고 했지만, 나로선 더할 나위없이 상쾌한 기분이 드는 순간이었다. 장군도를 지나 고기를 낚기 위해 애쓰는 어부의 모습은 그이의 사정과 상관없이 나에겐 평화로운 광경으로 비추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떤 이는 장마탓에 희뿌연 안개가 사방을 자욱이 덮은 것을 아쉬워 했지만, 나는 그것 나름대로 운치가 있어 좋았다. 아직 건설 중인 돌산 2 대교는 안개에 가려 나름 신비함이 더해보일 정도였으니까.

 

마치 드라마나 영화에서 등장할 법한 하얀 등대와 관광객들에게 먹이를 달라고 아우성치는 갈매기떼를 보면서, 모두들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가 있어서 존재하고 살기위해 아우성을 치는 것인데, 감상적인 관광객의 입장에선 그저 새롭고 즐거움이 느껴지는 풍경일 뿐이었다.

 

한 40분쯤 탔을까? 우린 목표인 향일암을 향해 배에서 내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전에 정보없이 걸어간 나로선 죽을 맛이었다. 누군가는 지난번엔 더 긴 길이었다고 하는데, 처음 와본 입장에선 이것도 힘들었다. 장마철 특유의 덥고 축축한 날씨는 마치 사지를 잡고 질질 잡아끄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최소 60도 이상은 되어보이는 언덕길은 보기만 해도 짜증이 밀려올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 사이사이로 관광객을 유혹하기 위해 나와서 애쓰는 그것 자체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마을 지나, 바위와 절벽 사이로 나있는 길을 지나는 기분은 사뭇 새로웠다.

그냥 돌계단만 있는 게 아니라, 바위를 뚫고 지나가고, 파란 이끼가 껴 있는 바위사이로 물방울이 떨어지며 외부인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신비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힘들게 올라간 정상에선 많은 이들이 불공을 드리기 바빴다. 거기엔 거북이 모양의 돌들이 바다를 향하고, 연리지가 되어버린 나무가 우릴 반기고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마주친 달팽이 한 마리는, 일행이 말한 것처럼 ‘산신령’이라 해도 믿겨질 만큼 크고 오래산 것처럼 보였다.

 

덥고 습한 날씨로 올라가는 것이 힘들었지만, 늘 정신 없는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을 느끼고 하고, 내 삶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준 멋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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