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구마준은 왜 신유경에게 집착하는가? ‘제빵왕 김탁구’

朱雀 2010. 7. 1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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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방송된 <제빵왕 김탁구>에선 신유경에게 집착하는 구마준의 모습이 내내 포착되었다. 구마준은 심지어 어제 방송에선 신유경에게 ‘너 네 여자해라’는 애정과 욕심이 점철된 대사를 내뱉으며, 그녀를 향한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구마준은 신유경에게 집착하는 것일까?

 

구마준의 회상신에서 등장하지만, 신유경은 구마준의 속마음을 읽어낸 최초의 사람이다. 구마준은 원래 태어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러나 어머니 서인숙의 욕망(거상가를 이을 아들을 낳겠다)으로, 불륜을 통해 얻어낸 자식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구일중의 아들이 아닌데다 삐뚤어진 욕망으로 태어난 그는 행복할 수가 없다. 게다가 그는 어린 시절 우연한 사건으로 자신이 구일중의 아들이 아니라, 한승재 비서실장의 아들이란 사실까지 알고만 비운의 인물이다.

 

허나 그는 자신의 그런 심중을 누구에게도 비출 수가 없다. 그런데 어린 시절 어머니를 찾겠다고 나선 김탁구를 따라간 산청에서 만난 신유경은 그런 구마준의 속내를 꿰뚤어보았다.

 

그러나 신유경이 그에게 한말은 살가운 말이나 위로가 아니었다. 그의 상처를 후비고 헤집는 말이었다. 사실은 겁쟁이라거나, 김탁구에게 열등감을 느낀다는 그녀의 말은 가뜩이나 아픈 그의 마음을 후벼팠다.

 

그러나 동시에 동네건달들에게 돈을 빼앗기고 시장통에 앉아있는 그를 집으로 데려가서 해장국을 먹이고, 세상 다 산 눈으로 비오는 거리를 내려다보는 신유경의 모습은 이전까지 그가 볼 수 없었던 여자의 모습인지라, 너무나 자연스럽게 뇌리에 각인되었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뒤, 신유경과 다시 재회했을 때 구마준은 너무나 금방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다. 아름답게 성장한 그녀는 옛 기억을 떠올리게 했을 뿐만 아니라, 김탁구와 열렬히 사랑하는 그녀의 모습은 그의 잘못된 욕망을 꿈틀거리게 만들었다.

 

남들이 보기에 구마준은 태어날 때부터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인물이다. 그러나 사실 그의 삶은 별로 행복하질 않았다. 아버지는 (구마준이) 원치 않는 빵을 만들길 원했고, 할머니는 그를 괴롭혔다(물론 정당한 이유였지만, 어린 그가 보기엔).

 

게다가 어느날 갑자기 구일중의 자식이라고 튀어나온 김탁구는 내내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 아버지 구일중은 김탁구를 너무나 애틋한 눈길로 쳐다보고, 자상한 얼굴로 어루만져 주었다. 한번도 자신에게 보여주지 않은 그런 표정과 모습은 그의 열등감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그뿐인가? 12년만에 다시 재회한 녀석은 여전히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 12년동안 어머니를 찾아다니느라 공부도 제대로 못한 그를 팔봉선생과 양인목과 양미순이 모두 챙기자, 화가 났다. 그것도 부족해 12년 내내 오직 김탁구만을 기다려온 신유경의 모습은 그를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했다.

 

그래서 신유경이 운동권인 이유로 잡혀들어가자, 구마준은 김탁구에게 ‘자신이 빼낼 테니 2년간 만나지 말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물론 거기에는 구마준이 김탁구를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김탁구가 빵에만 매진해 2년 후엔 자신과 자웅을 겨룰 상대가 되길 바랬다(물론 결론적으론 자신이 형편없이 뭉개버릴 작정이다). 그리고 내내 드라마에서 표현되지만, 김탁구가 신유경을 만나지 못하는 시간동안 구마준이 신유경을 쫓아다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작정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구마준이 신유경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서로가 닮았기 때문이다. 신유경은 술을 파는 어머니와 술주정뱅이 아버지 사이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는 신유경을 거의 병신이 되지 않을 정도로만 두들겨 팼다. 그 상처가 얼마나 큰지, 성인이 된 지금도 어린 시절로 돌아가 아버지에게 맞는 꿈을 꿀 정도였다.

 

구마준은 상황이 좀 다르긴 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잘못된 욕망으로 태어난 그는 어머니의 과도한 보살핌아래 ‘한번도 행복’을 느껴보지 못했다. 게다가 김탁구만 아들로 인정하고, 자신에겐 별로 애정이 없는 구일중의 모습은 그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가 그토록 싫어하던 빵기술을 배우고, 팔봉선생을 찾아와 제자가 된 것은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그의 절박한 마음에서 기인한 것이다. 한번도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거나 다른 이와 마음을 나눠본 적이 없는 구마준은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가진 신유경에게 본능적으로 끌린 것이다. 이상이 내가 생각하는 구마준이 신유경에게 끌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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