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사이야기

살사댄스 파티에 오랜만에 가보다!

朱雀 2010. 9. 2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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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토요일 저녁 8시, 나는 압구정에 위치한 살사바 탑(TOP)에 가야만 했다. 이야기는 하루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요새 몸담은 살사동호회의 정기모임날 이었다.

 

“주작아.”

“네. 형?”

“내일 모해?”

“아 갑자기 귀가 안들려요. 왜 이러지?”

“주작아?”

“아~. 들리지 않아. 나는 귀머거리가 된건가?”

“뒤진다. -_-+”

“아하하하. 갑자기 잘 들리는 데요.”

 

형님이 나를 부른 이유는 한가지 때문이었다. 바로 오두만을 가진 탓이었다. 좋은 카메라 뒀다 구워먹지말고 써먹으라는 뜻이었다.

 

“우리 동호회 강사이신 사라샘이 내일 공연하는 거 알지. 동영상 찍어라.”

“동영상만요?”

“너 카메라는 열나 좋은 건데, 사진은 못 찍잖아. 동영상만 찍어라.”

“네. -_-;;;”

 

상황은 그렇게 정리되었다. 그래서 거의 몇 년만에 살사바에서 하는 파티에 가게 되었다. 나는 무거운 카메라가방을 낑낑 매고 압구정역 2번 출구에서 나와 쭈욱 대로를 따라 걸어가다가 오늘의 도착지인 탑바에 도착했다. 가보니 이미 꽤 상당한 인원이 몰려있었다.

 

“와우~”

 

듣기론 요새 살사를 즐기는 인구가 많이 줄었다고 했는데, 파티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모양이었다! 오! 살사바에서 처음 눈에 들어온 이는 백호였다! 동생인 몽과 함께 활동하는 백호는 국내를 대표하는 전문 인스트럭터중에 한명이다. 그는 국내 살사인중에선 우월한 키를 주무기로 현란한 개인기(?)를 선보이는 살세로이다!

 

“흑흑흑. 내가 백호샘 만큼 키가 좀만 컷다라면..”

 

그런 아쉬움을 묻고 사진을 한방 박았다. 역시 살사바가 너무 어두워서 잘 나오질 않았다.

 

“미안하다. 오두막아. 네가 정녕 주인을 잘못 만나 고생하는 구나. ㅠ_ㅠ”

  

그렇게 푸념을 하고 있는데, 살사바의 음악이 바뀌었다! 살사음악에서 라인댄스를 위한 음악으로 바뀐 것이다. 살사바는 이름 그대로 살사를 가장 많이 춘다! 그러나 살사만 추는 건 아니다. ‘마카레나’처럼 사람들이 줄 서서 춤추는 라인댄스도 추고, 두박자의 신나는 메렝게와 남녀가 바짝 붙어서 추는 바차타와 멋스러운 차차까지 즐긴다.

 

항상 라인댄스를 사람들이 춤출 때 느끼는 것이지만, 간지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복장이 좀 허술해도 라인이 길고, 춤을 좀 춘 사람들은 라인댄스를 출 때 정말 멋졌다.

 

“오! 주작 오빠. 오랜만이에요.”

 

칵테일 바를 보니 내가 잘 아는 살세라(‘살사를 추는 여성’이란 뜻)가 있었다.

 

“엥? 네가 거기 왜 있냐?”

“요새 알바중.”

“너 춤 안되니까 알바 하는 구나.”

“오빤 안 보는 사이에 살만 뒤룩뒤룩 쪄가지곤. 그래서 춤이나 추겠어요? -_-+”

“-_-;;;;;;;;;;;;;;;;;;;”

 

역시 ‘여자는 말로 해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고, 다시 살사바를 이곳저곳 누비는 데, DJ 박스에서 나를 불렀다.

 

“오, 주작님. 간만이에요.”

 

뒤를 돌아보니, DJ 리키와 더불어 국내 라틴음악계의 양대거성인 DJ 린넨이었다!

 

“왜 이렇게 오랜만이세요?”

“아! 요새 블로깅 하느라 살사를 좀 멀리하게 되었어요.”

“앞으론 자주 나오세요. 근데...”

“네? ^^ (뜨끔)”

“전엔 날씬하셨는데, 안보는 사이에 몸이 많이 부풀어 오르셨네요.”

“아. 네....-_-;;;;”

“살사 열심히 춰서 빼세요. 그럼 파티를 즐기세요~”

“넵...”

 

오랜만에 살사바에 와서 살쪘다고 놀림만 죽도록 당하면서 눈물을 흘릴 무렵, 누군가가 또다시 아는 척을 했다.

 

“오! 사라 누나!”

 

2008년 홍콩 살사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사라 누나는 오늘은 다른때와 달리 방송 댄스 공연을 할 참이었다.

 

“누나! 누나! 내가 사진 찍어줄게.”

“어”

 

사라누나의 표정은 굳어졌지만 나는 무시하고 사진을 찍었다.

 

“읔.”

“사진 봐봐.”

“여. 여기.”

“주작아.”

“응?”

“넌 그냥 동영상만 찍어라.”

“네...ㅠ_ㅠ”

 

그렇게 또 다시 사라샘에게 한소리를 듣고 바안을 살펴보니 어느덧 사람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탑바의 실평수가 약 100평 정도 된다고 하니, 최소한 400명 이상의 살사인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는 셈이었다.

 

그렇게 살사바 안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밤 10시가 넘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근데 놀라운 일이 생겼다! 바로 사회를 마리가 본 것이었다! 마리라고 하면 생소할지 모르지만 탤런트 문정희라고 하면 아실려나?

 

<연예시대> <에어시티> <천추태후> <오!마이 레이디>등등 영화와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미녀스타인 문정희는 올해로 살사경력이 11년차에 달한단다! 그냥 살사를 추는 정도가 아니라, 예전에는 살사 강사로 이름이 높았을 정도로 실력이 대단하다! 살사를 처음 배웠을 때, 문정희씨가 추는 것을 보고 그저 놀라웠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문정희씨가 사회를 보다니, 새삼 파티 주최자인 나오미의 인맥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공연은 맘보 꼬리안떼와 각&뮤즈 커플의 공연으로 이어졌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끼가 넘치는 각과 아름다운 뮤즈의 공연은 즐거웠다! 각의 별명은 말그대로 ‘각이 나온다’에서 지은 것으로 안다. 뮤즈는 다른 무용을 전공하지 않고 오로지 살사만 파서 성취를 이룬 드문 케이스로 알고 있다.

 

-맘보 꼬리안떼 공연팀

살사인들의 그녀의 손동작을 보면서 ‘손끝까지 감정이 실린다’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춤에 대해 많이 모르지만 내 눈에도 뮤즈와 각의 공연은 표정이 살아있고, 손끝까지 자신들의 기분이 실려있는 느낌이었다.

 



-각&뮤즈

공연을 보면서 놀란 것은 ‘쇼의 왕자’ 공연팀이었다. 살사가 아닌 공연을 살사파티에서 종종 본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완전히 벗어난 적은 처음이었다! 정말 웃기고 재치가 넘치는 코믹극 같은 공연을 보면서 살사인의 인식이 조금 바뀐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내가 살사바를 다닐 때는 살사인들은 살사이외의 공연은 별로 호응이 없었던 탓이었다.

 

-쇼의 왕자

다음은 CSA 공연팀이었다. 이 팀은 무려 11커플이 나와 무대가 부족할 지경이었다. 여기서 잠깐! CSA는 참피온 살사 아카데미의 준말이다. CSA의 설립자는 조대식-김정윤, 백호-몽 커플인데, 이들은 국내외 각종 대회를 수상한 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소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이름을 지은 것이었다.

 

사진에 보이는 여성은 백호의 파트너 몽인데, DJ 린넨과 부부사이로도 유명하다. 대학생때 처음 살사 동호회에서 몽이를 보고 한눈에 반한 린넨이 작업 끝에 연인이 되고, 몇 년 전 살사인들 앞에서 공개 프로포즈를 한 사연등은 지금도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다.

 

몽은 백호와 마찬가지로 우월한 기럭지를 이용한 시원시원한 라인과 파워풀한 동작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인스트럭터이다!

 

마지막으로 드디어 내가 찍어야 하는 사라샘이 등장했다! 사라샘은 나오미-미소년 등과 한팀으로 현아의 ‘체인지’와 비욘세의 ‘싱글레이디’ 춤을 췄다. 아까 사진 찍을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몸에 달라붙는 가죽(?) 레깅스를 입은데다, 탑을 입고 있어 섹시함을 더욱 진하게 풍겼다.

 

정신없이 파티를 보고, 돌아가려고 하는데, 사라샘이 옆구리를 푸욱 쑤셨다!

 

“야아! 주작! 벌써 가냐?”

“지하철 끊기기 전에 갈려고요. 저 돈 없어요. -.,-”

“으이고 화상아.”

“그 이야기 할려고 부른 거에요?”

“아니. 너 이거 블로그에 올릴 거지?”

“네 그럴 건데요.”

“그럼 우리 동호회 이번에 초급 모집하는 거 알지? 내가 강사니까 잊지 말고 그 말도 남겨라.”

“네 그럴께요.”

 

사라샘은 이번에 초급 2기를 모집하는데, 꼭 알려달라고 했다. 7주 강습에 겨우 2만원 밖에 받지 않는 강습이었다. 살사초급 강습은 대부분 저렴한데, 이유는 살사를 처음 듣는 이들이 경제적 부담없이 듣게 하고자 함이었다. 대신 그만큼 동호회와 강사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려야 했다.

 



-사라샘 초급 강습이 궁금하다면 클릭!!!

잠시 말이 나온김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살사 전문 강사와 관련 종사자들은 살사를 너무 좋아해서 이 일을 하게 된 경우가 많다. 원래 사라샘도 다른 일을 하다가 살사를 배우곤 너무 좋아서,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강사가 된 케이스다. 인스트럭터중엔 심지어 대기업을 다니거나 디자이너를 하다가 관두고 된 경우도 종종 있을 정도로 살사에 빠진 이들이 제법되었다.

 

“네 알았어요. 꼭 알릴께요.”

“응. 그래. 고마워.”

 

탑바를 나오면서 포스터를 다시 살펴봤다. 오늘 파티는 1만5천원이면 입장할 수 있다. 저녁 7시부터 온다면 최소한 다섯시간은 신나게 춤추고 간단한 다과와 음료를 즐길 수 있고, 1시간 짜리 공연에 나름 푸짐한 경품까지 받을 수 있는 걸 보면서, 새삼 얼마나 살사 관련 종사자들이 살사를 사랑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부디 모두 행복하시길!”

 

나는 혼잣말을 하면서 지하철역까지 걸어갔다. 한가위만큼 살사인들의 추석도 풍성하기를 기원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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