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독서의 즐거움

브이 포 벤데타 - 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朱雀 2009. 7. 2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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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ALAN MOORE (시공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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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런 무어의 <브이 포 벤데타>는 한 테러리스트의 이야기다. 그는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쓰고 항상 세익스피어 희극의 대사를 읊조린다. 허나 칼을 휘두르고 폭발물을 터트리고 사회혼란을 획책한다. 정권에선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인물이다.

이 책은 3차대전이후 파시즘으로 물든 영국의 가상 미래를 담고 있다. 앨런 무어의 <워치맨>이 그렇듯 말풍선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로 많은 대사와 그 글자보다 더 숨막힐 듯 채워지는 의미부여는 '만화책 아닌 만화책'으로 다가온다.

지난 10년간 우린 자유를 누리면서 다신 예전의 독재가 불가능하리라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지금의 대통령이 집권을 한지 불과 1년만에 10년 아니 20여년전 상황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자유는 공기와 같다. 누릴땐 그게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 빼앗기면 그제서야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게 된다. 자신을 브이라 부른 사내는 원래 실험실의 모르모트같은 존재였다. 어느날 그가 예기한 사고로 인해 자유를 되찾고나서야 삶의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이 작품의 위대한 점은 파시즘으로 물든 한 국가내에서의 인간들의 군상을 잘 그려냈다는 점에 있다. <브이 포 벤데타>는 노골적으로 자유를 찬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파시즘 국가의 면모를 예리하게 파헤쳐 냄으로서 자유민주주의가 얼마나 위대하고 소중한지 일깨운다.

물론 우린 브이의 방식에 찬동할 순 없다. 그는 정보를 교모히 바꾸고 사람을 유괴해 죽이고 심지어 여주인공 이비를 감금해 고문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평화시위만으로 과연 세상이 바뀔 수 있을까? 3.1 운동은 물론 훌륭한 정신을 지닌 비폭력 운동이었지만 문화 통치로 이름 바꾼 교모한 통치가 우리 민족을 기만했을 뿐이다.

작년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불태웠던 촛불 시위도 결국 명박산성에 의해 소통이 막힌 채 막을 내리고 말았다. 물론 촛불은 꺼진 것이 아니다. 그것이 다시 타오르기 까진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지 모른다.

브이는 자신의 개인적인 이유로 테러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 끝은 자신의 목적과 사회의 목적을 일치시킨다. 맘만 먹으면 그는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주인이 아니더라도 꽤 영향력 있는 인물로 행복하게 살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것을 버렸다. 과감히...

그는 세상 사람들이 누군지도 모른채 죽어 사라졌다. 허나 그의 정신만큼은 이비를 통해 그리고 다른 이들을 통해 계속 계승될 것이다.그것이 바로 우리의 자유의지이자 어떤 독재권력에도 꺾일 수 없는 정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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