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보석처럼 빛난 문정희의 연기력!, ‘마음을 자르다’

朱雀 2010. 10.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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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KBS 드라마 스페셜> 같은 단막극을 참 좋아한다. 말 그대로 단편으로 끝나기 때문에 여러 가치 참신한 시도가 많이 이루어지고, 단편이기 때문에 출연배우와 PD역시 부담이 적은 편이기에 더욱 멋진 작품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제 문정희가 주연한 <마음을 자르다>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남편을 떠나보낸 문정희가, 소방관이었던 남편이 사고에서 구해주고, 그것도 부족해 자신의 심장까지 준 어린 남자 임지규와 사랑에 빠진 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마음을 자르다>는 상당히 작위적이며 식상한 이야기였다. 우선 아이까지 딸린 여성이 이제 27살의 연하남과 로맨스가 생긴다는 설정자체가 여성 시청자들의 취향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정희의 멋진 연기력은 그런 작위적이고 진부한 설정의 이야기를 ‘울림이 큰 드라마’로 바꿔놓았다. 문정희에게 <마음을 자르다>의 윤선영역은 만만한 역할이 아니었다.

 

그녀는 너무나 사랑했던 남편을 뜻하지 않은 사고로 보내야만 한 여성이다. 게다가 그 사고를 일으킨 장본인이 남편의 심장까지 이식받아 밉기 한량 없었다. 마음의 짐을 덜어버리기 위해 자신을 찾아온 재우(임지규)를 몹시 떨떠름해 하는 그녀의 연기는 마치 현실처럼 느껴지게 했다.

 

겉으로는 자신앞에 나타난 재우를 못마땅해 하는 척 하지만, 속으론 ‘마음 편하게 살지’라고 혼잣말 하는 그녀의 모습은 속 깊은 선영의 마음씨를 나타나게 했다.

 

그러나 선영은 어리지만, 자신의 주위를 돌면서 항상 도움이 되고자 하는 청년 재우에게 점점 호감을 갖게 된다. 자신이 도둑 누명을 썼을 때, 나서서 도와주고, 세탁일까지 도와주는 남자. 남편처럼 특이하게 운동화끈을 매고, 자신을 볼때마다 심장이 뛴다는 그에게 선영은 복잡한 감정을 지니게 된다.

 

선영은 재우를 좋아하기에 난관이 많다. 우선 그는 남편을 죽게 했고, 남편의 심장까지 이식받은 사람이다. 따라서 그와는 엮이지 않는 것이 죽은 남편을 덜 생각하고 앞으로 살아가게 할 힘을 갖게 해준다. 허나 동시에 남편의 심장이 그의 일부분이 되어 뛰는 모습을 보면서, 자꾸만 죽은 남편을 떠올리게 되고, 마치 죽은 남편이 자신을 위해 그를 보낸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문정희는 선영의 미묘한 심리변화를 눈빛과 대사 그리고 행동을 통해 너무나 멋들어지게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하여 시청자는 자신보다 어린 20대 남성에게 호감을 느끼는 선영의 심리에 동의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감동까지 느끼게 되었다.

 

<마음을 자르다>를 보면서 놀란 것은 문정희의 폭 넓은 연기력 때문이었다! 문정희는 결혼한지 얼마 안되어 아직 아이가 없다. 그러나 극중에서 그녀는 오랜 시간동안 마치 아이를 길러본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이와 어울렸고, 정말 사랑하는 이를 보낸 것처럼 슬퍼하고, 때때로 그를 떠올리며 멍하게 있는 일상의 모습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문정희는 2006년작인 <연애시대>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데뷔는 그보다 이른 1998년 연극 ‘의형제’였다. 따라서 그녀는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연기자라 할 수 있겠다.

 

문정희는 현재 흥행중인 <해결사>의 홍일점으로 등장해 강한 인상을 주고 있으며, 문근영이 주연하는 <메리는 외박중>에 캐스팅 되었으며, 영화 <카페 느와르>의 주연을 맡아 개봉을 앞둔 것으로 알고 있다.

 

<마음을 자르다>에서 문정희가 보여준 연기는 왜 그녀가 브라운관과 영화를 넘나들며 주요 배역을 맡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준 것이라 본다. <마음을 자르다>는 보석처럼 빛나는 문정희의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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