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사이야기

살사 댄스, 다시 배워야 하나?

朱雀 2010. 10. 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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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살사동호회 ‘더 살사’에 가입하고 활동중이다. 명색이 선배랍시고 초보자들을 잡아줄 때가 많은데, 사실 나도 고민이 많다. 바로 1년이 넘도록 살사 댄스를 안 추고 살아온 까닭이다.

 

얼마 전 정기모임 때문에 탑바에 갔는데, 사라샘이 내 손을 잡았다. 순간 무척 당황했다. 아직 몸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탓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 동호회 사람들은 죄다 사라샘과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 저도 모르게 속으로 ‘아 새 됐다’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내 속도 모르고 DJ는 음악을 틀었고, 나는 정신없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오랜만에 춤을 춰서 긴장 되는데, 사라샘의 손까지 잡으니 뭘하면 좋을지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정신 없이 나름 패턴을 구사하는데, 뒤에서 지적질이 시작되었다. “야! 주작 너 스텝 이상하다” “박자 안 맞는 것 같은데!” 등등의 지적이 들어왔다. 설사가상으로 사라샘의 한마디가 나의 폐부를 찔렀다. “패턴도 이상하고, 박자도 안 맞는 것 같아”

 

아! 순간 내 머릿속엔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이 저절로 연주되었다. 아! 처음 살사를 배우는 우리 동호회 초보자들에 눈에 어떻게 비추었을지, 바에 있는 사람들은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오만 생각이 다 떠올랐다.-정작 살사바에 있는 사람들은 춤추기 바빠서 날 쳐다볼 이유가 전혀 없는데 말이다-

 

그렇게 자신감이 결여되어 살사바 구석이 콕 박혀 있을 무렵, 우연히 잘 알고 지내던 살세라 한분과 마주치게 되었다. 바로 ‘꿈신’이란 분이었는데, 이전에 캐치형 때문에 알게 된 사이였다.

 

누난 나보고 춤추자고 했고, 순간 움찔했다. “제가 오랫동안 살사를 안 춰서 잘 못춰요. 이해해주세요”라고 양해를 구하고, 나름 최선을 다해서 춤췄다. 그렇게 한곡이 끝나자 누나가 내 어깨를 톡톡 치며 말했다. “왜 박자고 잘 맞고 패턴도 괜찮더만. 마음 편하게 즐기라고” “고마워요, 누나” 나는 정말 눈물이 뚝뚝 떨어질 만큼 고마움이 철철 넘쳐흘렀다.

 

사실 나에게 춤이 이상하다고 지적해준 ‘더 살사’ 회원들이나, 괜찮다고 다독여준 꿈신 누나나 큰 마음의 차이는 없었을 것이다. 전자는 워낙 친한 사이고, 이제 동호회를 다시 시작하는 처지에서 좀더 내가 잘 추는 바라는 마음에 지적을 해준 것이고, 꿈신 누나는 오래간만에 만난 처지에 알던 애가 너무 축 처져 있으니 용기를 주려 한 것이리라.

 

그러나 막상 당하는 입장에선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이전에 살사의 남녀 비율이 1:3 이라고 한 적이 있다. 여자가 남자보다 월등하게 인구수가 많은 것은 그만큼 여자가 쉽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자는 팔로우의 입장이라 기본적인 신호와 패턴을 익히면 어느 정도까진 남자의 리드만으로 재밌게 출 수 있다. 반면 남자는 리드를 하는 입장이다보니 해야될 것이 많아, 초창기엔 그만큼 힘들다.

 

게다가 일반적인 경우 파트너 댄스는 남자가 여자에게 신청하는 기본 예의다. 심지어 동호회에서 초보 여성이라도, 선배 남성이 신청해 주는게 예의다. 이러다보니 나름 호남아라 주장했던 이들도 이곳에 와선 ‘내가 이렇게 째째한 사람인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라고 자기고백을 할 정도다.

 

하긴 잘 추지 못하는 입장에서 여성에게 손 내밀기도 어렵고, 어렵게 내민 손을 누군가 거절한다면 이것처럼 난감하고 민망한 상황도 없으니 말이다. 나 역시 살사를 어느 정도 췄을 때도 춤신청을 거절당해 몹시 기분이 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살사를 1년 이상 춘 남자들의 가슴에 ‘이루다 셀 수 없는 수많은 상처들로 가득’한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꿈신 누나의 말에 용기를 얻긴 했지만, 사실 스스로 느끼기에도 예전보다 살사 음악에 대한 박자감각이나 리드가 1년 전보다 못하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월드살사챔피언십 3연패 빛나는 올리버&루다 커플. 한때 올리버처럼 멋지게 춤추는 꿈을 꿔본 적이 있었다. -사진제공: 맥팬


살사도 운동의 일종인지라, 오랫동안 안하면 녹슬 수 밖에 없는 것이니까. 예전에 초보자들이 흔히 묻던 질문이 기억난다. “살사 얼마나 춰야 잘춰요?” 사실 그 질문처럼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 없다.

 

그럴 때 우린 흔히 태권도를 예로 든다. “태권도 배울 때, 어느 정도 될 때까지 매일같이 도장에 나가서 운동하지. 마찬가지야. 살사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 위해선 강습에서 배우고, 살사바에서 꾸준하게 해봐야해. 그렇게 몇 달이 쌓이면 어느 정도 추게 되는 거야”

 

‘1+1=2’처럼 명확한 답변을 원했던 입장에선 다소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겠지만, 사실 해줄 수 있는 말은 그 정도다. 살사 댄스도 몸으로 하는 운동의 일종이다. 게다가 여기엔 정해진 패턴과 신호 등이 있다. 그걸 몸으로 익히기까진 태권도에서 발차기 연습을 하듯이, 꾸준하게 몇 달 동안 연습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그리고 일정 수준에 진입했어도, 나처럼 오랫동안 멀리하고 살면 몸의 기억이 감퇴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이야 초심자들이 많지만, 조금만 지나면 다들 실력이 나아질 텐데 걱정이다. 나도 사라샘한테 일대일 강습이라도 몰래 들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사라샘 나 좀 강습좀 해줘!” “일대일 강습비는 좀 비싼 거 알지?” “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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