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현장취재-인터뷰

고려불화대전에 다녀오다!

朱雀 2010. 11.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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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블로거 기자단 자격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고려불화대전>에 다녀오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무척 이번 전시회가 끌렸던 것은 찬란한 고려시대의 불교문화를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는 촬영이 불가능한 곳을 찍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관람객을 맞는 것은 재밌게도 불화나 조각상이 아니다. 주사, 석록, 석청 등의 광물성 안료들이다. 그럼 이들이 오래된 재료냐고? 그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700년의 해후’라는 부제가 붙은 고려불화대전이 이들이 있는 이유는? 그렇다! 이들이 고려불화를 그리는 데 쓰인 안료이기 때문이다!

 

원석을 가루낸 뒤 맑은 아교물에 부어 여러 차례 거르는 방식으로 제작된 안료들. 이들을 사용해 바탕에 채색하고 다시 앞면을 채색하는 이른바 배채법이 교려불화의 특징이었다. 배채법은 깊은 색감을 살리고 안료가 떨어져나가는 것을 막아주어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날 우리가 고려불화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신비의 비법이었다!

 

 

그 자체가 불교의 궁극적 진리를 상징하는 법신불이나 어디에나 진리의 빛을 비추는 부처 비로자나불. 비로나자불은 <화엄경>과 화엄종의 주존이기 때문에 고려시대에는 융성한 화엄종 때문에 많이 그려졌을 것이라 추측되지만, 아쉽게도 현재 남아있는 수는 매우 적다고 한다.

 

 

석가삼존-십육나한도 : 구름을 탄 석가모니 삼존과 그 앞에서 공양하는 열여섯 명의 나한을 그린 작품. 석가모니불은 모두 금으로 칠하고 나머지 인물들은 금니를 사용했다.

 

 

아미타불이 오른팔을 내밀어 왕생자를 맞이하기 위해 다가오는 내영도 형식의 아미타불도. 눈썹과 귀에 그려진 세밀한 터치의 표형과 법의에 표현된 파도문, 운봉문, 연화당초문의 유려한 선묘가 인상적이었다!

 

 

아미타불과 관음보살, 세지보살이 구름을 타고 죽은 자를 맞이하러 오는 아미타삼존내용도. 손을 내민 아미타불의 모습에서 중생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질 정도다.

 

 

내영의 맥락이 가장 강하게 드러난 아미타삼존도. 아미타불의 이마에서 나온 빛이 왕생자를 감싸면서 그를 극락왕생의 길로 인도하고 있다. 정말 그림만 봐도 극락에 대한 당시의 염원이 느껴질 정도다.

 

 

각각 보현보살도-아미타불도-문수보살도. 이중 <아미타불도>는 고려에서 일본으로 건나간 불화다. 당시 삼존도가 유행했기 때문에, 이를 맞추기 위해 두 불화는 그려진 것이다. 근데 재밌는 점은 당시 아미타불도를 일본에선 석가모니불로 잘못 알려져서, 그의 협시인 문수보살과 보현보살과 함께 그려진 점이다!

 

 

부친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 왕과 왕비를 가두고 괴로워하는 태자. 그리고 이 모든 사실앞에서 괴로워하던 왕비를 위해 부처가 극락정토의 대한 설법을 한다는 내용을 관경서분상도.

 

 

보살들이 쌍을 이루어 대칭으로 배치되는 아미타팔대보살도 특유의 구도를 잘 보여주는 그림.

 

 

관음도 가운데 가장 많은 수월관음도. 관음보살이 바위에 걸터앉아 화면의 왼쪽 아래를 응시하며, 주위에는 대나무와 정병이 있고, 발아래에 선재동자가 법을 구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 일반적인 형태라고 한다. 위로는 깨달음을 추구하고 아래로는 고통 받는 중생을 구하는 수행자로서 어찌보면 부처보다 더욱 우리에게 가까운 존재라 할만하다.

 

 

관능미가 돋보이는 관음보살좌상. 오른쪽 무릎을 세우고 그 위에 오른팔을 자연스럽게 올려놓은 윤왕좌 자세가 눈에 띈다. 화려한 양식과 더불어 가늘고 긴 신체의 비율이 요새말로 ‘섹시’하단 느낌이 올 지경이다. 라마양식을 받아들이면서도 한국적인 미를 놓치지 않는 조각상이라 할만했다.

 

 

보는 순간 불자가 아님에도 합장하고픈 충동을 느끼게 만든 지장보살도. 지장보살은 모든 중생을 구제할 때까지 부처가 되기를 포기한 보살로 알려져 있다. 그런 탓인지 화려한 금니 장식에도 불구하고 왠지 더 없이 친근하고 성스러워보였다.

 

 

재밌는 것은 지장시왕도라고 해서 지장보살이 화려한 복장으로 여러 권속과 함께 있는 모습이었다. 항상 불교관련 설화등지에서 늘 혼자만 있던 모습을 뵈옵다가, 이런식의 그림으로 만나니 그 느낌도 새로웠다.

 

 

지옥을 다스리는 염라국의 시왕도. 진광왕-오관왕-염라왕-평등왕 순이다. 죄인을 엄히 다스리는 그들의 모습과 형벌을 받는 모습에서 지옥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전까지 ‘오백나한’이라고 하면 소림사를 떠올리기 일쑤였다. 나한이 수행 끝에 최고의 단계인 아라한과를 얻어 일체의 번뇌를 없애고 지혜를 얻은 성자를 뜻하는 말인지 몰랐다. 고려시대에 나한재를 개최한 목적은 나한의 신통력을 빌어 재앙을 물리치는 것이었다니. 왜 <아라한 장풍대작전>같은 영화가 최근에 제작되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이로써 대충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성황리에 개최중인 ‘고려불화대전’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우린 흔히 ‘유불선’이란 말을 내뱉을 정도로, 불교는 우리 문화에서 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숭유억불정책의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의 격동의 세월을 보내면서 우리가 단절되고 멀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려불화대전’은 시대를 뛰어넘어, 700년 전의 선조들이 고단한 삶속에서 부처와 보살들을 어떻게 모시고 현세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라 여겨진다. 신앙이 다르다고 하여 내칠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유산으로서 평안과 장수를 빌었던 그 시대의 마음을 오늘날 우리가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고려불화대전’은 오는 11월 21일까지 진행된다고 하니, 꼭 한번 찾아가보시길 추천하고 싶다. 평상시에는 보기 힘든 유물들이 국외에서까지 초청되어 왔으니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번에는 해외를 가야지만 볼 수 있는 유물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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