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부동산 계급사회인 대한민국, 대안은 존재하는가?

朱雀 2011. 3.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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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을 빼놓고 생활할 수 있을까? 기분 좋게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도중에 노인들께서 부동산 이야기로 열띤 토론(?)을 벌이고, 놀러간 유원지에서 중년 남성이나 여성들이 부동산을 화제로 이야기할 때마다, 갑갑함을 느낀다. ‘왜 이곳까지 와서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가?’라는 생각 때문이다.

 

송곳 꽂을 땅조차 없는 내 입장에서 부동산은 뜬구름같은 이야기지만, 동시에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부동산 없이는 은행에서 융자도 불가능하고, 해마다 되풀이되는 전세대란 등을 보면 그건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갑갑함에 다소나마 벗어나고자, 지난 12일 공덕 한겨레 사옥으로 향했다. <부동산 계급사회>를 쓴 손낙구 선생의 강연회가 있는 탓이었다.

 

20년 가까이 노동운동을 해왔고, 심상정 의원 보좌관으로 4년간 지내면서 부동산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공부한 그가 펴낸 책이 바로 <부동산 계급사회>! 당연히 책을 먼저 읽고 강연회를 가야했지만, 게으른 탓에 결국 읽지 못하고, 강연회에 임하고 말아 스스로 매우 부끄러웠다.

 

그러나 손낙구 선생의 강연회는 처음 듣는 이라도 이해하기 쉽게 각종 비유와 표가 난무하고, 내용도 한결 수월했다. 한국 사회를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손낙구 선생은 부동산을 꼽는다.

 

부동산에 따라 그의 경제적-사회적 지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사는가? 연립주택에 사는가? 아파트에 산다면 몇평인가? 주택이나 땅은 소유하고 있는가? 이런 몇 가지 사실만으로 우린 그의 자식들이 좋은 대학을 갈 것인지,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심지어 몇 살까지 살 것인지 알 수 있게 된다. 거짓말 같다고? 이제 차례차례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국 부동산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우선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오른다는 것이다. 일례로 서울에 있는 33평 아파트를 사기 위해선 월급쟁이가 평균 29, 강남이라면 44년이 걸린다. 따라서 오늘날 대다수의 국민은 집사기를 포기하고 전-월세를 근근히 옮겨다닐 수 밖에 없다. 덕분에 국민의 1/4인 약 천만명 이상이 매년 이사를 다니는 메뚜기 신세가 되어버렸다.

 

말이 좋아, 1년에 한번이지, 이 통계에는 평생 거의 이사를 가지 않은 사람과 1년에 수십번 이사가는 이들이 혼재되어 있을 것이다. 특히나 지금처럼 전세값이 턱없이 오른 상황에선 더더욱 그들은 조금이라도 싼 집을 찾기 위해 의미없을지 모르는 발품을 팔아야 한다.

 

대한민국 부동산 가격의 특징은 지난 1965년 이후 10년마다 한 번씩 폭등해서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는 . 연평균 땅값은 30%, 집값은 약 20%정도 오른 이런 폭등 덕분에 부동산 불패신화가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런 결과로 대한민국의 땅값은 5,000조원, 집값은 3,000조원(2008년 기준)이다. 만약 우리나라 땅을 팔아서 외국 땅을 살 수 있다고 가정하면, 캐나다는 6, 프랑스는 9번 살 수 있을 지경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부동산은 가진 자가 더 소유하는 양상을 띤다. 사유지 기준으로 국토의 74%를 약 5.5%의 땅부자들이 소유하고 있다-국민의 60%는 땅 한평을 소유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1980-2001년 땅값 상승으로 약 1,284조원의 이익을 얻었다, 그러나 세제를 통해 환수된 이익은 겨우 5%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빈익빈 부익부현상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 가격은 왜 오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땅값과 집값이 어느 정도 오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국내 GDP의 약 6, 정부예산의 19배가 넘는 부동산 가격은 아무리 따져봐도 너무 비싸고 비정상적이다. 게다가 절대 떨어지지 않는 부동산 가격은 집단이 개입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손낙구 선생은 지난 네 차례에 걸친 투기는 막대한 투기 자금을 조성하고, 투기 규제 장치를 완화한 후 경기부양이란 명목하에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투기의 주역은 자금 동원력이 막강한 재벌 기업들이며, 이들은 정치-경제-언론 등이 어지러운 세력을 구성해서 불로소득을 거머쥐는 부동산 투기 사슬의 정점에 서 있다고 규정한다.

 

부동산 문제는 당연하지만 단순히 집값이 비싼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사회에서 결혼 적령기의 남성과 여성은 결혼에 직면하면 많은 고민에 휩싸인다. 혼자라면 대충 살아도 그만이지만, 결혼하게 되면 집을 살 것인지아니면 아이를 낳아 기를 것인지라는 큰 문제(?)에 직면한다.

 

아이 하나를 대학교까지 보내서 키우는 데, 27천만원이나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왠만한 월급쟁이 신세론 아이를 둘만 키워도 내 집 마련의 꿈은 포기할 수 밖에 없어진다. 대출을 끼고 산다고 해도 부동산 가격에 따라 유동적인 은행이자등은 많은 스트레스와 고민을 안고 살아가게 만든다.

 

예를 두 친구의 월급 수준이 똑같다고 가정해보자! 한명은 자신이 그동안 모은 돈으로 길동 LG자이를 24천만에, 다른 한명은 분당 파크뷰를 조금 더 대출금을 끼고 27천만에 구매했다고 치자. 5년 후, 길동은 6억이 되고 분당은 11억이 되었다. 두 사람은 그저 부동산을 산 것 하나로 월급쟁이로는 평생 모으기 힘든 5억원의 차이가 나버린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 국민들이 부동산에 목을 매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동네별 집값은 서울대 합격 여부까지 작용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고액 과외를 시킬수록 명문대에 입학할 가능성은 수직적으로 높아진다. 일례로 7원짜리 집을 가진 강남구에서 25명이, 1억짜리 아파트를 가진 노원에서 6명이 서울대를 갔다. 부동산의 차이는 그 사람의 신분을 결정한다. 그 외에도 부동산이 비쌀수록 좋은 의료시설을 갖춘 병원이 많기 때문에, 공기 좋은 시골보다 매연이 넘쳐나는 강남구민의 평균 수명이 높은 현상까지 벌어진다.

 

부동산은 대한민국에서 삶의 질은 물론이요, 그 사람의 신분을 대표하고, 나아가 수명까지 결정하는 요인이 된 것이다.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이야기지만 듣는 내내 답답하고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게다가 21세기에 집이 없어서 움막이나 토굴같은 원시생활(?)을 하는 이들이 약 162만명에 달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는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손낙구 선생은 국채등을 발행해서 택지를 국유화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럴 경우 약 9조원의 예산이면 약 5년 정도 안에 국토의 20%를 사들일 수 있다. 여기에 국민이 싼값에 들어가서 살 수 있도록 이른반 반값 아파트를 시행하고, 각 계층간의 사정을 고려해서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이를테면, 현재의 2년인 전월세 보증을 10년으로 늘려서 세입자를 보호하는 등의 정책을 말이다.

 

대책을 듣는 순간, 청중들에겐 (아마도 동시에) ‘가능할까?’라는 회의적인 물음이 떠올랐다. 공직자마저 위장전입 등을 통해 투기에 올인하는 우리 사회에서 그들의 기득권을 조금도 아니고 거의 대부분을 빼앗은 행위를 지켜볼까?

 

질문 시간에 실현 가능성이 얼마냐 되느냐?’고 한 용기있는 청중이 당돌하게 물었다. 손낙구 선생은 택지 국유화가 현실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순간 좌중은 술렁거렸다. “그러나...이런 식의 방법이 아니면 부동산 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점진적인 방법을 생각해보았지만 100년이 걸려도 불가능했다. 결국 혁명에 가까운 해법만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 이어졌다.

 

몇몇은 괜히 들었다라는 말을 강연회장을 나가면서 내뱉기도 했지만, 나는 손낙구 선생의 말에 동의한다. 지난 50년 가까이 국내 부동산 시장은 극소수의 이익을 위해 사회의 모든 자본을 빨아들여 지탱해왔다. 그 광풍 속에서 힘없고 돈없는 이들은 쫓겨나다 못해 동굴 생활을 하기에 이르렀다. 비록 불가능 할지라도, 혁명에 가까운 일이라도 꿈꾸지 않는다면 안 될 상황에 우린 처해있다고 본다.

 

가급적이면 평화로운 방법으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다수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국회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불가능을 꿈꿔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조금이라도 평등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살기 위해선 그런 생각을 가져야하진 않을까?



참고하면 좋을 책: <부동산 계급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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