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21세기 초강대국?!

시작도 전에 내부분열에 빠진 태평천국

朱雀 2011. 4. 20.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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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천국의 천왕이자 만세지주였던 홍수전 -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1854년 홍수전은 조서를 통해 세습작위를 태평천국군에게 수여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을 보자면, ‘다섯 왕의 작위라고 할 수 있겠다. 홍수전은 자신을 천왕이라 칭하며, 만세지주로 했다. 양수청은 동왕에 봉하며 구천세, 소조귀는 서왕에 칭하며 팔천세, 풍운산은 남왕에 봉하며 칠천세, 북왕엔 위창휘를 봉하며 육천세, 마지막으로 군사적인 역량이 출중한 석달개는 익왕에 봉하며 오천세로 했다.

 

권력은 속성상 가져보지 못한 이들이 갖게 되면, 더 많은 권력을 갖고 싶어한다. 태평천국군 초기에도 그런 양상이 보이긴 했지만, 청나라 군사와 쫓고 쫓기는 전투가 늘상 벌어지는 터라 그런 권력투쟁이 노골적이 되진 않았다.

 

그러나 1856년이 되면 사정이 조금 달라진다. 익왕이 이끄는 태평천국군은 비록 북벌을 완성하지는 못하지만, 청나라 군사를 크게 이켜 보다 유리한 위치에 점하게 된다. 그러자 양수청은 다른 마음을 품게 된다.

 

당시 양수청은 하나님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수뇌부들은 그가 사기꾼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허나 백성을 통치하기 위해선 손쉬운 증거가 필요했다. 오늘날 우리는 태평천국운동에 대해 농민운동이니 민주적 성격을 띠었다고 하지만 사실 뚜껑을 열고 보면 이전까지 중국사에서 보여줬던 모습이 확실히 드러난다.

 

이를테면 무당이 신내림을 받아 다른 인격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한국에 사는 우리 역시 많이 봐왔다.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역시 오랫동안 도사나 무속인들이 강신술을 통해 접신을 하는 것은 익숙했고, 비록 서양의 신이지만 여호와 역시 일종의 신내림을 통해 현신하는 것에 중국인들은 당연시했다.

 

물론 이는 <성경>등에 비춰서 말이 안 되는 부분이었지만, 백성들이 쉽게 이해하고 홍수전 일행을 따르게 하는 데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역으로 홍수전의 권위를 깎아내렸다. 홍수전은 스스로 밝히기를 하나님의 아들이요, 예수의 동생이다라고 했다. 따라서 하나님을 대변하는 양수청은 물론이요, 예수를 대변하는 소조귀가 강신술을 펼치면, 무릎 꿇고 앉아 그들의 훈계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다행히(?) 예수의 목소리인 소조귀는 1852년 장사공략때 사망하고 만다. -비슷한 시기에 남왕 풍운산 역시 전투중에 사망한다- 따라서 1856년 남경에서 천경으로 이름이 바뀐 태평천국의 수도엔 홍수전과 동왕 양수청과 북왕 위창휘가 함께 하고 있었다. 당시 익왕 석달개는 청나라 군대와 싸우기 위해 주로 밖에 나가있었으므로, 권력투쟁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

 

양수청은 1856년이 되자 딴 마음을 먹는다. 바로 홍수전보다 자신이 더욱 위에 올라서기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하나님이 강림한 것처럼 연기를 하고 홍수전을 불러 의중을 떠본다.

 

왜 너는 만세인데, (하나님을 대변)는 구천세인가? 나도 만세가 될만하지 않은가?”

충분히 그럴 만 합니다.”

내 아들은 어떠한가?”

역시 그런 지위를 받을 만 하나이다.”

 

양수청은 그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좋아져서, 홍수전을 내보내고 자신이 만세지주가 되는 꿈을 꾼다. 그러나 양수청은 홍수전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그동안 양수청의 말도 안 되는 횡포에도 불구하고 참아왔던 홍수전은 결국 화가 폭발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전선에 있는 석달개와 위창휘에게 비밀문서를 보내 양수청이 반란을 획책하니 돌아와서 없애라는 밀명을 보낸다.

 

위창휘 역시 평소 양수청에게 곤장을 맞고, 가족이 모욕당하는 등의 일을 겪어왔기에 분노가 뼈에 사무쳤다. 홍수전의 밀서를 받은 그는 석달개가 돌아오자 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바로 양수청의 거처에 직속부하들을 데리고 가서 양수청과 그의 가족들을 모조리 도륙한 것이었다.

 

근데 이때 문제는 하나님을 대변하는 양수청의 무리가 무려 2만명이 넘는 사실이었다. 다른 이들은 그렇다고 그의 직속부대라 할 수 있는 6천명은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숫자였다. 이들은 양수청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분노하며 복수를 외친다.

 

이에 다급해진 홍수전은 또 다른 연극을 감행한다. 바로 북왕 위창휘와 연왕 진일망을 곤장에 처해 100대를 넘게 때려 일벌백계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들이 피를 흘리며 형장에서 물러나자, 6천명의 병사들에게 무기 없이 정렬하라는 명령이 떨어졌고, 이들은 순순히 명령을 따라 이동했다. 그리고 학살이 이어졌다.

 

도망갈 곳이 없는 사방이 막힌 곳에서 위창휘의 부하들이 양수청의 병사들을 도륙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위창휘는 그 외에도 양수청과 관계있는 사람이라면 가리지 않고 살해를 계속해나갔다. 이에 석달개는 무익한 살인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오히려 위창휘의 화만 돋구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석달개는 주변의 충고에 따라 천경에서 도망갔고, 석달개를 죽이려했던 위창휘는 그의 가족들을 모조리 도륙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홍수전은 날로만 더해가는 위창휘의 행패를 보고 참지 못해 다시금 손을 썼고, 이번엔 위창휘의 가족들이 모조리 참살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1856년 벌어진 태평천국측의 일은 결과적으로 몇만명이 넘는 이들이 죽는 최악의 결과가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청나라와 싸워야할 정예병사들이 엄청나게 줄었고, 이들을 이끌어갈 중요한 인물들 역시 사라지고 말았다. 결과론적으로 내분으로 인해 태평천국군은 1856년에 이미 청나라와 싸워 이긴 에너지를 스스로 고갈시켰다고 볼 수 있겠다.

 

참고 : <신의 아들 홍수전과 태평천국>, <권력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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