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일어나 걸작을 맞이하라! ‘마당을 나온 암탉’

朱雀 2011. 8. 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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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을 보고 난 이후 아직도 심장이 벌렁벌렁 거린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보고 내 자신이 이렇게 감동을 받으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물론 워낙 기대치가 낮았기에, 상대적으로 더욱 감동도 크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런 모든 점을 고려해도 무엇보다 기쁜 것은, 이제 우리에게도 대중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우리에게 숱한 좌절과 실망의 나날의 연속이었다. 당연히 우리 작품이라 생각했던 <마징가Z> <요술공주 밍키> 등의 수 많은 작품들이 사실은 일본 애니메이션이란 사실을 커서 알고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실망감을 넘어서서 그것은 배신감을 느낄 지경이었다. 심지어 <로보트 태권브이>조차 <건담> 시리즈를 모방했다는 사실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빠져들었다.

 

그동안 국산 애니미에션은 오랫동안 극장가를 두드렸다. 타임캡슐에 들어가서 이젠 나중에 후손들이 뭐라고 말할지 두려운 <블루시걸>(일명 블루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고 호언장담하시던 이현세 화백이 처참하게 실패한 <아마게돈>, 작화는 뛰어났지만 대중성은 낮았던 <마리이야기>, 무려 120억원의 제작비에 최고의 작화 등을 내세웠지만, 뭐라 말할 수 없었던 실망스런 스토리전개에 관객들이 외면해버린 <원더풀데이즈> 등등.


 

 

위에서 예를 들지는 않았지만, 그 외에도 제법 많은 작품들이 극장에서 개봉되었지만 이미 미국(디즈니-드림웍스등)과 일본(지브리 스튜디오등)의 눈높이가 맞춰진 관객을 사로잡기에는 200% 부족했었다.

 

어린 시절 미군 방송을 통해 <마크로스>를 접하고 나이를 먹으면서 지브리의 작품과 디즈니 등의 작품을 접하면서, 일본의 세밀한 셀화와 정교한 스토리 전개, 미국의 24프레임의 유려한 영상과 코믹함이 잘 조화된 작품들을 보면서 도대체 우린 언제쯤 저런 작품을 갖게 되는 거야?’라고 되물으면서 문화적 박탈감과 열등의식에 빠진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런 나에게 <마당을 나온 암탉>을 신선한 충격이상이었다! 애니메이션은 국내에선 아직까지 애들 코묻은 돈 빼앗아가는걸고 인식하거나 자동차 몇백만대 수출이나 운운하면서 산업적으로 접근하기 일쑤다.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수달. 박철민 특유의 톡톡 쏘면서 능청거리는 대사가 일품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할리우드의 제작 시스템이 상업적이고 정교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수요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관객이 작품을 만나 감동이란 화학적 반응이 어떻게 일어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애니메이션으로 돌아가서, 한때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 등을 내놓으며 디즈니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온 가족이 모두 볼 수 있는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디즈니표 2D 작화의 끝장 나는 화질과 어린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전개, 어른들이 웃을 수 있는 유머를 포진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런 디즈니라도 매번 그런 작품을 내놓는 것은 한계가 따랐다. 국내에서 5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엄청난 흥행파워를 자랑한 <쿵푸팬더 2>전편보다 못하다라는 평가를 들으며 세 번째 시리즈에 대한 기대수위를 엄청나게 낮추어 놓았다.

 


초록이 파수꾼이 되기 위해 다른 청둥오리들과 비행경주를 벌이는 장면은 최고의 스펙타클과
비행신의 묘미를 잘 잡아냈다고 여겨진다. 무엇보다 단순히 미국과 일본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무엇보다 국내의 열악한 제작여건과 인프라 환경 등은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 탄생하리라곤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근데 <마당을 나온 암탉>을 그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 물론 100만부가 넘게 팔린 동명원작이 있긴 했지만, 책과 애니메이션은 전혀 다른 매체다. 감독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영상의 완성도는 너무나 달라질 수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하나씩 하나씩 언론에 등장할 때마다 기대감이 커졌다. 2년이 넘는 제작기간과 미국과 일본 등의 관련업계 종사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는 사실이 그러했다.

 



너무나 흔한 암탉이 준 너무나 큰 감동이었다!


<쿵푸팬더>의 팬더나 <드래곤 길들이기>의 드래곤이 아니라, 정말 마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닭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사실이 너무나 독특했다. 흔히 하는 말이지만 삭스핀보다 된장찌개가 맛있기 어려운 법이다. 왜냐하면 삭스핀은 먹은 이들이 많지 않지만, 된장찌개는 너무나 많은 이들이 일상적으로 먹기 때문에 모두가 만족할 만한 맛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근데 <마당을 나온 암탉>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좁은 닭장에 갇혀 마당에 나오겠다는 일념을 가진 한 마리의 암탉이 우연히 청둥오리의 알을 품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는 너무나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었다.

 


끝까지 잎싹과 초록을 노리는 애꾸눈 족제비조차 악이 아니라 새끼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식으로 묘사한 부분은 <마당을 나온 암탉>의 완성도를 더더욱 높여낸 요소라 생각한다.



수달역의 박철민을 비롯해서 작품 곳곳에 웃음 코드를 심어두어, 유머에 익숙한 관객을 유연하게 요리하면서도, 등장동물(?)들의 처참한 최후 등을 통해 자연의 섭리와 운명의 잔인함을 그려내고, 동시에 각각 초록(유승호)과 잎싹(문소리)의 성장을 통해 종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가족애를 그려낸 것은 너무나 훌륭했다. 게다가 극중 유일한 악역인 애꾸눈 족제비마저 실은 자신의 새끼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식으로 묘사해서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높게했다. 물론 충격의 마지막까지도...

 

<마당을 나온 암탉>은 한국형 걸작이다! 그동안 국내 애니메이션은 일본이나 미국을 흉내내기에 급급했다. 그것을 만든 자본과 스탭진은 우리나라 사람이었으되, 그 정서엔 대한민국이 없었다. 그러나 <마당을 나온 암탉>은 다르다! 거기엔 한국식 정이 시냇물처럼 도도히 흐르고 있으며, 자연의 섭리와 악인이 없는 우리네식 이야기 전개가 이루어진다. 무엇보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스해질 정도로 우리네 산천과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작품이 끝나고 주변을 둘러보니, 어린이들과 함께 온 많은 여성 관객들이 눈시울을 훔치고 있었다. 아마도 감동을 받은 탓이리라. <해리포터>, <>, <고지전>, <퍼스트 어벤져> 등등 블록버스터들이 판을 치는 극장가에서 <마당을 나온 암탉>을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이채롭고 감동적이었다. 감히 추천한다. 그리고 단언한다! 일어나 맞이하라! 이것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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