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맛기행

나는 나폴리 화덕피자다! ‘도셰프’

朱雀 2011. 8. 5.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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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때가 되면 나의 머리는 지끈지끈 아파온다. 바로 여친님의 휴가철이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늘 가장 성수기인 이때 여름휴가를 맞이하시기 때문에 어디 교외를 나가기도 마땅치가 않다.

 

그렇다보니 어떻게 하면 보다 여친님을 즐겁게 해드릴지 고민에 고민을 더하지 않을 수가 없어진다. 이번에 도셰프를 가게 된 이유도 순전히 여친님 때문이다. 사실 피자와 파스타를 비롯한 이태리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주머니 사정상 잘 가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멋진 교외로 모시고 가지 못하는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보니, 이번에 큰맘 먹고(?) 논현역 근처에 위치한 도셰프를 찾아가게 되었다. 도셰프를 우연히 인터넷상에서 알게 되면서 가장 마음에 든 점은 무엇보다 화덕에 있었다.

 

요즘엔 국내에도 정통 이태리 피자를 표방한 곳이 많지만, 화덕을 놓고 제대로 굽는 곳은 몇 군데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피자는 아니지만, 호떡을 어린 시절 화덕에서 구워 맛나게 먹은 추억이 있는 나로서는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는 곳이었다.

 

7호선 논현역 3번 출구에서 나와 불과 5분도 걸리지 않아 바로 찾을 수 있었다. ‘나폴리 피자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도셰프는 주변 풍경을 조금만 바꿔준다면, 바로 나폴리를 비롯한 외국에 있다고 해도 좋을 만큼 이국적이었다.

 

직접 사진을 찍어 칠판에 분필로 일일이 메뉴를 적은 것도 눈길을 끄는 아기자기한 소품이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안은 더욱 심(?)했다. 국자를 비롯한 주방용품이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진공관 앰프를 비롯한 60년대쯤 쓰였을 법한 커다란 스피커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스피커가 단순히 인테리어 용품이 아니라, 소리가 정겹게 흘러나와서 마음에 들었다. 오디오와 홈시어터에 미쳐 지냈던 때가 있었던 탓에, 스피커가 그냥 소품으로 있는 것을 보면 괜시리 안타까움이 드는 탓이었으리라.

 

식탁에 앉으니, 여친께서 바닥을 보라고 가리키신다. 밑을 보니 재봉틀 할때의 그것이었다. ! 이런,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젠 잘 떠오르지도 않는 어린 시절엔 종종 근처에서 이런 물건들을 볼 수 있었는데...아마 요즘 10~20대들은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 지 알까 괜시리 궁금해졌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했다. 우리가 시킨 것은 감베리 풍기 샐러드, 홍합 나티보, 감베리 크레마, 엑스트라 마르게리따, 콰트로 포르마지였다. 이렇게 음식을 많이 시킨 것은 전적으로 여친님이었다.

 


접시 밑에 깔려 있는 그림은 제 여친께서 메뉴판을 보시고 그린 겁니다. 도셰프에 가셔서 찾으시면 곤란합니다. ^^;;;


오늘은 마음껏 골라봐!”라고 호기롭게 말한게 화근이었다. “정말?” 그러더니, 메뉴판을 보고 수첩을 꺼내 적더니 무려 다섯 개나 시켰다. 게다가 음료까지 시켰으니...정말 대출혈 서비스가 되어버렸다.

 

자자! 그럼 음식 이야기로 넘어가겠다. 우선 감베리 풍기 샐러드. 버섯과 새우 등은 짭짤하게 양념되어 있고, 야채는 다소 싱겁게 처리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버섯등을 찍어먹고는 아유~이랬는데, 곧 섞어서 먹어보니 적당하게 간이 되어 맛이 괜찮았다. 새삼 음식도 알아야 먹는 다는 진리(?)를 깨달은 순간이었다.

 

다음은 우리가 정말 맛있게 먹은 엑스트라 마르게리따! 100% 버팔로 치즈와 후레쉬 바질 그리고 토마토 소스로 맛을 낸 나폴리 피자다. 사진으로 봐도 느껴지겠지만, 적당히 익은 도우위에 얹어진 토마토 소스를 비롯한 신선한 재료들의 궁합은 입안에서 맛의 향연을 느끼게 한다. 맛으로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어려울 만큼 고소하면서 담백하면서 토마토 소스 특유의 적당한 매콤함이 감칠맛을 더해주었다.

 

다음은 홍합 나티보. 홍합은 드라마 <파스타>에서도 묘사되었지만, 참으로 손질하기 어려운 녀석이다. 철수세미로 제대로 닦지 않으면 남는 게 있어서 먹기에 불편하다. 게다가 너무 익히면 맛이 떨어진다. 우리가 술안주로 홍합국을 자주 먹긴 하지만 사실 요리하기 까탈스러운 녀석중에 하나일 것이다.

 

근데 도셰프의 홍합 나티보는 적당히 익어서 먹기 좋았고 손질이 아주 깔끔하게 잘 되어 있어 좋았다. 특유의 매콤함은 우리 입맛에 딱 알맞게 좋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홍합의 특성상, 속살만 꺼내놓고 보면 양이 금방 줄어든다는 것. 먹으면서 너무나 순식간에 줄어들어 아쉽기 그지 없었다.

 

새우와 마늘 그리고 각종 버섯에 크림소스와 모짜렐라 치즈 등을 얹은 감베리 크레마는 여친님께서 좋아하는 고소함과 느끼함을 골고루 갖추고 있었다. 예전에는 크림소스를 특유의 느끼함 때문에 좋아하지 않았는데, 여친님과 다니면서 나도 좋아하게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너무 느끼하면 그것 역시 싫은 일이다. 어불성설인 면은 있지만 적당한 느끼함이 감칠맛을 부른다고 할까? 감베리 크레마는 그냥 보기에는 치즈가 풍성해보여서 상당히 느끼할 것 같았지만, 실제로 먹어보면 입안 가득 행복함이 돌 정도로 크림소스의 풍성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마지막으로 콰트로 포르마지. 이름 그대로 네고르곤졸라-끼리크림-파르마지아노 레지아노-모짜렐라의 네 가지 치즈가 들어간 녀석이다. 처음에는 그냥 먹어서 느끼하다. 잘못 시켰다라고 생각했는데, 꿀에 찍어먹으니 그 맛이 환상적으로 변한 녀석이었다. 개인적으론 이날 시킨 음식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녀석이었다.

 

그냥 먹을 때는 느끼했던 피자가 꿀을 찍었다는 이유 하나로 너무나 맛깔스럽게 변해서 신기할 정도였고, 그 맛은 한번 보면 반할 수 밖에 없는 맛의 조화였다. 나폴리 피자의 특징은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흔히 집 근처에서 시켜서 먹을 수 있는 피자들은 화덕을 둘 수 없는 탓에 뜨거운 바람을 이용해서 굽는 경우가 많다.

 



 

나폴리 피자의 특징은 400도 이상의 화덕에서 1~2분 동안 순식간에 구워내는데 있다고 한다. 이태리 베수비오 화선석으로 만들어졌다는 화덕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내고각종   신선한 재료들을 엄선했다는 도셰프의 고집은 먹고 난 뒤, 집으로 갈 때 대다수의 피자를 먹고 나면 다소 거북한 것과 달리 별로 부대낌이 없다는 데 있다고. 실제로 나와 여친 역시 기분 좋은 포만감과 부대낌 없이 돌아갈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다 보니 재료 고유의 향이 날라가고 맛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화덕은 어찌보면 현대의 도시에서 매우 귀찮고 껄끄러운 존재지만, 거기선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이끌어내주는 마법의 공간이라 할만할 것이다.

 

사진을 찍어야 하는 탓에 양해를 구하다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조미료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라는 부분이었다. 사실 시켜서 먹을 수 있는 피자의 가장 큰 문제점은 화덕보다 이점이 더욱 강하다. 또한 대형마트에서 경쟁적으로 40인치 이상의 저렴한 피자들을 내놓으면서 신경 쓰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햄버거와 피자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들 좋아하게 되었지만, 동시에 비만과 성인병을 부르는 주범처럼 되어버렸다. 여기엔 값싼 피자를 만들려고 하다보니, 싸고 질 나쁜 재료들이 많이 들어간 것이 원인이다. 피자는 특성상 구워놓고 나면 거기에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알 도리가 없어져 버리니 말이다.

 

그에 반해 도셰프의 피자는 정통 나폴리 피자를 표방하면서 고집스럽게 길을 가고 있었다. 누가 알아줄까 싶은 데 말이다. 마음먹고 도셰프에 간 날은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

 

일부러 번잡스러움을 피하고 싶어 오후 2시가 넘어서 갔는데, 갑자기 우르르 손님이 몰려와서 주문한 음식이 다소 늦게 나왔고, 꿀을 비롯한 두어개의 중요한 소스가 늦게 나오기도 했다. 또한 전기공사를 하고 있어서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나름의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음식의 맛은 훌륭했고, 사장님과 종업원들은 정말로 친절했다. 도셰프의 특징이 화덕이란 사실을 알고 사진촬영을 요청했을 때, 기꺼이 응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요새 어디 맛집이라고 갔다가 정중하게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나름의 사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서운한 건 다소 기분이 상하는 것은 아직 부족한 인간인 탓인 듯 싶다-

 

무엇보다 모시고 간 여친님께서 무척 좋아하셔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도셰프. 아직 먹어보지 못한 피자와 파스타를 비롯한 메뉴들이 제법 되고, 기대되어서 앞으로 종종 찾게 될 것 같다. 이태리 장인의 맛과 아기자기한 멋과 그리고 친절함으로 오래오래 기억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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