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맛기행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을 찾아가다!

朱雀 2011. 9. 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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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여자친구가 말한 단팥죽집이 있었다. 그녀는 몇해전인가 가물가물한 시절에 친구들과 함께 어느 거리를 갔고 그곳에서 유명한 팥죽을 맛보았다고 했다. 그런데 너무나 맛이 좋아서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고 종종 말하고 했다.

 

그러나 정확히 그곳이 어디였는지는 기억이 안난다고 했다. 그래서 아쉬웠다. ‘그녀에게 추억을 돌려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하고 말이다. 그런데 인간의 인연이란게 재밌어서 의외의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사실 내가 삼청동에서 가려고 했던 집은 다른 곳이었다. ‘어린왕자 까페로 어린왕자를 연상시키는 벽화와 인테리어가 멋진 곳이었다. 그곳을 찾기 위해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은 그냥 길찾기를 위한 이정표로 삼았다.

 

근데 삼청동 거리를 걸어서 들어가니, 그녀가 펄쩍펄쩍 뛰었다. ‘여기야! 내가 예전에 갔던 곳이 여기야그러면서 그녀는 예전 추억에 빠져 아련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 표정 앞에서 남자가 할 수 있는 말은 단 한가지 뿐이다!

 

들어갈래?’ 그렇게 해서 우린 몇분 정도 기다렸다. 어디를 가던 최소 몇십분은 기다리던 상황과 달리 이번에 손님이 그나마 적은 편이었다. 그녀는 예전에 시켰다면서 단팥죽과 수정과를 시켰다.

 

내부를 둘러보았지만, 십전대보탕을 비롯한 한방차와 단팥죽만이 유일한 메뉴였다. 우선 수정과를 한입 마셨다. 수정과 특유의 쌉쌀함과 달콤함이 이어졌다. 말그대로 한방 약재를 넣었는지 한약 같은 냄새가 알싸하게 풍겨올라왔다.

 

단팥죽 그릇을 여니 은행과 밤이 소담하게 얹어져 있었다. 수저를 집어서 한 입을 떠니 떡이 이끌어져 나왔다. 척 보기에도 쫀득쫀득함이 전해질 정도였다 떡과 밤과 은행을 단팥과 함께 먹으니, 참으로 맛이 좋았다.

 

수정과 역시 곶감이 들어가 있어서 먹는 재미와 식감을 더했다. 개인적으론 수정과가 더욱 좋았다. 어린 시절 먹었던 듯한, 그러나 한약재를 더한 씁쓸함은 더욱 감칠맛을 더하는 바가 있었다.

 

단팥죽도 훌륭했다! 중국산 팥을 쓰지 않은 듯한 진하면서도 달콤한 풍미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단지 아쉬움이 있다면, 너무 달달함에 있었다. 아무래도 요새 젊은층과 외국인의 입맛에 맞춘 듯 싶었다.

 

개인적으로 나날이 설탕을 멀리하고 달달한 음식을 조금씩 밀치는 상황이다보니 아쉬움이 컸다. 뭐 그렇다해도 오랜만에 느껴본 단팥죽의 달달한 매력은 충분했다. 더불어 수정과의 달콤쌉쌀함은 인스턴트 식품이나 다른 음식에선 느껴볼 수 없는 매력이었다. 삼청동에 갔다가 밥이 아닌 우리 고유의 간식거리를 원한다면 꽤 괜찮게 갈만한 곳이 아닐까 싶다. 당신에게 추억과 달콤함을 선사할 곳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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