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태양을 삼켜라>를 보며 내내 안타까웠다. 지성이 연기력이 슬슬 빛을 발하고 그의 출생 비밀과 맞물려 친아버지와 배다른 형제와 원수지간이 되어버린 스토리 라인이 몹시 흥미진진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선덕여왕>의 ‘문노’ 정호빈의 연기도 괜찮고, 악마적 연기를 선보이는 전광렬도 앞으로 기대를 가지게 했다. 그뿐인가? 지성의 출생의 비밀 지닌 이수창의 등장과 사망으로 극의 흥미는 점점 오르는 상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성유리와 이완만 등장하면 극은 늘어지다 못해 지루해진다. 두 사람이 만나서 이야기라도 하는 장면이라도 나오면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이었다.
이완의 연기력이야 원래 그렇다 쳐도 성유리의 경우는 안타깝다. 그녀가 지난 <쾌도 홍길동> 등에서 보여준 연기력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연기자란 칭호를 붙이기엔 다소 무리가 따르지만 상당히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었고, <태양을 삼켜라> 5화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봐줄만한 수준은 되었다. 그러나 이번주는 정말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성유리가 연기하는 이수연은 어린 시절 무슨 이유 때문인지 부모님의 의문사 이후 몰락해서 지금은 힘들게 일하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캐릭터다. <태양의 서커스>의 아트디렉터가 되어, 훗날 <태양의 서커스>같은 작품을 제작하길 원하는 그녀의 캐릭터는 설득력을 전혀 제공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녀가 왜 그토록 <태양의 서커스>에 집착하는지, 아트디렉터가 되고 싶어하는지 근거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좋다! 이유는 훗날 나올 수 있다 치자. 현재 성유리가 연기하는 이수현은 희노애락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는 어색한 가면을 쓴 듯 연기하고 있다. 화내고 웃고 짜증내는 그녀의 대사와 행동은 극중 이수현과 동일시가 전혀 되지 못하고 있다. 성유리는 <태양의 삼켜라>를 통해 <올인>의 송혜교처럼 연기자이자 인기스타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싶었겠지만, 현재의 행보는 그런 목표에서 매우 멀리 동떨어져 있어 보인다.
성유리가 등장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그녀의 룸메이트인 김새롬은 뻑하면 신체를 노출하고 남자를 유혹하기에 바쁜 캐릭터다. 식비 등을 놓고 벌이는 그녀들의 다툼은 소소한 수준에 멈춰져 있다. 그뿐인가? 유학비를 벌기 위해 하는 세탁알바에서 억울한 누명을 쓴 성유리는 즉시 상사에게 따져 사과를 받아낸다. 가뜩이나 어색한 성유리의 연기에 더 어색한 외국배우의 연기가 얹어지면서 몰입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성유리만 나타나면 라스베가스의 멋진 풍경이 곁들여지고, 지난 7화에선 아예 <태양의 서커스>가 더해지면서 더욱 극과 동떨어져 버렸다. 원래 계획은 성유리의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멋진 볼거리를 얹어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이겠지만, 실제론 아직 근거가 부족한 캐릭터에 화려한 볼거리를 얹어 더욱 겉도는 효과를 얻어냈을 뿐이다.
이건 이완이 등장할 때도 마찬가지다. 부잣집 아들로 어두운 과거에 몸부림치며즉흥적으로 행동하는 이완의 캐릭터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그는 등장할 때마다 상류층의 복식과 행동을 한다. 비싼 레스토랑에 비싼 스포츠카를 몰고 비싼 호텔에 머무는 행동 등은 그저 단순한 부잣집 망나니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아직 이완이 눈빛 연기로 성유리를 향한 애절함을 표현하지 못하기에 그의 캐릭터는 근거가 희박하다. 두 사람의 무의미한 대사는 더욱 상승효과를 일으켜 이야기와 멀어지고 있다.
6,7화에 두 사람이 만나기만 하면 보여주었던 상류층의 화려함은 두 사람의 약한 연기를 더욱 치명적으로 드러낼 뿐이었다. 따라서 현재 성유리와 이완의 연기력이 논란이 되는 사태가 된 것은 당연하다.
단순히 등장인물의 연기력을 보완하기 위해 화려한 배경과 음악만 삽입하는 것으론 현대의 시청자들에게 캐릭터성을 전달시킬 수 없다. 좀 더 제대로된 인물설정과 이야기전개만이 연기력 논란에 빠진 두 배우를 수렁에서 건져낼 방법이란 사실을 <태양을 삼켜라>제작진이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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