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맛기행

거부할 수 없는 하모회의 매력, ‘해도일식’

朱雀 2011. 9. 23.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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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부터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친한 친구 중에 한명이 얼마전에 폭탄선언을 했다. 녀석은 잘 다니던 괜찮은 직장을 관두었다. 이유는 가슴이 설레지 않는다였다. 우린 녀석을 당연히 말렸다. ‘가슴 설레는 일을 찾긴 쉽지 않다’ ‘안정된 직장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느냐?’ 등등. 그러나 녀석은 막무가내였고, 결국 뜻대로 관두었다.

 

직장을 관둔 것도 빅뉴스였지만, ‘1년간 세계여행을 다니겠다고 한 이야기는 더욱 머리를 하고 울렸다. 20대도 아니고 30대 초반도 아닌 나이에 세계여행을 훌쩍 떠나겠다니...너무나 부러웠다. 새삼 친구지만 다시 보게 되었다.

 

나라면 저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몇주 혹은 몇 달은 모르겠지만, 년단위로 여행을 다닌다는 것은 상상조차 잘 되지 않는 일이었다. 물론 친구는 직장을 착실히 다니고 저금을 한탓에 약간 모아놓은 돈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여러모로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 친구가 환송회 안해주냐?’라고 얼마전에 시크한 듯 도도하게 말했고, 우린 기꺼이 그러기로 했다. 친구는 내가 네 미식가다운 미각을 믿는다며 괜시리 부담을 주었다.

 

세계여행을 떠나기 며칠을 앞둔 친구를 위해 고민 끝에 내가 고른 집은 하모 무한 리필이 되는 해도일식이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믿을 만한 이들이 다들 첫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맛이 좋다라는게 가장 매력적이었다. 원래는 가보지 않은 맛집은 친구를 데려가지 않지만, 넉넉하지 않은 내 지갑사정에 그냥 모험을 하기로 했다.

 

저녁 530분이 되어 우린 만났다. 친구의 모습은 늘상 같았다. 늘 여유로운 듯 어딘가 약간 뾰루퉁을 한 녀석을 보자니 헤드락을 걸고 싶은 마음이 모락모락 일어났다. 그러나 참기로 했다.

 

그러기엔 이제 나이가 들어버린 탓이다. 1호선 도봉역에서 내려 몇분이나 걸었을까? 정말 찾기 쉬워서 마음에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정통 일식집의 분위기가 솔솔 일어났다.

 

예약된 자리에 들어서니 이미 세팅이 완료되어 있었고, 죽과 샐러드 그리고 식전주가 곧 이어 나왔다. 연한 녹색을 띤 식전주는 갖은 재료를 넣어 만든 술이란다. 세계여행을 떠날 친구를 위해 정력을 위하여라는 걸쭉한 구호를 외치고 쭈욱 들이켰다. 익숙한 이맛은...마치 쿨피스같이 달콤하게 혀를 적시고 위장을 훑었다.

 

고흥에서 직접 캐서 가져왔다는 파래로 부친 파래전은 서울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세련된 맛의 전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시골스런 냄새와 식감은 이 집이 그냥 맛집수준이 아니란 사실을 웅변하고 있었다.

 

참장어(‘하모는 일본식 표현)가 고흥에서 잡아서 가져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깻잎과 고추 마늘 등등의 모든 식재료가 고흥에서 가져왔다라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그 사실을 알고 먹으니 시골스런 느낌이 왜 그토록 들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맛의 고집이 확실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새기게 되었다.

 

바로 하모무침회가 나왔다! 물회를 떠오르게 하는 하모무침회는 얼음이 맛나게 무친 회주변에 수북하게 쌓여있어서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젓가락으로 슥슥 비벼서 입으로 가져가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친구와 한잔 술잔을 기울고, 맛나는 음식을 먹으니 이보다 더 즐거울 수 있겠는가?

 

 

메인코스인 하모회는 보기만 해도 풍성했다! 깻잎위에 풍성하게 쌓인 하모회를 듬뿍 깻잎에 담아 때론 쌈장에 때론 초고추장에 때론 간장에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었다. 쫀득쫀득하면서 담백한 그 맛은 흔히 먹던 생선회나 아나고회와는 또 다른 풍미가 있었다.

 

게다가 이렇게 맛난 하모회가 무한리필이라는 사실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다음은 하모강정! 회를 먹는데 튀김이 나오지 않으면 섭섭할 것이다. 매콤하게 양념한 하모강정은 양념치킨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고, 뼈와 꼬리를 튀긴 하모튀김은 또 다른 맛의 향연으로 우릴 안내했다.

 

너무나 맛있어서 하모회는 또다시 리필했고, 하모초밥이 우릴 반겼다! 하모회를 먹기 좋게 얹은 초밥은 약간 투박한 모양새와 달리 입안이 착착 감겨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을 주었다.

 

두 번이나 회를 먹으니 슬슬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별미라는 하모 샤브샤브를 먹지 않을 수 없었다. 수십번 이상 칼집을 낸 하모회를 갖은 야채와 갖은 양념이 된 육수에 넣으니 꽃이 핀 듯 하모회가 활짝 피면서 익었다. 부추와 양념간장에 먹으니 그야말로 기가 막혔다! 하모회를 그렇게 먹고도 너무나 맛있어서 재차 시켜서 먹을 정도였으니 그 맛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되실 것이라 믿는다.

-하모회도 일품이었지만, 아무래 찬 기운을 가질 수 밖에 없는데, 따뜻한 샤브샤브가 들어가니 뱃속이 다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음식궁합과 순서에서 정말 환상적이었다!- 

헉헉거릴 정도로 배가 차서 이젠 안돼라고 외쳤지만, 마지막 코스인 칼국수가 우릴 맞이했다. ‘이걸 어떻게 먹어?’라고 말하면서도 그냥 맛이나 보지라는 심정으로 한젓가락 퍼서 먹었다. ‘우와근데 이게 왠일인가? ‘도대체 이집은 맛없는 메뉴가 뭐야?’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훌륭했다. 결과적으론 세 명이서 정신없이 젓가락질을 하고 국물까지 마실 정도였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이 정도 먹었으면 너무 배가 불러서 배가 찢어질 정도로 아파야 정상이다. 근데 일어서서 다니는데 그런 기분 나쁜 포만감이 없었다. 그저 잘 먹었네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딱 괜찮은 포만감이 들 뿐이었다.

 

하모는 90%이상 일본에 수출될 정도로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횟감이라고 한다. 국내에선 5월부터 10월까지 맛볼 수 있는 하모는 원래는 운송의 문제로 서울에선 거의 하는 곳이 없었다고. 근데 얼마전에 잘 알다시피 일본에 쓰나미와 원전사고가 터지면서, 국내 횟집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해도일식의 주인은 그런 난국을 타개하고자 그동안 고민만 했던 하모회를 시작했고, 다행히 처가가 고흥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덕분에 안정적인 물량을 수급할 수 있었단다.

 

보다 싼값에 손님들에게 마음껏 드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한리필을 고집하고, 저렴한 가격표를 붙인 것은 하모회는 한두점 먹어서는 맛을 모릅니다. 넉넉하게 담아서 한입 싸먹어봐야 그 담백함과 씹히는 쫄깃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답니다라는 주인장의 배려와 정성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하모회를 공수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을 해도일식의 주인의 열정과 뚝심이 느껴졌다. 사실 우리네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세계여행이란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내 친구는 30대 중반이란 나이대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 물론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탓에 가능했지만, 그런 걸 감안해도 참으로 대단한 결정이 아닌가?

 

그 친구에게 올핸 한국을 뜰거야!’라고 늘 말했지만, 이런 저런 일에 매여서 필자는 서울조차 변변히 벗어나지 못해 '양치기 아저씨'가 되었는데, 1년이나 세계여행을 떠난다는 친구에게서 결단성과 1년중 먹을 수 있는 기간이 정해진 하모처럼 를 스스로 알아서 찾아가는 모습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디저트로 나온 매실차와 커피를 차례로 음미하며 멋지게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지금처럼 핑계만 대지 말고, 과감한 결정과 함께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음식을 먹으러 왔다가 인생에 대해 배우고 가게 되는 가게였다. 해도일식! 저렴한 가격과 뭐 하나 맛 없는 게 없는 이 괴물급 맛집을 꼭 소개하고 싶어졌다. 그게 내가 자판을 두들기며 이 집에 대해 후기를 남기는 이유다!

 

전화번호 02-3494-0717

도봉역 3번출구로 나와서 서울북부지검 앞으로 가면 찾을 수 있다. 5분 정도 걸으면 된다.
찾기 매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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