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맛기행

중식 요리집에서 감격한 이유, ‘진첸’

朱雀 2011. 10. 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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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몇 차례 만나는 친구들이 있다. 나이가 비슷한 것도 아니요, 특별히 학연-지연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취미가 같아서 모이다보니 어느새 마치 친구처럼 부정기적으로 만나게 된다. 그중 총무 역할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가 엄청난 미식가다!


‘이번에 어디서 모이자’ 그러면 우린 군말 없이 그곳으로 향한다. 여태까지 수십차례 모임을 가졌지만, 한 번도 실망한 탓이 없는 탓이었다. 그 친구가 이번에 모임을 잡은 곳은 압구정 로데오거리 한복판에 있는 곳이었다.

 

“야! 거기 너무 비싸지 않냐?”라고 반문할 수 있었지만, 그 친구가 제시한 가격이 의외로 합리적이어서 별 부담 없이 갈 수 있었다. 약속 당일이 되어 함께 ‘진첸’이란 곳을 가니, 입구부터 ‘나! 중화요리집이야!’라고 반문하는 것 같았다.

 

붉은 색으로 치장되고 홍등이 걸려 있었던 탓이다. 그러나 그보다 눈에 띄는 것은 1층의 꽃집이었다. 꽃집이 너무나 예쁘게 장식되어 있는 탓에, 진첸마저 다른 중화요리집과는 다른 색다른 멋스러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입구에는 요새 추세 때문인지 서안의 진시황 무덤을 지키던 병마용이 지키고 서 있었다. 우리 일행 네 명이 앉자마자, 짜사이와 단무지를 비롯한 기본 반찬이 셋팅되었다.

 

오늘 우리가 먹을 코스는 제일 싼 A 코스였다! 예약한 친구의 말에 따르면, 이전에 이곳에서 할인행사를 한 적이 있었단다. 친구는 그 정보를 입수하고, 전화를 걸어 예약을 했는데, 이미 오래전에 행사가 끝났었단다. 그래서 포기하려는데, 전화기 너머로 ‘어디서 오시는 건가요?’라는 말이 건네왔단다. ‘파주요’라고 했더니, ‘우리집을 알고 그 먼곳에서 오시겠다니, 그냥 그 가격으로 해드릴께요’라는 말이 건네져 왔다.

 

덕분에 우린 좀 더 부담없는 가격으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첫 번째로 나론 이품 냉채는 냉채 특유의 맛이 깔끔하면서도 신맛이 과다하지 않았다. 특히 함께 나온 고기와 새우와 함께 싸먹으니, 이품이 아니라 일품이었다. 메뉴이름을 ‘일품냉채’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란 의문이 들 지경이었다. 에피타이저로 훌륭했다.

 

두 번째 요리는 간소새우였다. 간소새우는 많이 먹어봤지만 이번만큼 부드럽고 매콤하진 못했다. 단맛이 조금 강해긴 했지만, 입에서 살살 녹는 기분이 무척 좋았다.

 

세 번째는 탕수육이었다. 탕수육은 많이 먹었던 만큼 ‘별게 있겠어?’라고 흔히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탕수육은 자주 먹는 만큼 요리하기 쉽지 않은 음식중에 하나다. 잘 튀긴 다음, 소스를 적당히 둘러쳐야만 소스의 맛과 튀김의 고소함이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튀김이나 소스 둘중 하나만 잘못되도 맛없기 쉬운 요리다. 근데 진첸의 탕수육은 둘의 조화가 좋아서 자꾸만 퍼서 접시에 담게 되었다.

 

게다가 황도를 넣은 점도 이채로왔다. 파인애플이 들어간 경우는 자주 보았지만, 황도가 들어가니 더욱 달콤하니 맛이 좋았다. 다음은 꽃빵에 고추잡채였다. 적당히 잘 익은 꽃빵에 매콤한 고추잡채를 더하니 그야말로 ‘진미’였다.

 

그렇게 맛있게 먹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순서인 면류에 도착했다. 우리 일행은 각각 짜장면-기스면-짬뽕을 시켜 각각의 맛을 보기로 했다. 아! 세가지 맛 모두 환상이었다! 닭고기 육수가 베이스인 기스면은 개운하면서도 쫄깃한 면발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해삼을 비롯한 해산물을 듬뿍 넣은 짬뽕은 매콤하면서도 개운해서 술먹고 먹으면 그만일 듯 싶었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시킨 짜장면은 면발이 쫄깃하면서 짜장면의 풍성한 식감이 위장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짬뽕-기스면-짜장면(위로부터)

진첸에서 코스요리를 먹으면서 무엇보다 마음에 든 것은 ‘느끼하지 않은’ 점이었다. 중화요리는 기름에 볶는 특성상 느끼하기 쉽다. 따라서 아무리 맛있는 중화요리를 먹다라도 그 느끼함 때문에 기분 나쁜 포만감을 느끼기 쉽다.

 

근데 진첸은 그런 느끼함이 적어서 먹을 때도, 먹고 난 후에도 기분 나쁜 포만감이 일어나질 않았다. 그리고 코스요리라는 게 먹다보면 한 두 요리 정도는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맛이 없는 게 있기 마련이다. 근데 나 같은 인물은 도저히 흠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요리가 훌륭했다. 굳이 꼽자면, 탕수육과 간소새우가 좀 달았다는 점인데, 그건 필자가 단맛을 최근 싫어하게 된 탓이 아무래도 클 것 같아 더욱 뭐라 하기 어렵다.

 

우리가 진첸에서 식사를 하면서 이채로웠던 여사장님께서 식사내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신 것이었다. ‘젊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서 좋다’라고 말씀하시던 여주인께선, 원래 집에서 계시다가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 개업하게 되었다고.

 

우리 때문에 ‘손해가 아닌지’ 넌지시 물어보자, ‘괜찮아요. 난 이렇게 젊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기운을 받는 거고, 이렇게 우리집 음식 먹고 여기 와주시니 고마울 따름이다’라고 오히려 고마워 하시는 모양새를 취했다.

 

압구정 로데오거리에서 음식점을 가기란 우리네 입장에선 쉽지 않다. 아무래도 가격도 비싸고, 불편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에선 여사장님께서 직접 우릴 챙겨주시고 너무나 편안하게끔 대접해주셔서 몹시나 기분이 좋았다. 원래 맛집을 다녀와도 요새 귀찮아서 포스팅을 잘 안하던 필자가 이렇게 일부러사진을 찍고 포스팅을 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여사장님의 대접과 배려 때문이다.

 

맛집을 가도 불친절한 경우에 기분이 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대적으로 사람이 많이 몰리고 바쁜 탓인지라 어느 정도 이해도 가지만, 역시 손님의 입장에선 아무래도 돈 내고 시간내서 찾아간 것인데 섭섭할 수 밖에 없다. 행사기간이 지나서 굳이 행사가로 해줄 필요가 없는 데도 할인을 해주고, 음식이 나오는 내내 신경 써주고, 혹시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수시로 반찬과 차를 내다 주시는 꼼꼼한 여사장님의 마음씨와 행동은 진심으로 우리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꼭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친절하고 괜찮은 중화요리집이 압구정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이 몹시나 신기했다. 감히 장담하건대, 진첸에 가면 요리에 반하고, 사장님의 배려에 또 반하게 될 것이다! 중화요리를 먹고 싶다면 자신있게 진첸을 추천하겠다! 꼭 코스요리가 아니더라도 짜장면이나 짬봉 같은 음식을 먹다라도 꽤 만족할 것이라 자부한다! 근처에 가볼 일이 있다면 감히 꼭 한번 가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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