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진부한 스토리 식상한 설정이 빛난 '스타일'

朱雀 2009. 8. 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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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첫회를 본 소감은 실망 그 자체다. 물론 이해한다. <찬란한 유산>처럼 너무 잘 만들어지고 엄청난 시청율을 기록한 작품, 바로 다음에 편성된 <스타일>이 여러모로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을.

그러나 최근작 <타짜>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김혜수, <베토벤 바이러스>의 이지아, 한류스타인 류시원 등이 선택한 작품이란 사실에서 왠지 기대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작품은 보면 볼수록 실망감만 안겨줄 뿐이다. 첫 장면에서 이지아는 비명을 지르면서 분통을 터트리다가 급기야 공개 사직서를 쓰고 떠억 하니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놓고는 나가버린다. 여기서 바로 연상이 되었다. 내일 아침이면 저걸 떼려고 정신없이 뛰겠군.

너무 당연한 예측이라 ‘설마 이대로 전개하진 않겠지’라고 싶었다. 그런데 왠걸? 정말 그대로 진행한다. 조금 다른 건 ‘못 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김혜수가 그걸 보더니 배째고 등따고 지나가라며 들어누운 이지아의 엉덩이를 킬힐로 밟고 지나가는 장면이다. 그 때문에 이지아는 하루종일 엉덩이가 아파 1화내내 고생한다.

이지아 어시스턴트로 김혜수가 차장으로 일하는 스타일은 명품으로 도배된 잡지사다. 작품을 보면 알겠지만 메릴 스트립이 악마적인 편집장으로 분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연상케 한다.

동명원작 소설 <스타일>을 기초로 만든 작품인 탓인지 잡지사의 일과 내부 사정에 대해 비교적 자세한 세부묘사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스타일>의 너무 진부하고 뻔해서 재미가 없다는 거다. 1화만 놓고 보면 도무지 그 다음 화가 기대되질 않는다.

극중 이지아가 소리를 지르고 울며 행동하는 이서정 역은 너무 감정과잉상태다. 그녀의 연기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두루미와 너무 똑같으며, 거기서 한발자국도 나가질 못했다. 만약 스토리 전개가 빠르고 경쾌하며 예상 밖이라면 그런 그녀의 연기가 별로 눈에 띄질 않을텐데, 너무 진부해 연기의 단점이 극단적으로 노출된다.

이지아를 못살게 괴롭히는 김혜수의 캐릭터는 몹시 어정쩡하다. 그녀가 편집장으로 악마적 카리스마를 내뿜었다면 좀 덜했을 지 모르겠는데, 그녀 위에 붉은 악마로 불리는 편집장이 있고, 역시 더 악마적인 발행인이 있는 탓인지 왠지 모르게 그녀의 악마성이 죽어버린다(아마 김혜수의 나이탓이나 원작의 설정탓이겠지만). 그녀의 악마성이 발휘되는 부분은 오직 이지아를 괴롭히는 부분과 후배 기자들에게 명령을 내릴 때 뿐이다.

명품 잡지 스타일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어디선가 많이 본 상황과 전개가 반복되고 있다. 200만원 짜리 명품 가방을 몹시 가지고 싶어하지만, 형편상 가질 수 없다가 빈털터리 남친이 36개월 할부로 긁자 환불케 하고, 나중에 남친이 바람피는 장면을 목격하고.

극중 마크로비오틱 요리로 뉴욕에서 인기를 뿌린 류시원 쉐프가 인터뷰를 거절하는 장면에서 ‘아! 이지아가 인터뷰를 따내겠군’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김없이 맞아 들어갔다. 서우진 쉐프(류시원)이 귀국기념으로 총리에게 요리를 대접하는 자리에서 이지아는 비명을 지르고, 류시원은 그를 돕기 위해 침을 꺼내 손수 침을 놔준다. 그후 자신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쫓아다니는 이지아에게 야채 씻는 일을 시키며 그녀를 관찰하고 나중엔 그토록 거절하던 인터뷰를 한다고 선선히 말한다(그 과정에서 애인이 변심한 장면을 이지아가 목격해서지만).

<스타일>은 화려한 명품으로 치장하는 잡지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을 담아내고 있다. 그러나 벌어지는 상황이 너무 그동안 트랜드 드라마에서 많이 봐온 것들인데다 전개도 느려 급속도로 흡인력이 떨어진다. 이지아가 눈물 흘리고 고함치는 연기는 너무 설득력이 없고, 다른 작품에서 그토록 매력적이던 김혜수는 자신의 멋진 스타일만 보여주곤 끝이다. 메릴 스트립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보여준 악마적 카리스마는 못되어도 매력적인 악역역활을 해주어야 할 그녀는 전혀 빛나지 않고 있다. 류시원의 연기는 부드럽고 안정적이지만 그 뿐이다.

명품 잡지란 설정 탓인지 제시카 고메즈가 화보 촬영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레이싱걸 출신인 김시향이 이지아의 룸메이트로 나와 멋진 몸매를 보여주지만 극이 워낙 진부한 탓인지 양념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 과연 오늘 방송되는 2화에선 조금 나아질까? 별로 기대가 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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