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독서의 즐거움

이것이 진정한 한국형 팩션이다! ‘뿌리 깊은 나무’

朱雀 2011. 10. 2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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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전에 로마사를 다룬 소설 <로마 서브 로사>를 읽으면서 ‘아직 우리나라에선 진정희 의미의 팩션이 없다’고 한탄한 적이 있었다. 정정한다. 필자가 틀렸다! 국내에도 멋진 작품이 있었다. 바로 <바람의 화원>으로 잘 알려진 이정명 작가의 <뿌리 깊은 나무>다!

 

필자는 무지하게도 국내에 출간된 소설들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한탄했다. 단 이틀 만에 필자는 <뿌리 깊은 나무>에 함몰되어 읽고 생각하기를 반복했다. 오랜만에 침식을 잊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독서했다. 두 권이란 분량에도 불구하고, 장편소설이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초단편소설’을 읽은 느낌이 들 정도로 책의 구성은 chacha하기 이를 데 없었다. -마치 정식을 생각하고 음식을 먹었는데 초콜릿 한조각을 먹은 기분이랄까?-

 

<뿌리 깊은 나무>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글창제)하기 7일전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소설은 드라마와 많은 부분에서 다른 부분이 많다. 일단 장혁이 맡은 강채윤은 소설에선 북방에서 부모와 동생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서 여진족과 싸운 인물이다.

 

그러나 드라마에선 젊은 세종의 밀명으로 인해 약간 모자란 아비가 죽었다고 믿고 이를 복수하기 위해 그려지는 점이 매우 다르다. 소설 속 강채윤은 신분의 벽과 자신을 조여오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모든 걸 거는 수사관으로 그려진다. -범죄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사관 역할로 보면 된다-

 

강채윤은 우연히 숙직을 서다가 궁중안 열상진원(우물)에서 한 집현전 학사가 죽은 채 발견된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몸보신을 위해 항상 몸을 사리는 겸사복장 정별감에 의해 사건을 떠맡게 된다.

 

그리고 계속되는 연쇄살인사건을 막고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뿌리 깊은 나무>은 작가가 100점이 넘는 서적과 논문 그리고 30번을 고쳐썼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한문장 한문장이 모두 계산되어 있고, 구성이 꽉 짜여져 있다.

 

열상진원, 주자소, 집현전, 경회루, 아미산, 강녕전 등이 사건의 주요무대로 등장함으로써, 우리가 무심코 그동안 보고 건너뛴 이런 조선시대 건축물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만들어졌는지 알게 된다.

 

또한 성삼문, 최만리, 정인지, 박연, 장영실, 김종서 등의 세종대왕 시절의 전설적인 문무신료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아!’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치밀한 자료조사는 등장인물 한사람 한사람의 성격을 잘 묘사해서, 소설에선 재창작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인물이당시엔 어떤 입장에 서 있었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능히 짐작케 한다.

 

그리고 마방진과 주렴계의 태극도설이 수사진행에 꼭 필요한 소재로 등장해서, 그것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당대를 더욱 깊게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뿌리 깊은 나무>는 잔인한 살인 사건을 다른 것으로 대치한다면, 어린이들을 위한 역사교재로 활용해도 좋을 만큼 가치가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뿌리 깊은 나무>의 가장 큰 장점은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설명도 많고, 오늘날로부터 벌써 5백년 전 이야기라 오늘날 우리에게 전달하기 어려운 단점들이 많음에도 타고난 이야기꾼인 작가 이정명은 훌륭한 이야기 솜씨로 독자들을 홀리는 마법을 훌륭히 발휘한다.

 

겸사복 강채윤은 타고난 수사관도 아니고, 틀린 추리도 많이 한다. 그는 왕의 호위내시인 무휼을 의심하고, 심지어 세종까지 의심케 된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역설적으로 ‘세종대왕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게 되는 반전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뿌리 깊은 나무>은 세종대왕의 나오는 장면을 최대한 줄이고, 그의 학사들과 그를 아끼는 신하들을 대거 등용시켜. 독자로 하여금 위대한 왕에 대해 다른 의미로 볼 것을 권유한다.

 

우린 <뿌리 깊은 나무>를 통해, 만백성이 잘 살고 제 뜻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을 꿈꾼 위대한 성군이신 세종대왕을 만나게 되며, 새로운 문자의 창제가 조선에 끼칠 영향 - 무엇보다 자신들의 기득권이 빼앗길 것을 염려한 세력들의 무시무시한 모략과 행동을 엿보게 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 한글의 우수성과 위대성은 다시 한번 조명되고, 세종대왕 당시의 조선이 과학과 예술과 학문이 얼마나 발전된 사회였는지, 얼마나 치열하게 서로 다른 이념이 부딪쳤는지 깨닫게 된다.

 

<뿌리 깊은 나무>은 그냥 재미로 봐도 훌륭한 소설이며, 작품을 통해 오늘날을 비추기에도 훌륭한 거울의 역할을 한다. 부족한 필자가 굳이 한 가지 단점을 잡자면, 너무 많은 이야기를 책에 담고자 한 탓에 정보량이 너무 넘치고, 구성과 결과도 조금은 도식적인 한계는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건 필자가 흠을 찾기 위해 찾은 흠결인지도 모른다.

 

<뿌리 깊은 나무>은 현재 SBS에서 한석규-장혁-신세경 주연으로 드라마화되어 인기리에 방송중이다. 드라마는 회당 억단위의 제작비가 소요되었다는 말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워낙 드라마를 재밌게 보고 있는 중인지라 ‘그런 재미’를 원하고 소설을 접했다가 내용이 너무 다른 탓에 조금 실망(?)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위대한 원작이 있었기에 지금 ‘미친 완성도’를 보여주는 드라마가 방송중이라고 여겨진다. 드라마에 대해 알고 싶다면, 세종대왕에 대해 알고 싶다면, 세종대왕에 대해 알고 싶다면, <뿌리 깊은 나무>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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