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현장취재-인터뷰

최경주 선수가 10분 넘게 기다린 사연은?

朱雀 2011. 10. 2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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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필자는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부여안고 서울역을 찾았다. 바로 최경주 선수가 주최하는 <최경주 CJ Invitational> 3라운드에 초청받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최경주 선수가 경기하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근사하지 않은가?

 

그러나 막상 버스를 타고 경기가 벌어지는 헤슬리 나인 브릿지를 향해 가면서 ‘골프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되었다. 최근에 유이 주연의 <버디버디>를 보면서 골프에 대해 ‘ㄱ’자 정도는 알게 되었으나, 정말 ㄱ자 수준 이상은 안되었다.

 

함께 동승한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이나마 귀가 트일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최경주 CJ Invitational>란 대회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어느 정도 세계적인 명성이 쌓인 선수가 아니면, 자신의 이름을 건 대회를 열 수가 없었다. -일례로 아시아에선 최초란다- 게다가 이번 대회는 KPGA가 공인한 대회로, 순위권에 들면 포인트를 쌓을 수가 있단다.

 

무엇보다 국내 골프대회의 수준을 보다 높이기 위해 국내에선 처음으로 핸드폰을 아예 입구에서 맡기고 소리를 내지 않아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끔 했단다. 덕분에 국내에선 드물게 골프선수 근처 3~4미터까지 접근해서 볼 수 있단다. 최경주 선수가 직접 락카를 들고 다니면서 골프장에 표시를 해서, 국내에서 드물게 선수에게 매우 가깝게 경기를 관람이 가능했다고.

 

무엇보다 <최경주 CJ Invitational>에 눈길이 가는 것은 그 취지다. 만약 그냥 그런 대회였다면 최경주 선수가 주최했어도 관심이 덜 갔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대회는 ‘꿈, 희망, 나눔의 대회’였다. 최경주 선수는 수익금에서 무조건 2억원을 기부하기로 했고, 그 취지에 공감한 많은 선수들이 기부를 약속하고, 갤러리들 역시 기부행사에 많이들 참여하고 있단다. 머나먼 미국까지 건너가 PGA에서 돌풍을 일으킨 최경주 선수가 이런 행사를 기획하고 한다니...그저 대단하다라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주말이라 여주로 가는 도로가 막힌다는 소시를 듣고 긴장했는데, 다행히 생각보단 덜 막혀서 낮 12시 30분 정도가 되어 도착할 수 있었다. 헤슬리 나인 브릿지에 도착하고 나서 그 상쾌한 공기와 풍광이 눈이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전체를 다 돌려면 걸어서 약 7시간 정도 걸린다는 갤러리는 가을의 완연한 기운이 전체적으로 돌고 있었다.

 

생전 처음 접한 골프장의 잔디 역시 이채로웠다. 골프공이 들어가는 홀 주변은 짧게 깎아 있고, 그 외에는 무성히 자라있어서, 문외한이 보더라도 홀 주변에 공을 붙이지 못하면 무척 어려워보였다. 홀 주변에 공을 잘 올렸어도, 주변 1미터 반경이 아니라면, 경사가 있어서 공이 다른 곳으로 굴러가기 딱 좋게 되어 있었다. 게다가 특정 홀 주변에는 벙커가 많이 있어서, 골프선수가 공을 다루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일부 갤러리분들이 최경주 선수의 경기를 기다리기 위해 16번 홀 근처에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처음에는 몰라서 '어! 저래도 되나?' 싶었다. 골프경기장에선 흔한 풍경이라고.


중계 카메라조차 선수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멀리서 잡고 있었다.


헤슬리 나인 브릿지 한켠에는 <최경주 CJ Invitational>대회를 관람하기 위해 온 갤러리들을 위한 먹거리와 마실거리 등이 준비된 천막이 길게 줄을 세워 있었다. 거기선 갓 구운 브라우니와 베이컨-방울토마토 꼬치 등이 무상으로 제공되어서 입을 즐겁게 해주기도 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아름다운 갤러리’ 행사였다. 또한 최경주 선수의 사인을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도 눈에 띄었다.

 

우선 골프경기 관람을 위해 18번 홀중 일부를 천천히 돌았다. 완연한 가을로 접어든 여주의 공기는 신선하게 내 온몸을 감싸안았고, 선수들의 호쾌한 샷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시원해질 정도였다. 갤러리들이 선수들이 TIT을 칠때는 숨조차 죽인 채 지켜보다가, ‘굿샷’이나 박수를 치면서 호응하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우린 15-16-17번 홀에서 관람했는데, 최경주 선수가 예상외로 쉽게 홀에 골프공을 넣지 못해 아쉬웠다. 그러나 새삼 우린 잘 보이지도 않는 골프코스에서 골프공을 홀 주변에 착 붙여내는 그 신기에 그저 혀를 내두를 뿐이었다. 게다가 벙커에 빠진 골프공을 홀 주변에 붙여내는 앤소니 김의 신기에는 그저 박수만 터져 나올 뿐이었다.

 

골프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음에도 경기를 보는 내내 눈길이 돌아갔다. ‘아! 골프에 대해 좀만 더 알고 봤으면’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지하다는 사실이 새삼 가슴을 아프게 했다.

 

조금 관람하다보니 어느새 2시가 넘어서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다. VIP 라운지에 올라가 살짝 식은 뷔페를 먹는데, 아! 맛이 일품이었다. 게다가 사방이 트인 골프장에서 먹으니 그 맛이 몇배로 배가 되었다. 정말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와서 함께 먹는다면 그 맛이 몇배가 될 것만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CJ 도너스 캠프’행사에 나올 최경주 선수를 기다렸다. 그리고 머지않아 모습을 드러냈는데, 놀랍게도 캠프 지도교사가 최경주 선수에게 “지금 아이들이 막 놀기 시작했거든요. 최선수께서 지금 오시면 안되니 5분만 기다려주세요”라고 정중하게 그러나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었다.

 

‘세상에! 세상에서 제일 바쁜 선수중 한명인 최프로를 기다리게 하다니. 게다가 그는 오늘 경기일정을 소화하느라 3킬로 이상을 걸으면서 골프채를 휘두르지 않았던가? 게다가 자신이 주최하는 경기다보니 이것저것 챙기느라 피곤할 텐데...전혀 그런 최경주 선수를 배려하지 않다니.’ 라는 생각이 미쳤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도교사가 너무나 건방지게 보였다.

 

그러나 조금 생각해보니, 그 지도교사의 말이 맞는 면도 있었다. 후원캠프의 지도교사가 가장 중요시할 대상은 그 누구도 아닌 아이들 이었다. 예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대통령이 참관하게 되면,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교사의 지시에 따라야 된다고. 마찬가지다. 아이들을 이끄는 지도교사로서 그는 아이들의 정신과 몸상태에 대해 누구보다 신경쓰고 책임져야할 자리에 있었다. 그는 최경주 선수가 아니라 국가원수가 와도, 아이들을 1순위로 챙겨야만 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그 지도교사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지도교사는 아이들이 충분히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10분 이상 바쁜 최경주 선수를 기다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10분이 지나서야 최경주 선수는 아이들에게 다다갈 수 있었다.

 

아이들은 이미 최경주 선수를 몇 번 만난적이 있었던 듯, 너무나 반가워하고 격의없었다. “경기 응원해줄 거죠?” “우린 길을 몰라서 내일은 못와요.” “그럼 내일 TV를 보고 응원해줘요” “내일 몇시에 어느 방송국에서 하는데요?” 라는 식의 대화 진행은 최경주 선수를 당황하게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최경주 선수를 보면서 놀라운 것은 진심으로 어린이들을 대하는 그의 모습이었다. 한 어린이가 최경주 선수가 손에 한 링을 갖고 싶다고 하자, 바로 그 자리에서 빼서 주었고, 어린이들과 함께 조를 이뤄 경기를 하면서 몹시 즐거워했다.

 

최경주 선수는 자신의 이름으로 주최한 대회를 위해 호스트로서 게스트를 챙기고, 대회에 출전했다. 당연히 피곤하기 이를 데 없을 텐데, 또 다시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면서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소탈하고 너무나 인간적으로 보였다.

 

<최경주 CJ Invitational>은 CJ 그룹의 후원으로 올해부터 3년간 열릴 계획이란다. 헤슬리 나인 브릿지는 세계 100대 골프장에 들어갈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데, 이번 기회에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원래 이런 대회를 치루면 아무래도 잔디가 상할 수 밖에 없는데,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한 대회취지와 최경주 선수를 보고 헤슬리 나인 브릿지 회원들이 동의했단다. 아울러 PGA의 세계적인 선수들도 내년과 내후년에 ‘꼭 참석하겠다’고 약속할 정도니, 내년엔 더욱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모습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자신이 골프를 통해 얻은 성과와 명성을 혼자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사회에 다시 환원하고자 애쓰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CJ 도너스 캠프에 참여한 어린이들의 희망처럼 최경주 선수가 앞으로 PGA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더욱 세계적인 선수로 오랫동안 활약하길 기대해본다.

 

추신: 최경주 선수는 자신이 이름을 내건 경기에서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그는 우승 상금을 전액 기부했단다. 참으로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도 우승을 일궈낸 그의 놀라운 집중력과 경기력에 찬사를, 그리고 그 상금을 모두 기부에 쾌척한 그의 인격에 다시 한번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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