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삼국지’는 왜 ‘알렉산더 대왕 원정기’보다 재밌는가?

朱雀 2011. 11.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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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는 왜 재미있는가? 묻기 쉬운 질문이지만 대답은 참 하기 어려운 난처한 질문이다. ‘우리는 왜 사는가?’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

 

도올 김용옥 교수는 <주역>의 문언편을 이야기하다가 ‘잠룡’단어가 나오자 너무나 자연스럽게 와룡선생 즉 제갈량의 이야기를 꺼낸다. 그리하여 저 유명한 삼고초려의 이야기를 들고 나온다.

 

당시 유비는 자신의 영토는 없었지만, 조조와 손권과 맞먹는 명성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이름 없는 선비였던 제갈공명을 찾아서 두 번이나 물먹은 사실은 어떤 면에서 대단한 모욕임에 틀림없다. 누구 말마따나 당시 최고의 무력을 가진 관운장이나 장비를 보내서 목가지를 뎅강~하고 잘라도 할 말 없는 일일수도 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당시 유비는 사마휘와 서서의 추천 외엔 딱히 제갈공명에 대해 아는 정보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가 친히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는 저자세로 일관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었다. 세 번이나 친히 찾아가서 그를 얻고 그가 좋아한 일은 그의 의동생인 관우와 장비의 입장에선 ‘제대로 짜증나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건 도올선생의 말마따나 ‘형님 위의 형님’이 생겨난 형국이니까.

 

게다가 당시 47세였던 유비보다 20세나 어린 제갈공명이 그들의 눈엔 얼마나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그러나 도올 선생의 말마따나 ‘제갈공명이전까지는 그저 힘쎈 무장 몇 명 데리고 있던 유비는, 그를 얻고 나서 비로소 삼국지세를 이룰 수 있는 군주’가 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도올 선생은 어려운 질문을 청중에게 던진다. “<알렉산더 원정기> 봤지? 그게 재밌어? <삼국지>가 재밌어?” 당연히 청중은 <삼국지>라고 답하자, “왜 그런 것 같아?”라고 묻는다. 그러자 청중석은 갑자기 고요해졌다.

 

“서양의 전쟁은 신화를 위한 싸움이었다. 알렉산더 대왕도 헤라클레스의 투구를 쓰고 원정에 나섰다. 모든 것이 신화의 모티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전쟁에선 신화가 없다. 오로지 인간세의 대의를 위해 싸웠다”라고.

 

이 얼마나 멋진 해석인가? <삼국지>를 읽은 많은 이들이 동의하겠지만, 유비는 한나라의 부흥이란 기치를 높이 들고 싸운다. 조조는 한나라가 이미 쇠퇴했기 때문에 다른 왕조를 세우려고 했다. 한마디로 유비는 복고를, 조조는 창조를 외친 셈이다.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유비는 보수고 조조는 진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도올 선생이 조조에 대해 평가했지만, 그는 인재를 엄청나게 등용했다. 자신에 대해 가혹하게 평가해도 그 인간이 쓸모가 있다고 여겨지면, 한가지 라도 재주가 있으면 받아들였다. 이런 그의 모습은 춘추전국시대로 올라가도 흔히 볼 수 있었던 현상이다. 당시의 나라들은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16개 나라들이 싸우는 형국이었으므로, 가장 전쟁이 많은 사회였지만 역설적으로 제자백가가 출현해서 사상적으로 가장 풍성한 시기이기도 했다.

 

조조는 둔전제를 시행해서 백성의 인심을 얻고자 했고, 장수와 인재를 아껴서 민심을 얻고자 처절하게 노력했다. 그건 유비-손권-조조 모두 마찬가지였다. ‘민심은 곧 천심’이란 말이 있듯이, 중국에선 적어도 민심을 획득해서 천하의 주인이 되고자하는 열망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도올 선생은 21강 첫머리에 초강대국으로 우뚝 서는 중국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두는 많은 시선을 의식한 듯이, 서구유럽과 달리 중국은 ‘인문문명의 정화’라면서, ‘다른 문명은 신화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즉 강의 시간에 <삼국지> 이야기를 꺼낸 것은 단순히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2천년이 넘도록 베스트셀러이자, 각종 영화와 게임과 만화 등으로 변주되며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컨텐츠인 <삼국지>를 예로 들어서 중국문명이 얼마나 위대한지 설명하고자 애쓴 것이라 여겨진다.

 

필자 역시 중국이 미국에 이어 패권국가가 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가진 쪽이다. 중국은 오늘날 인구수가 정체되고 있으며, 이는 중국의 소득 양극화와 우리 못잖은 물가-교육-실업 등의 문제 때문에 젊은이들이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을 포기하면서 벌어진 문제다. 2050년쯤 되면 중국은 오히려 인구가 줄어들고, 인도가 중국을 인구수로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구증가율은 한 국가의 존망이 달려있는 중대한 문제이다. -내수시장이 달려있고, 일할 수 있는 인구이자, 그들이 세금을 내고 나라를 유지하니까 말이다- 그런 탓에 오늘날 대한민국 역시 낙태금지를 정부에서 외치고, 출산보조금 등을 지급하는 게 아니겠는가?

 

그러나 중국이 비록 패권국가가 되지 못한다고 해도, 중국이 한동안 세계경제와 정세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고, 2009년 이후로 미국과의 교역량을 뛰어넘어 세배이상 되어버린 우리나라로선 중국에 대해 많이 알고 제대로 대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장 남북 문제만 봐도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지 않는가?

 

게다가 서구유럽은 중국의 공자를 비롯한 유학과 경전을 연구하고자 애쓰고 있다. 따라서 우리 역시 <중용>을 비롯한 중국고전을 알고자 애쓰고, 한문을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삼국지>를 한문 원본으로 볼 수 있게끔 책이 나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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