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독서의 즐거움

늦게 읽었지만 신선했던 ‘진보집권플랜’

朱雀 2011. 11.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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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를 들어도 그렇고, 김어준 총수를 비롯해서 진보쪽 인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조국교수에 대한 이야기를 심상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특히 <닥치고 정치>에서 김어준은 ‘진보쪽에 이만한 사람이 없다. 격하게 아낀다’라는 식으로 그의 대한 인물평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있었다.

 

조국교수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인 그야말로 ‘지식인중의 지식인’이라 할만하다. 우선 조국 교수가 눈에 띄는 부분은 그의 외모다! 진보정치인들 가운데 미남-미녀를 찾기란 솔직히 어렵지 않은가? -보수쪽은 당장 원희룡과 나경원 같은 이들이 떠오르는 것과 대조적이지 않은가?-

 

갑작스럽게 정치인을 논하면서 외모를 들먹이는 것은 아직까지 우리 유권자들이 표를 줄 때 가장 많이 따지는 부분 중에 하나가 ‘외모’이기 때문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표를 얻은 이유중에 하나가 그게 아니던가? 그러나 사실 이건 우리나라만의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미국을 봐도, 오바마 대통령은 정말 잘 생겼고, 오바마 대통령을 위협했던 공화당의 사라 페일런 역시 상당한 미인이니 말이다.

 

조국 교수는 잘 생긴 것도 잘 생긴 거지만,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버클릭 대학교 로스쿨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과 리즈 대학에서 방문학자로 연구할 정도로 엄청나게 똑똑한 인물이다.

 

이런 ‘공부벌레’들은 흔히 현실에 눈을 돌리고 대학이란 상아탑 안에 갇혀서 책과 학생들과 씨름하는 게 일반적인 우리네 현실이다. 그런데 조국 교수 1993년엔 대학원 시절엔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고, 각종 사회적 현안에 대해서 목소리 높여 이야기하면서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행동파 지식인’되시겠다. 이러니 김어준 총수가 그를 몹시 아껴하고, 시사평론가 김용민이 <조국 현상을 말하다>라는 책을 쓰는 건 당연한 일이라 여겨진다.

 

하여 많이 늦었지만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기자가 묻고 조국 교수가 답한 <진보집권플랜>이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다. 2010년 2월 초부터 9월까지 약 7개월 동안 오연호 기자와 조국 교수는 마침 집고 서로 가까운 곳에 있어서 10여차례 대담을 했고, 그 결과 이 책이 탄생했다.

 

사실 <진보집권플랜>은 지금 와서 읽으면 ‘식상한 감’이 있다. 여기서 말했던 ‘승리의 경험이 왜 중요하냐?’와 박정희식 모델이 지금은 왜 유효하지 않은지는 그동안 정치권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논의가 되고 이슈화가 되었고, 많은 이들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이 나온 시기를 살펴보자! 2010년 11월 5일이다. 그땐 지금처럼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진보통합연대 등이 소통합이 이루어지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진보집권플랜>은 이미 그때부터 진보정당의 통합과 연대를 강력하게 주장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르 둘 수 있을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4대강 사업이 이루어지고,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지면서 ‘반MB’정서가 유행처럼 번졌다. 그리고 투표율이 저조했던 20대를 향해 ‘개xx론’이란 말까지 돌 정도로 세대간-계층간 갈등이 엄청나게 심화되었다.

 

사람이 가장 무서운 것은 당장 눈앞에 호랑이가 있을 때가 아니다. 어디선가 보이지 않는 무엇이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목숨을 위협할 때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 그래서 공포영화에서 괴물이나 살인마들의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진보집권플랜>은 서로에게 실망하고 미래에 절망하는 20~30대에게 손을 내밀고, 40~50대에게 행동을 요구한다. 정치란 게 사실 얼마나 어려운 이야긴가? 우린 깨어있는 시민이 되기 위해 FTA가 무엇인지 ISD가 왜 독소조항인지 공부에 공부를 거듭해야 한다.

 

<닥치고 정치>는 정치풍자 9단인 김어준이 썼지만, 도올 김용옥 교수께서 <나꼼수>에 출연하셔서 ‘칸트 철학서가 더 쉽다’라는 고백을 할 정도로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다.

 

<진보집권플랜>은 오랫동안 학생과 시민을 향해 강연을 해온 조국교수가 오연호 기자의 질문에 대해 최대한 쉬운 이야기와 중요한 포인트를 짚기 위해 애쓴 책이다. 정치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멋진 정치입문서라 할 만하다!

 




“민생민주의 문제에 중심을 두면서 통일문제를 배치해야 합니다. 통일 문제의 제기는 남한대중의 삶을 중심으로, 그리고 그것과 연결시켜서 해야만 의미와 효과가 있습니다. ‘통일이 밥 먹여준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라는 것입니다.”




진보가 왜 집권해야 하는가? 80년대처럼 ‘정의로운 세상을 위하여’라고 막연하게 대답하면 안된다. 오늘날 정치권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의무급식을 더 많은 아이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고, 한해 천만원에 이르는 대학등록금을 절반에 절반 그리고 또 절반으로 줄여서 청년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골의사 박경철도 말한 적이 있지만, 평생동안 열심히 노력하고 일한 이들이 노후를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최소한 경제여력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도 말이다.

 

‘환경이 버스비 내주냐?’라는 어떤 시민의 비아냥에 물개가 ‘내드립니다’라는 어느 카드사의 선전처럼 ‘통일이 밥 먹어줍니다. 그것도 많이 먹어줍니다’라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주어야 한다.

 

조국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무엇을 잘했고 무엇이 미진했는지 하나하나 짚는다. 그리하여 그는 2012년 적어도 2017년에는 다시 진보가 집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내리 10년 동안 집권해서 이후에 정권이 다시 바뀌더라도 오늘날 이명박 정권에서 볼 수 있는 퇴행적인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역시 주장한다.

 

2007년 대선 당시 진보정당들은 약간의 의석을 갖게 되자 마치 영주처럼 자신의 봉토를 지키는 데 애썼고, 그리하여 대권을 빼앗겼다는 그의 지적은 진보정당들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게다가 진보정당을 지지하고 싶어도, 민주당-국민참여당-민노당-진보신당으로 갈가리 찢겨져서 유권자들이 난감해하는 대목도 정확하게 짚는다. 그리하여 그는 해법으로 일단 통합을 제시하고, 당장 통합이 어렵다면 일단 민주당을 제외한 정당끼리 합쳐서 최후엔 연대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설명한다.

 

서울대 폐지보다 중요한 것은 서울대를 분할하고, 부산대처럼 지방대학이 예전의 명성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왜 오늘날 젊은 세대가 출산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왔는지 짚는다.

 

통일처럼 커다란 문제에 대해서도 막힘없이 조국교수는 말한다. 법륜스님처럼 북한을 도우면서 비판도 하라고. 그러면서 단순히 우리가 역사적으로 한민족이었기 때문에 막연한 통일을 하려는 게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이고 확실한 입장을 주장한다.

 

나날이 노동인구가 줄어들어가는 우리 현실을 감안해서 ‘200만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이주정책이 필요하다’는 식의 급진적인 주장도 서슴치 않으며, ‘북한에겐 베트남식 경제모델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진보집권플랜>을 읽으면 아마도 많은 이들이 머릿속이 명쾌해지고, 답답한 속이 마치 활명수를 마신 듯 뻥 뚫린 듯한 느낌을 받을 거라 감히 장담한다. 40대로서 20대와 30대에게 미안함을 느끼면서, 나름대로 할 수 있는 한에서는 최선을 다해 행동하는 지식인인 그를 누가 아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따라서 오연호가 계속해서 조국교수에게 정치를 권하고, 김어준 총수가 <닥치고 정치>에서 조국교수의 등을 떠미는 발언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여겨진다. 조국교수도 말했지만 우리에겐 더 많은 정치스타가 필요하다. 그리하여 그들이 만들어가는 미래를 ‘머릿속에서 그려볼 수 있는 구체성’이 더욱 필요하다.

 

정치가 단순히 머리 아프고 귀찮은 것이 아니라, 신명나는 잔치판으로 만들자고 한다. 실제로 평생 나눔의 삶을 살아오신 분께서 새로이 서울시장에 취임하신 것처럼 말이다.

 

오늘날 우리의 진보가 정말 집권을 하기 위해서 어떤 청사진이 그려졌는지, 왜 김어준 총수가 조국교수를 그토록 격하게 아끼는지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할 정치교양입문서라 여겨진다. 이 책과 조국교수는 그 존재 자체로 오늘날 우리에게 입가에 한줄기 미소를 짓게 만드는 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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