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싱가포르

싱가포르에서 두 번이나 먹은 최고의 명물, 칠리크랩

朱雀 2011. 12. 2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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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화백이 그린 <식객>에서도 소개되는 이야기지만, 음식은 단순한 맛이 아니다. 우린 음식을 통해 기억하고 추억하게 된다. 어린 시절 맛나게 먹은 부대찌개를 찾기 위해 한국에 온 어느 실업가의 이야기나 고구마를 먹으면서 어머니를 떠올리는 에피소드 등은 음식의 맛이 단순히 먹거리이상을 우리에게 떠올리게 해준다.

 

누군가 나에게 싱가포르 최고의 음식이 뭐냐고 묻는다면, 감히 칠리 크랩이라고 답하겠다. 심지어 그 비싼 음식을 두 번이나 사먹었다! 이제 왜 그렇게 되었는지 사연을 말해보련다.

 

칠리 크랩이 싱가포르의 명물이란 사실은 싱가포르에 가기 전에 사전조사를 해서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행을 이끌고 클락키 근처에 위치한 점보를 찾아갔다.

 


너무나 아름다운 클락키의 풍경

클락키 주변엔 명소가 많은데, 세계 맥주애호가들이 성지순례하듯 찾는다는 브루웍스(Brewerkz)’도 있고, 밤이 되면 온갖 식당과 술집이 문을 여는 클락키 역시 명소 그 자체다!

 

우리가 클락키를 찾은 때는 당시 낮이었다. 클락키는 야경도 야경이지만, 낮에 볼때도 우산 같은 것이 감싸고 있고, 정말 파스텔로 그린 듯한 건물들은 아름답다는 생각을 절로 나게 해준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강물이 우리의 한강정도만 깨끗했어도 더욱 멋졌을 풍경이었다.

 

물이 탁한 게 아쉽지만, 그 위에 수시로 배들이 지나다니니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금강산도 식후경아니던가? 우린 배를 채우기 위해 점보식당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싱가포르의 명물인 칠리크랩을 먹기 위해 찾은 점보식당. 한글 안내판이 있어서 조금 놀랐다!

아무도 사전조사를 한 이가 없길래 내가 앞장섰다. 들어가다가 한글로 당신의 용품을 살피십시오라는 친절한 안내판을 보고 새삼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이곳을 찾는지 알게 될 지경이었다.

 

식탁에 앉으니 접시와 스푼을 비롯한 기본적인 세팅이 이루어졌다. 주변을 살펴보니 대다수가 칠리 크랩을 시켜 먹고 있었다. 우리 역시 칠리 크랩을 시키면서, SFOOD FRIDE RICESEAWEED PRAWN BAL을 시켰다. 칠리 크랩만 50불인 상황! 아무리 우리가 여행객이고, 한끼 정도는 비싼 걸 먹는다고 하지만, 맛이 없으면 비난을 감수해야할 판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을 찾은 대다수의 손님들이 칠리 크랩을 먹고 있어서 새삼 싱가포르의 명물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게다가 생전 처음 들어온 음식점에서 메뉴판을 고르려니 진땀이 흘렀다. 간신히 손짓발짓까지 해가며 주문을 해놓고 상을 보니 왠 물이 사각접시에 있었다. 그게 손 씻는 물이란 사실을 일행을 통해 전해들었다. 몰랐다면 정말 코믹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나 혼자 식당 안에서 마셔셔 두고두고 화젯거리(?)가 될뻔 했다. -_-;;;

 


칠리 크랩을 먹기 위해선 꼭 필요한 도구들, 펜치로는 껍질을 부수고, 옆의 스틱으론 살을 파먹거나 발라먹는데 쓴다. 두번째 가서야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


칠리 소스와 땅콩이 제공되었는데, 칠리 소스는 우리가 시킨 밥과 볼 등을 찍어먹으라고 나온 것 같았다. 땅콩은 칠리 크랩에 밥 비벼먹을 때 더욱 고소하게 먹으라고 뿌리는 일종의 고명(?) 같은 거였다.

 

SEAWEED PRAWN BAL은 조금 짜긴 했지만, 정말 맛있었다! 고소하고 바삭바삭하면서 약간 짠 게 감칠맛이 제대로였다. 칠리소스에 찍어먹으면 매콤함이 더해져서 더욱 맛났다!

 



 

SFOOD FRIDE RICE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볶음밥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쌀이 안남미이다 보니 찰기가 좀 떨어지고, 아무래도 느끼한 감이 있었다. 칠리 소스를 뿌려먹거나 칠리 크랩에 비벼 먹으면 볶음밥의 춘장과는 다른 수준의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드디어 메인인 칠리 크랩 요리! 우리나라에서 베트남 쌀국수를 먹으면 나오는 고슈가 올려져 있어서 조금 고민했지만, 맛을 보니 정말 기가 막혔고, 왜 이곳 사람들이 즐겨 먹는지 이해가 갈 수 밖에 없었다.

 


게요리가 모두 그렇듯 부셔먹는 재미가 일품이다! 더불어 껍질을 부수고 살을 발라먹을 때는 매콤함 소소의 향과 맛 그리고 게살 특유의 쫀득쫀득하고 찰진 맛에 정말 정신없이 먹게 된다.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우리가 흔히 먹는 매콤함과는 전혀 다른 매콤함을 선사하는데, 아주 중독성이 높았다. 거기에 게껍질을 부시는 재미가 있고, 씹어서 먹는 재미 역시 일품이었다. 무엇보다 게살을 좀 발라먹다가 밥을 비벼먹으면 아주 환상이었다!

 

두 번째 찾았을 때는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밥을 스팀 라이스로 시켰다. 이름 그대로 그냥 찐 밥은 아무런 양념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 하듯이 게딱지에도 비비고, 통째로 집어넣어서 비벼먹으니 정말 환상이었다!

 

싱가포르에 와서 비싼 칠리 크랩을 두 번이나 먹은 이유는, 첫 번째는 명물이라고 해서 그냥 무작정 와본 것이고, 두 번째는 매콤한게 먹고 싶어서 였다.

 


게딱지에 비벼먹거나, 남은 소스에 스팀 라이스를 비벼먹으면 정말 환상적이다! 흔히 우리 식당에서 남은 양념에 밥비벼 먹는 것과 느낌이 비슷하지만,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음식의 천국이지만, 당연히 우리나라처럼 김치가 제공되지 않고 튀긴 음식이 주로 많다. 따라서 맛있게 먹더라도 느끼함이 입안에 남기 마련이다. 한국 사람이 왜 떡볶이와 김치를 좋아하겠는가? 매콤함을 원할 때 다소 비싸긴 하지만 칠리 크랩은 최고의 대용품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게장을 먹고 게딱지에 밥을 비비는 것처럼 비벼주면, 정말 꿀맛이 따로 없다!

 

단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필자처럼 이가 약한 이들은 이가 상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칠리 크랩 소스에 잘게 부서진 게껍질이 같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가 튼튼하다면 상관없지만 필자처럼 이가 약하다면 조심스럽게 씹어야 한다. 참고로 필자는 몇 번이나 게껍질을 씹으면서 이가 상할뻔 했었다. 그것만 다소 조심한다면, 칠리 크랩은 싱가포르에서 당신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명물이 될 것이다.

 

여러 곳이 명소지만, 더위가 가신 저녁에 클락키의 경치를 구경하면서 먹는다면 그 맛과 풍미는 몇배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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