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맛기행

연인과 5년만에 호텔 뷔페를 찾은 이유, ‘세븐 스퀘어’

朱雀 2012. 3. 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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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달이 되자마자 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오는 320일이 저와 그녀가 만난지 5년이 되는 날이거든요. 그녀를 위해 무엇을 해주면 좋을지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목걸이를 사줄까? 아니면 옷을 한번? 무엇을 하면 좋을지 정말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인터넷 서핑 중에 플라자호텔에 위치한 세븐 스퀘어뷔페관련 포스팅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여친사마와 호텔 뷔페를 간 적이 한번도 없더라구요. 물론 호텔은 아니지만 나름 근사한 곳을 몇 번 찾아갔지만, 새로운 기분전환을 위해 전화예약을 했답니다. 그리고 당일날 플라자호텔로 찾아갔습니다.

 

배고프다는 그녀에게 절대 밥 먹지마라고 신신당부하고 시청으로 데려온 탓에 어느 정도 눈치를 챌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 오전 1150분쯤에 도착했는데, 슬슬 들어갈 수 있더군요.

 

들어가니 아직은 조금 이른 시간인지라 빈 테이블이 여기저기 보였습니다. 쉐프들은 각 음식코너에서 마무리에 분주했고, 세팅된 테이블 위에는 와인이 하나씩 있었습니다.

 

혹시나?’하는 생각에 와인은 따로 돈 받는 것인지 물어보니, 역시 그렇더군요. 처음 간 촌놈티를 팍팍 낸 것이 되버렸지요. 별 다른 생각없이 음식코너 사진을 찍는데, ‘안된다고 제지가 오더군요. 무척 아쉽더군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음식을 그릇에 담아서 찍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접시엔 샐러드와 연어를 담아봤습니다. 여친님의 취향이었는데, 연어는 부드럽고 아스파라거스를 비롯한 야채는 싱싱하고 간이 적당해서 먹기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전 고기를 먹고 싶어서 탕수육과 스테이크등을 담아봤습니다. 스테이크는 쉐프가 직접 구워주는데, 미디움웰던 정도로 익혀주더군요. 식감이 저는 괜찮았는데, 좀더 레어를 좋아하는 분들은 미리 부탁을 해야할 것 같았습니다.

 

탕수육은 괜찮았고, 김치는 예상외로 맛있었습니다. 요새 결혼식 등을 가면 김치를 중국산을 쓰는지 맛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괜찮아서 좋았습니다. 한국 사람은 역시 밑반찬으로 김치가 제격이니까요?

 

다음은 인기가 좋은 회와 초밥을 가져왔습니다. 광어회와 참치회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었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결혼식 뷔페를 보면 참치회를 비롯해서 너무 차게해서 식감이 별로인 경우가 많았는데, 여긴 적당하게 녹아서 먹기 좋았습니다.

 

특히 광어회의 경우엔 횟집에서 먹는 것처럼 싱싱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초밥의 경우 예상보다 괜찮은 수준이었습니다. 된장국은 대다수의 뷔페가 그렇듯 직접 떠서 버섯과 미역등의 고명을 얹는데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의외의 감동은 호박죽이었습니다! 대다수의 호박죽은 단맛밖에 기억이 안 나는데, 이곳에선 설탕을 비롯한 인공적인 감미료를 거의 넣지 않고 재료 본래의 맛을 살리고자 애쓴 것 같더군요. 처음에는 뭐야?’싶었는데, 먹으면서 오호!’라고 감탄사가 바뀌었습니다.

 

회와 스시코너와 더불어 가장 많이 사람들이 찾는 게를 저도 가져다 먹어 봤습니다. 먹기 좋게 가운데를 잘라서 툭 분지르니 살이 쏘옥 빠져나와서 맛나게 먹었습니다. 게살이 정말 먹기 좋아서, 좋아하는 사람은 이것만 가져도 먹어도 괜찮을 듯 싶었습니다.

 

여친께서 전복을 가져오셔서 반쯤 잘라 서로 사이좋게 나눠먹고, 피자와 카레 그리고 난을 가져다 먹기도 했습니다. 피자는 맛있었고, 카레와 난의 궁합도 좋았습니다. 아쉬운 건 카레는 한 종류라는 정도? 특이한 건 난은 일반적인 난과 달리 겹겹이 씹히는 게 오히려 패스츄리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누룽지탕은 누룽지위에 소스를 부어서 가져다 먹는 식이었는데, 소스와 버섯을 비롯한 해산물과 누룽지의 조화가 훌륭하더군요. 다소 배부른 상황에서도 끝까지 먹을 만큼 매혹적이었습니다.

 

에스프레소를 원하는 여친님을 위해 뽑으러 가니, 호텔답게 담당직원이 따로 있으셔서 뽑아주더군요. 커피를 보니 빵과 과일이 욕심나서 가져와봤습니다. 빵은 에릭 케제르에서 제공하는 것 같은데...제공되는 세 가지 맛의 치즈와 곁들여 먹으니 정말 좋았습니다!

 

여친께선 후식으로 각종 케잌과 파이 등을 가져왔는데, 먹으면서 원더풀이란 찬사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다른 음식도 훌륭하지만 이곳 파티쉐는 정말 훌륭한 것 같았습니다.

 

세븐 스퀘어는 플라자 호텔 2층에 위치해있고, 가격은 주말과 휴일에는 점심과 저녁 모두 부가세와 봉사료가 붙어서 72,000원입니다. 결코 싼 가격은 아니죠. 게다가 제가 서울에 있는 다른 호텔 뷔페를 먹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비교해서 말하기란 참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여친이랑 함께 나름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이곳저곳을 다녀봤지만, 정말 춤을 출 정도로 신나하면서 먹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흐뭇해지더군요. 물론 저 역시 맛난 걸 많이 먹어서 행복했구요.

 

어찌보면 사치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살면서 가끔 이런 사치도 괜찮다고 생각해 봅니다. 특별한 날엔 특별한 추억이 필요하니까요. 지난 5년을 돌이켜보니 특별히 여친에게 잘 해준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어느샌가 제 생활이 바쁘고 힘들어져서 한달에 만나는 회수도 처음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고, 바래다 주는 일도 그렇구요.

 

참 잘해주지 못하고, 어떨 때는 말도 무뚝뚝하게 하는데, 별다른 불평없이 늘 곁에 있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호텔 뷔페에 그녀를 모시고 가는 일은 아마 앞으로도 연중 행사가 아니라 몇 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 될 겁니다.

 

그러나 음식을 접시에 담아서 사진을 위해 세팅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그걸 새로 산 스마트폰에 카톡으로 전해달라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참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조금 비싸지만 맛도 좋았고, 오랜만에 그녀와 낭만적인 분위기를 잡을 수 있어서 무척 좋았습니다. 새삼 그녀에게 5년 동안 사랑했고, 앞으로도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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