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맛기행

거부할 수 없는 닭강정의 유혹! ‘치킨이 빨개졌다’

朱雀 2012. 3.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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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그렇겠지만, 필자 역시 치킨을 무척 좋아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밤늦게 얼큰하게 취하셔서 시장통에서 사온 치킨의 맛은 지금도 선명하다. 적당히 느끼한 그 통닭은 식어도 맛이 좋았고, 아침에 일어나서 프라이팬에 데워먹어도 그만이었다.

 

이젠 맛있는 먹거리가 늘어났지만 그때의 통닭 맛은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 이후 치킨은 수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늘 프라이드 치킨만 먹다가 1980년대 후반쯤 생겨난 양념통닭은 지금도 엄청난 변화로 기억된다.

 

필자가 이런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생활에서 가장 흔하게 먹지만, 가장 맛있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마치 흔하게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먹지만 맛있는 집을 찾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필자가 찾아간 닭강정 집은 신촌에 위치한 치킨이 빨개졌다이다. 개인적으로 사람이 붐비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일부러 오후 2시쯤 이른 시간에 찾아갔다. 물론 혹시나 싶어서 전화로 그 시간에 홀이 문 여는지를 확인했다.

 

이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 중에 하나는 미리 초벌구이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조차 빨리빨리라는 말을 알 정도로 성질 급한 한국인에게 초벌구이를 해뒀다가 바로 다시 재벌해서 내놓으면 금방 먹을 순 있다. 그러나 초벌구이를 해놓고 무작정 기다리면 치킨이 굳는 과정에서 육즙이 빠져나가면서 뻣뻣하고 퍽퍽해질 수 밖에 없다.

 

치킨이 빨개졌다에서 주문을 하면 “10분정도 기다려주세요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맛만 있다면야 10분이 아니라 30분도 기다릴 수 있습니다라고 속으로 답변하고 기다렸다.

 

화장실마저 '치빨의 매력포인트'를 적어놓은 꼼꼼함이 무척 재밌게 다가왔다. 그만큼 맛에 대한 자신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기다리면서 주위를 살피니 치킨이 빨개졌다만의 특징이 적혀있는 판넬들이 눈에 띈다. 정성껏 재료를 손질해서 치빨만의 노하우로 숙성시키고 반죽해서 무쇠솥에 튀긴다는 스토리가 들어왔다.

 

주문을 하고 나니, 무와 접시 등이 나왔다. 무는 비교적 신선해보였다. 눈에 띄는 것은 스파게티면을 소금을 넣고 튀긴 것이었다. 보통 뻥튀기만 많이 보다가 이런 것을 보니 신선했다.

 

맛을 보니 역시 스파게티면이었다! 특별한 맛은 없었으나 짭쪼름하니 먹다보니 계속해서 손이 갔다. 치킨을 먹기 전에 입맛을 버릴까 염려되어 조금 먹다가 말았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드디어 기다리던 치킨이 나왔다. 한번 주문에 다양한 메뉴를 맛보고 싶어서 삼색 세트를 시켰다. 왼쪽부터 양념-후라이드-매운맛 순이었다.

 

양념강정은 생각보다 달콤했다. 그렇다고 기분 나쁠 정도로 찐득찐득하게 달지는 않았다. 대학가 주변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단맛을 자제한 편이었다. 개인적으로 입맛에 가장 맞는 것은 역시 후라이드 였다.

 

무엇보다 그냥 닭강정은 두 가지 소스에 찍어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양념소스와 마늘 소스가 제공되었는데, 양념소스는 일반 치킨집에서도 맛볼 수 있는 평범한 소스였다. 반면 마늘소스는 무척 달랐다.

 

마늘 맛이 나면서도 마늘의 톡쏘는 매력을 한껏 살린, 그러면서도 무작정 맵지 않은 감칠맛이 남아있었다. 닭강정을 마늘 소스에 찍어먹으면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다.

 

매운 맛은 처음에 먹을 때만 해도 별로 안 맵네라고 생각했다. 최근 치킨집을 가보면 다 그렇듯이 매운게 아니라 단맛이 강한 매콤함으로 오해했다. 그러나 먹으면 먹을수록 점점 입안에 매운 맛이 남기 시작했다. 결국 콜라를 마시지 않을 정도로 입안에 매운 맛이 강하게 남았다.

 

필자가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것을 감안해도 상당히 매력적인 매운 맛이었다. 무엇보다 세 가지 맛의 닭강정이 모두 마음에 든 점은 치킨특유의 느끼함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치킨을 좋아하는 탓에 여기저기 맛집을 많이 가봤지만 때때로 맛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너무 느끼해서 실망하고 돌아선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특제소스와 튀김옷을 입혀서 그런지, 바삭함도 좋았고, 무엇보다 느끼함이 별로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이런 치킨에 맥주 한잔이면 끝내주겠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였다. 해가 진 저녁이었다면 못하는 맥주 몇 잔을 시킬 정도로 강하게 맥주를 마시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시간이 너무 이른 탓에 홀에는 별로 사람이 없었지만, 전화기는 계속해서 불이 나면서 배달 주문이 들어오고 있었다. 괜시리 이런 닭강정을 집에서 편하게 시켜서 먹을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이 부러울 지경이었다.

 

치킨이 빨개졌다‘30년 전통이란 선전문구가 절절하게 느껴질 정도로 맛집이었다. 신촌 근처에 올 일이 있다면, 치킨을 좋아한다면 한번쯤 가볼 만한 곳이라 여겨진다. 다음에 이 근처에 올 일이 생긴다면, 그땐 시켜보지 못한 닭발 등의 다른 메뉴를 꼭 한번 주문해보고 싶다. 몇 번이고 다시 방문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닭강정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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