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공연 전시

행복했던 교향악 축제 관람, ‘한화와 함께하는 2012 교향악 축제’

朱雀 2012. 4. 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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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저녁 7, 비는 생각보다 꽤 많이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필자는 친한 지인과 함께 한화와 함께하는 2012 교향악 축제를 관람하고자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로 향했다.

 

삭막했던 내 삶에 한줄기 비처럼 적셔줄 교향악 축제를 즐기러 온 탓일까? 한동안 가물었던 서울 하늘에는 시원스럽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예술의 전당에 도착하니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교향악 축제를 즐기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초대권을 받고 다시 표로 바꾸고 잠시 기다렸다가 콘서트홀로 입성(?)했다. 필자가 음악을 감상하러 간 날은 충남교향악단이 연주하는 날이었다! 오케스트라의 악장이 등장하고 그는 현악기 전체의 음악을 맞췄다.

 

그리고 마침내 윤승업 지휘자가 입장했다. 좌석이 떠나갈 듯 박소소리가 요란했고,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전주곡과 사랑의 죽음이 연주되었다. 다행히 이번 교향악 축제를 오기 전에 나름 책을 찾아 읽으면서 바그너가 독일 민족주의와 신화를 섞어서 새로운 음악을 창조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또 얼마나 유명한 신화인가? 용을 무찌른 왕자 트리스탄이 마르케 왕의 배필이 될 이졸데를 데리고 오다가 실수로 사랑의 음료를 마셔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지 않던가?

 

마르케 왕과 결혼하고도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만나다가 결국 사형을 피해 도망을 가고, 다시 이졸데는 돌아가고, 트리스탄은 사랑하는 이를 잊지 못해 죽지 않던가? 나중에 모든 사정을 안 마르케 왕은 이졸데를 보내지만 이미 늦어서 이졸데 역시 사랑하는 트리스탄의 시체 위에 쓰러져 죽지 않던가?

 


충남교향악단 - 사진출처: 예술의 전당 보도자료


그러나 음악을 들으면서 그런 장면들을 떠올리기엔 필자의 소양이 너무나 부족했다. 허나 음악을 들으면서 신화와 민족주의를 섞어내서 독특한 음악 세계를 개척한 장인의 숨결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뒤를 이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보에 협주곡 D장조 AV.144'는 더 듣기 편했다. 아무래도 영화 <미션>의 수록곡인 <넬라 판타지아>를 오보에 연주곡으로 들은 탓인 듯 싶었다.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통해 습자지처럼 얇게 아는 지식으론 오보에는 목관악기에 속하며, 연주자가 입을 데는 리드를 연주자가 손수 깎아서 물에 적셔서 길들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연주자가 어떻게 리드를 깎고 길을 들이냐?’에 따라서 소리가 달라지는 까다로운 악기로, 마치 설명을 듣는 내내 예쁘지만 성질이 까다로운 미녀를 떠올리게 하는 악기 였다.

 

플롯처럼 맑고 청아한 것 같으면서도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오보에의 소리를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들으니 기분이 묘해졌다. 아마 필자 역시 많이 가지 않았지만 예전에 클래식 연주회 등에서 오보에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고문을 당하는 기분으로 즐기질 못해서 별다른 기억이 없는 것 같았다. 이제 나이를 조금 먹어 연주를 들으니 기분이 묘해졌다. 위에서 밝혔지만 필자는 클래식에 대해 평을 할 만큼 전문적인 소양이나 기초지식이 없다.

 


이윤정 오보에 연주자 - 사진출처: 예술의 전당 보도자료

현재 경희대학교 조교수로 재직중인 이윤정 오보에 연주자는 줄리어드 음대를 거쳐 각종 협연을 한 실력파 솔리스트라고 한다. 국내에선 드물게 대표적 목관주자로 손꼽힌다고.




그저 모차르트-헨델-바흐-베토벤-슈베르트처럼 아주 유명한 음악가들의 유명한 곡을 조금 들어서 아는 정도이다. 따라서 전혀 생소한 바그너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음악을 듣는 것은 어떤 면에서 고역이긴 했다.

 

그들의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충남교향악단에선 어떤 식으로 해석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때론 열정에 사무쳐서 때론 신들린 듯 지휘하는 윤승업 지휘자와 마치 끝없이 연주하는 듯 쉼없이 불어대는 이윤정 오보에 연주자의 연주를 들으면서, 신세계로 가는 이정표를 조금이나마 본 느낌이었다.

 

바그너의 음악이 신비하면서도 장엄했다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곡은 서정적이면서도 전원적인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더욱 자세히 말해보라고 한다면 침묵은 금이요. 음악은 평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다라는 오래된 금언을 들고 나올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한 가지, 음식에 비유한다면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마치 고급스런 정찬을 먹는 기분이었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보에 협주곡은 진한 뉴욕 치즈 케이크를 음미하는 느낌이 들었다.

 

1시간의 연주회가 끝나고 10분 정도의 인터미션이 생겼다. 화장실로 가기 위해 나서다가 수십명의 군인들을 보고 놀라고 말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군인들 외에도 10대부터 60대의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관객들이 거의 빈틈없이 꽉 채우고 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마지막곡인 버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Sz. 116'은 인내심을 시험하는 협주곡이었다! 너무 익숙하지 않은 협주곡에 온갖 잡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한번 필자의 무지함을 탓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악기가 대세였던 1악장이 지나가고 목관악기가 지배하는 2악장, 애초로운 3악장, 정신없이 빨라지는 마지막 악장들을 들으면서 마치 풀코스 요리를 먹은 듯한 음악적 포만감을 느끼게 되었다.

 

윤승업 지휘자 - 사진출처: 예술의 전당 보도자료

윤승업 지휘자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각종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함으로써 명성을 떨쳤고, 2008년 귀국후엔 세종대학교와 서경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고, KBS 교향악단, 청주시립교향악단, 군포프라임필하모닉 등에서 객원지휘, 2011년엔 공채오디션을 통과해서 충남교향악단의 4대 지휘가된 그야말로 실력파 지휘자였다!





예정된 협주곡까지 모두 마치고 윤승업 지휘자는 교향악 축제에 서는 것이 나의 오랜 꿈이었고, 저도 교향악 축제를 보면서 지휘자의 꿈을 키웠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나 꿈의 무대인 교향악 축제에 설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할 때는 색다른 감회에 젖어들었다.

 

윤승업 지휘자는 교향악 축제에서 연주하면서 정작 교향악은 없었다면서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하나를 골라 연주를 시작했다. 차이코프스키를 이름만 많이 들어봤을 뿐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을 텐데도, 훨씬 수월하게 귀에 들어오는 것을 보니 아마 영화나 CF 혹은 기억조차 못하는 음악 감상회 등에서 들어본 듯 했다.

한화와 함께하는 2012  교향악축제 스케줄 및 예매하러 가기! <-클릭!


한하와 함께하는 2012 교향악 축제는 올해로 벌써 24번째 행사인 걸로 알고 있다. 18개의 교향악단과 두개의 대학 오케스트라가 이름을 걸고 아름다운 진검승부를 펼치는 교향악축제는 제일 비싼 입장권도 3만원이며, 제일 싼 입장권은 1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한화그룹이 후원한 탓에 이토록 입장권이 저렴한 것이리라.

 

따라서 조금의 부지럼만 갖추면 저렴한 가격으로 평상시 듣기 힘들었던 다양한 클래식 음악들을 직접 현장에서 다양하게 들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필자는 한화프렌즈 기자단의 자격으로 그런 연주회를 즐길 수 있어서 무척이나 귀중한 경험이었다.

 

연주회를 듣고 나니, 집안에 먼지를 뒤집어쓴 스피커와 앰프들이 떠올랐다. 한때는 오디오에 미쳐서 각종 클래식과 재즈를 들으면서 공부를 한답시고 감상을 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저런 일을 하면서 점점 음악과 멀어졌다.

 

클래식이 오늘날 한국 대중들에게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친숙하지 않고 듣기 위해선 공부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바그너 등이 활약하던 시기에는 아마 오늘날 대중가요와 비슷한 위치였을 것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비싼 입장권 가격 때문에 더욱 거리감이 느껴졌으리라. 그런 면에서 무려 20일 넘도록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단돈 1만원에 매일 감상할 수 있는 한하와 함께하는 2012 교향악 축제는 무척 소중하다고 느껴진다. 자주는 아니겠지만, 바그너-리하트르 슈트라우스처럼 생소한 작곡가의 CD를 사서 듣게 될 것 같다.

 

아마 그 클래식 음악이 내 삶에 조그마한 위로가 되지 않을까? 이번 교향악 축제를 즐긴 누군가는 윤승업 지휘자처럼 훌륭한 지휘자가 되기 위해 힘쓸 것이고, 연주자는 더욱 자신의 연주실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누군가는 필자처럼 삶의 조그마한 위안을 얻고, 누군가는 예술적 영감을 얻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여겨진다.

 



한화데이즈 이벤트 페이지(<-클릭)


끝으로 현재 한화데이즈에서 진행하는 이벤트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한하와 함께하는 2012 교향악 축제를 알리는 이들에게 연주회 티켓을 주는 이벤트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 주말에 연인과 봄나들이로 연주회를 가고 싶다면 괜찮은 이벤트가 될 것이라 여겨져 소개한다. 아직 며칠의 여유가 있으니 한번 참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부디 여러분들도 필자처럼 조그마한 감동 한조각이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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