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시청자도 숨막혔던 지현우와 유인나의 재회, ‘인현왕후의 남자’

朱雀 2012. 5.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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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인현왕후의 남자> 10회에서 최고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모든 시청자들이 입을 모아 시상식장에서 재회한 유인나와 김붕도의 부분을 들지 않을까 싶다. 너무나 사랑했지만 볼 수 없었던 두 사람의 재회는 괜시리 시청자조차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감동스런 순간이었다.

 

물론 이 순간을 위해 드라마는 착실하게 준비(?)를 했다. 우선 유인나가 연기하는 최희진의 경우엔, 자신이 사랑하지도 않는 한동민과 공개 연인이 되버린 상황을 견뎌하지 못했다.

 

그녀는 시도 때도 없이 자신에게 나타나서 사랑을 고백하는 한동민을 보면서 무척 난감해한다. 물론 그녀의 새로운 기억에선 한동민이 자신을 죽자사자 쫓아다니면서 용서를 빌고, 결국 자신도 못 이겨준 척 받아들였지만, 300년전 조선시대에서 온 김붕도와 연인이 된 기억이 있는 그녀로선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결국 최희진은 참다 못해 한동민과의 관계를 끝내려고 하지만, 매니저이자 절친인 조수경은 사표를 던지면서까지 막는다. 그녀의 입장에선 당연한 일이다. 고생고생하다가 이제야 간신히 탄탄대로가 열렸는데, 꿈속에서 본 남자를 잊지 못하고 현실의 대박(?)인 한류스타 한동민을 차버린다는 것은, 굴러들어온 호박을 발로 차버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김붕도는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 때문에 혼란스러워 한다. ‘맛이 갔다처럼 21세기 표현을 조선에서 쓰고, ‘인현왕후처럼 아직 그 당시엔 있지도 않은 휘호를 말하게 된다.

 

김붕도는 조정에 출사해서 인현왕후를 만나서 자신이 누구를 만났는지 고민케 되고, 부적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 필자가 인상 깊게 본 장면 중에 하나는 김붕도가 부적을 되찾는 장면이다.

 

김붕도의 부적은 조선시대와 21세기 서울을 오갈 수 있는 레어아이템이다. 따라서 전에 필자는 부적을 다른 이가 가졌을 경우,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면서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질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김붕도의 부적은 오직 김붕도만이 쓸 수 있게 함으로써, 다른 곁가지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을 막았다. 대신 김붕도의 부적에 대해 자객들이 알게 됨으로써 향후 그가 위험에 빠질 가능성을 더욱 예고했다.

 

사실 10화 역시 그렇다할 내용이 별로 없다. 21세기의 최희진은 김붕도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찾아보면서, 300년전 그가 갑술환국이후 조정에 출사했다가 숙종으로부터 영의정의 셋째딸과 혼인하라는 명령 아닌 명령(?)-사실은 중매-을 듣는 것을 보며 화를 낸다.

 

그런데 그런 질투를 하는 유인나의 연기력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웃음과 함께 그녀가 얼마나 김붕도를 사랑하는지 다시금 일깨워준다. 밤중에 자신의 집으로 찾아와서 사랑을 속삭이는 한동민을 향해 괜찮다라고 말하면서도 눈도 못 마주치고, 싫은 사람을 억지로 받아들이는 듯한 그녀의 태도 역시 연기라고 믿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특히 매니저와 울기직전까지 감정을 토로하는 장면에선 그녀의 혼란스러운 감정이 뚝뚝 묻어나올 지경이었다. 그런 탓인지 오히려 자객들과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치는 김붕도가 상대적으로 덜 안타까워(?) 보일 지경이었다.

 

물론 김붕도역의 지현우 역시 제몫을 톡톡히 해내긴 했다. 현대로 되돌아온 그가 최희진과의 기억을 떠올리며 선비복장을 하고 광화문 네거리에서 서 있는 장면은 그 자체로 알 수 없는 먹먹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그가 공중전화박스에서 최희진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는데, 안타깝게도 매니저가 받아서 중간에서 최희진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방해공작을 할 때는 더더욱 안타까웠다. 바쁘디 바쁜 여배우를 연락이 닿지 않는데, 어떻게 조선시대의 선비인 김붕도가 다시 재회를 할 수 있을까?’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건 필자의 쓸데없는 오지랖이었다. 천재선비 김붕도는 인터넷 검색을 했는지 최희진이 수상하러 가는 레드카펫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최희진이 주위를 둘러보다 김붕도를 보고 나서 짓는 표정은 예술이었다.

 

거기엔 놀라움과 환희 등이 뒤범벅이 되었지만, 특히 마지막은 왜 이제야 온 거에요?’라는 질책어린 시선이 있는 것 같았다. 이에 반해 아무런 말없이 알 수 없는 오묘한 미소를 띤 김붕도는 마치 미안하오. 일이 있어서 약속보다 좀 늦었소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브라운관으로 보는 유인나와 지현우의 모습은 정말 사랑하는 사이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묘한 시선을 주고 받았다. 그들의 표정과 손짓과 몸짓 그리고 눈빛엔 연인끼리만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모조리 농축되어 있었다. 연기든 아니든 그 정도로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두 사람의 모습은 별 다른 설명 없이도 대사 없이도 어렵게 재회한 두 연인의 마음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정말 멋지기 그지 없는 <인현왕후의 남자>의 명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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