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독서의 즐거움

로마 그 천년의 이야기, ‘로마’

朱雀 2012. 8.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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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로마라고 하면 환장을 한다. 아마도 그건 어린 시절 본 <벤허> 같은 영화 탓이리라. 잘 알지도 못하지만 전 세계를 다스린 (정확히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지역을 다스린) 로마는 항상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나이를 먹고 철이 들어서 읽은 시오노 나노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필자를 열광케 하기에 충분했고, 이후론 국내에서 로마관련 서적이 나오면 찾아서 읽어보게끔 되었다.

 

그중 손에 꼽는 최고의 책 중에는 단연 스티븐 세일러의 <로마 서브 로사>를 빼놓을 수가 없다. 고르디아누스가 주인공인 이 시리즈에선 술라, 키케로, 크라수스 등의 우리 귀에 익숙한 역사적 인물들이 등장한다.

 

<로마 서브 로사>는 팩션의 한계가 어디인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분명 꾸며낸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지만, 세세한 로마에 대한 묘사는 천년이란 세월을 뛰어넘어 로마를 오늘날 우리에게 생생하게 전달해낸다.

 


로마판 탐정인 고르디아누스가 주인공인 <로마 서브 로사>. 로마 역사를 관통하는
스티븐 세일러의 교묘한 필법은 사실과 환상의 경계선을 너무나 손쉽게 넘어버린다!
국내에는 10권중 4권만 번역되어 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로마 고위층의 정치투쟁은 물론이요, 뒷골목의 적나라한 풍경까지. 현존하는 모든 로마 관련 자료를 이잡듯이 뒤집어서 본 저자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상상인지도저히 분간할 수 없게끔 만든다.

 

스티븐 세일러의 그런 장기는 <로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하 두권으로 이루어진 <로마>는 파스키누스를 가진 포티티우스 가의 인물이 그 주인공이다.

 

세계의 수도가 된 로마가 아직 도시는 커녕 사람들조차 살지 않는 BC 1000년 경부터 이야기를 풀어내는 <로마>는 신화와 역사가 분리되지 않는 시절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직 로마가 소금장수와 쇠붙이 장수가 쉬어가던 길목에 불과할 때, 남근의 상징인 파스키누스가 어떻게 포티티우스 가문에 전해지게 되었는지 밝혀준다.

 

이후 테베레 강을 굽어보는 일곱 개의 언덕이 소수의 무리들이 살아가게 되고, 키쿠스 라는 괴물이 찾아오고, 이를 헤라클레스가 격퇴하는 이야기가 담겨진다.

 

이후 <로마>는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를 거쳐, 로마에서 마지막 왕을 쫓아낸 코리올라누스, 10인 위원회의 12표법, BC 390년 로마가 갈리아인에게 점령되는 사건을 거쳐, 2차 포에니 전쟁, 그라쿠스 형제와 독재관 술라, 그리고 카이사르를 통해 천년의 이야기를 끝낸다.

 

BC 1000년 부터 1년까지 천년의 이야기를 과연 누가 이토록 재밌게 그려낼 수 있을까?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포티티우스 가문의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난 다는 점이다.

 

물론 천년이 넘도록 대를 이어가며 결국엔 카이사르의 유산 상속자 중에 한명으로 그려지는 장면은 인상깊었다. 그러나 그 과정까지 우여곡절은 눈물이 날 지경이다.

 

포티티우스가의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남자다. 그중 한명 정도가 여성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유서깊은 가문의 사람들로 소개되지만, 역사의 주인공이라기보다 주변인물로서 평범한 인물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카이사르 같은 역사적 인물을 보여주기 위해선 당연한 가정일수도 있다. <로마>에서 스티븐 세일러는 자신의 장기를 완벽하게 발휘한다.

 

레물루스가 자신들의 신하에 의해 죽는 것이 시간이 흘러 몇 백년 후에는 하늘로 승천하는 것으로 그려지는 것은 인간이 기록한 역사가 어떻게 신화로 변질되는지 보여주는지 좋은 예라 할 것이다.

 

스스로 로마역사에 있어서 전문가인 스티븐 세일러는 역사의 빈칸을 대담한 상상력으로 그려낸다. 이를테면 파르티아를 상대로 전쟁을 결심한 카이사르가 외종손자인 루키우스를 향해 자신은 로마를 제외한 다른 모든 식민지에서 왕칭호를 받아들일 거란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좋은 예일 것이다.

 

브루투스를 비롯한 공화주의자들이 카이사를 암살한 이유가 그가 왕이 될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카이사르의 업적과 그의 인품엔 존경하는 이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로마의 공화정이 무너지고, 재정시대가 시작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그들은 암살을 결심했다. 그러나 결과는 익히 아는대로 옥타비아누스가 사실상 황제가 되면서 제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필자가 느끼는 로마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뒤로 하고,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고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지나간 역사에서 배우기 위해서다. 물론 로마는 지금으로부터 2천년 전의 제국이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오늘날 서구문물의 제도와 사회곳곳에는 로마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로마의 독수리 문장은 오늘날 미국을 비롯한 서구유럽 상당수 나라의 상징으로 남아있지 않던가?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모습 역시 로마를 많이 닮아있다. 이를테면 카이사르가 정복한 갈리아 지방의 유력 가문의 자제들이 로마로 유학을 오는 모습은 미국의 풀브라이트 장학금과 닮아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몸에 흐르는 흑인의 피는, 노예로 미국에 끌려온 모든 흑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미국은 제국으로서 로마와 여러 면에서 흡사한 면이 많다.

 

따라서 스티븐 세일러를 비롯한 역사가들이 로마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로마가 정복전쟁을 통해 축적된 부가 귀족에게만 집중되자 평민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결국 그라쿠스 형제에 의해 개혁안이 내놓게 된다. 물론 알다시피 그라쿠스 형제는 집요한 귀족계층의 방해공작에 의해 퇴출당하고 암살당하고 그들이 낸 법안들은 폐기된다.

 

그 당시로만 보면 그들은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우리도 알다시피 귀족계층들 역시 평민들의 불만을 깨닫고 사회의 존속을 위해 양보하게 된다.

 

<로마>는 그런 과정을 11편의 중편들을 통해서 재밌게 우리에게 전달하며, 귀족계층과 평민들의 첨예한 대립과 그들이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각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을 통해 알려준다. <로마>는 단순히 이야기로 받아들여도 재미가 있다.

 

그러나 당신이 만약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뭔가를 배우고자 한다면, 그 자체로 좋은 역사 교과서 역할도 동시에 수행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전 10권인 <로마 서브 로사>가 겨우 4권까지만 출간된 것처럼, <로마>의 후속작인 <제국>이 언제 나올지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필자가 부족한 리뷰글이 조금이나마 스티븐 세일러의 <로마><로마 서브 로사>가 알려지는 데 기여를 해서, <제국><로마 서브 로사> 5권 이후의 출간을 기원하는 바이다. 참으로 간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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