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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이어 어제 방송된 한비야편은 들으면 들을수록 눈물과 함께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다.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면서 나와 가족 그리고 친구 외에는 다른 사람의 일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어쩌다 기부금을 내고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이들에게 약간의 돈을 내며 혼자 만족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런 나에게 한비야의 한마디 한마디는 말그대로 바늘이 되어 심장을 찔러왔다. 그녀는 자신이 좋은 일을 한다고 하지 않았다. 아니 남좋은 일은 하는게 아니라고 했다. 자신이 너무나 좋기 때문에 자신의 심장을 뛰게 하기 때문에 한다고 했다.

오지여행을 다니던 한비야는 구호요원들을 만났단다. 그들은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에게 링거를 맞혀주고 먹을 것을 나눠주고 피난처를 세워줬다. 그런 모습은 너무나 멋지게 한비야에게 각인되었다.

“내 시간, 에너지, 땀, 기도를 투자해서 이정도 가치있는 일이 또 없을 것 같다”란 한비야의 말은 진심이 담겨져 있기에 더욱 절절히 전해져왔다. 그녀는 자신이 행운아라고 했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구호요원으로 가있기 때문에. 귀중한 식량을 전달하는 것이 무한한 영광이자 행운이라고 말하는 그녀 앞에서 절로 숙연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그녀는 곧 참혹한 구호현장의 진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녀는 오지여행을 다니면서 참혹한 것을 많이 봤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 여겼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차원이 달랐다.

오랜 전쟁 때문에 영양 실조에 걸린 아이들을 만났는데, 그들의 입주변이 퍼랬다. 알고 보니 풀을 먹었는데, 놀랍게도 그건 독초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부모들이 그것이 독초인 것을 알았음에도, 어차피 죽을 아이이기 때문에 죽기 전에 배라도 불리기 위해 독초를 먹인 사실이었다.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식수는 더더욱 큰 문제였다. 아프리카는 오지라서 물을 구하려면 최소한 서너시간은 걸어가야 한다. 그런데 물이 귀하다보니 사람과 동물이 같이 먹는데, 심지어 그곳에서 용변까지 해결한다. 비위생적인 환경이다보니 당연히 기생충이 있었다. 보통 기생충은 대변에 섞어 나오지만, 기니아충이라 불리는 이것들은 끔찍하게도 살을 뚫고 나온단다. 심지어 1미터가 넘는 것도 있단다. 손과 발을 통해 나오면 그나마 다행인데, 만약 뇌나 배를 뚫고 나오면 죽고 만다. 결국 물하나 때문에 사람 목숨이 죽고 마는 거다.

물론 해결책은 있다. 거름용 거즈와 10원짜리 알약 하나면 10리터 물을 마실 수 있고, 3천원이면 4인가족의 일주일치 식수가 해결된다. 그리고 펌프값 7백만원만 들이면 한 마을이 평생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물이 해결된다.

더러운 물의 문제는 그것뿐이 아니었다. 더러운 물로 씻으면 눈병이 생겨 실명할 수도 있고, 보통 물은 여자들이 뜨러 다니는데 일정한 시간에 다니다보니 성폭행의 위험도 존재한단다. 성폭행의 위험을 감수할 수 밖에 없을 만큼 물이 절박하다니...새삼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사는지 깨달았다.

충격적인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아프리카 북부 지방에서 아직도 행해지는 여성 할례가 소개되왔다. 약 1억 3천만명이 여성 할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성의 성기를 일부만 빼놓고 모조리 꼬매버리기 때문에 평생동안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한단다. 소변을 볼때도 생리때도 엄청난 고통이 따르며, 특히 출산 때는 극심한 고통과 출혈로 인해 상당수가 사망한단다.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케냐 북부에서 구호 활동을 하는데 한 엄마가 다섯 시간이 걸려 아이를 업고 구호현장까지 찾아왔다. 그런데 이미 아이는 죽어있었다. 의사는 다섯시간전에 왔으면 살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한비야는 아이의 엄마를 보고 어쩔 줄을 몰라했다. 굵은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고 슬픔을 함께 해주었다.

쓰나미 현장의 이야기도 참혹했다. 20만명이 죽은 현장에 48시간에 도착하니 엄청난 수의 시체를 봐야만 했다. 아침에 경찰과 군인이 시체를 수습해서 오후 3시까지 길거리에 늘어놓았다가, 이후 비닐에 넣어 방부제를 잔뜩 넣어서 땅에 파묻는 단다. 40도가 넘는 더운 나라다보니 시체가 썩는 냄사가 진동하는데, 그 특유의 냄새는 잊을 수가 없단다. 원래 구호요원 수칙에선 그런 현장을 다녀오고 나선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한비야는 워낙 바쁜 탓에 그냥 넘겼단다. 그러자 트라우마가 생겨 비슷한 냄새만 맡으면 그때의 기억이 눈앞에 살아나고, 밤새 속옷이 젖을 정도로 악몽에 시달린단다.

그런 후유증을 겪으면서도 그녀는 내내 밝게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이 자신의 심장을 뛰게 하는 가슴 벅찬 일이라고 고백했다. 거기엔 나름대로 사연이 있었다. 한비야는 오지여행 중에 케냐의 유명한 안과의사를 만난 적이 있었다.

인터뷰를 하기 전에 들은 소문으론 그는 30대중반에 잘생기고 멋진 남자였다. 부푼 기대를 안고 만난 그는 그저 평범한,아니 못생긴 얼굴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피부병이 돌아 진물이 흐르는 환자들을 만지면서 그는 진심으로 즐거워했고 쾌활하게 웃으며 진료했다. 그런 그를 보면서 단 10분만에 한비야는 멋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밤 늦은 시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사막에서 호롱불 하나만 놓고 인터뷰를 하는 도중 그는 말했다.

“내가 케냐에 있었으면 잘 먹고 잘 살았겠죠, 근데 내 재주를 돈 버는 데만 쓰는 건 아깝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일이 내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이랍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한비야는 온몸이 전율하는 체험을 했단다. 그 말을 전해듣는 나 역시 벼락을 맞은 느낌이었다. 책에서 방송에서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들었지만 나 역시 한비야처럼 그렇게 신나게 일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아니 그녀는 나이 40세에 만났다고 하니 나보다 훨씬 났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정말 행복한 사람이고 세상에 나온 보람이 있다는 생각으로 현재 구호활동을 한다고 했다. 자신의 가슴을 뛰게하고 피를 끓게 만든다는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커다란 울림이자 가슴 벅찬 메시지로 심장으로 곧장 전달되었다.

방송을 보면서 월드비전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된 사실을 알게되었다. 1950년부터 90년까지 우린 월드비전의 도움을 받았단다. 그리곤 1991년부턴 구호를 끊고 오히려 우리가 기부를 했단다. 그래서 어떤 나라든 40년을 도우면 자립해서 오히려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계기를 심어줬단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희망의 나라가 된 것이었다.

한비야가 말미에 세계시민의식이란 멋진 단어를 들려주었다. 초등학생이 그녀에게 보낸 편지에 반장선거에 나갈 건데, 그게 나중에 UN사무총장이 되는데 도움이 되냐고 물었단다. 학력우선주의와 무한경쟁이 강요되온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을 보여준 사례였다.

한비야는 말했다. 우리는 OECD에 가입되어 있고 세계 6위의 군사대국이고,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인데, 그렇다면 뭔가 다른 어려운 나라를 도와야 하지 않느냐고? 대한민국은 충분히 강한나라라고. 세계시민의식이란 세계는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란다. 물이 흘러넘치는 수도꼭지를 잠그고, 양치질할 물을 받아쓰고, 어려운 다른 사람들을 위해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그런 의식의 첫걸음이라는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는 50살인데도 성장을 멈추기를 거부했다. 더욱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지난 8월 10일 그녀는 유학을 떠났단다. 그리고 배움을 얻어서 이론을 익히면 그걸 또다시 구호활동에 접목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비야의 삶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교과서였다. 지난주 방송에서 그녀는 자신의 빠른 말과 조증을 긍정적인 삶의 자세로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방송에선 우리가 잘 모르는 혹은 외면하고 있는 불편한 지구촌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녀는 준엄하게 우릴 꾸짖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이의 고통을 외면치 말고 자그마한 것부터 실천에 옮길 것을 부탁했다.

모든 <무릎팍 도사>의 방송분은 웃음과 함께 많은 생각거리와 감동을 전달했지만, 이번 한비야편은 그중에서도 백미가 아니었을까 싶다. 자신이 지금하고 있는 일이 진실로 가슴을 뛰게하고, 더 잘하기 위해 유학까지 간다는 그녀. 50살이 되었음에도 꿈을 간직하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달려가는 당신은 영원한 청춘이며 우리 시대의 진정한 귀감이리라. 정말 눈물나도록 멋진 그녀 한비야가 아무런 탈없이 자신의 꿈대로 희망대로 살아가길 빈다. 그리고 나도 다른 이들에게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없을지 고민해봐야 겠다. 배움을 얻고 행하지 않는다면 그건 죽은 지식이니까...


8/20일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오른쪽 세번째 한비야 관련글이 이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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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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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필사진 그녀처럼 살수있다면.. 자신의 삶을 온전히 희생하며 봉사할수 있습니까! 자신이 없다면 조용히 계십시요.
    외국사람이 저러고 다닌다면 우린 위대한사람이라고 추앙하겠죠.
    종교때문에 그녀가 저러고 있나요. 도움을 주는 종교따위는 그녀는 개의치 않습니다.
    어디든 도움을 주는곳이 있다면 자신의 영혼이라도 팔겁니다!
    왜냐구요. 그녀는 이 인류를 너무나 사랑하니까요.
    그 어떤 사람이라도, 아무리 더러운곳에 있더라도 그녀는 그들을 사랑하니까요.
    저는 그녀에게 열등감을 느낌니다. 왜냐구요! 실천을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냥 지켜라도 보세요. 왜. 숲은 못보고 나무가지고 그러십니까!
    2009.08.20 14:29
  • 프로필사진 wawa 이글 정답이자 감동입니다.제 맘을 똑같이 대변해주심...감사 합니다.옳습니다 2009.08.20 16:35
  • 프로필사진 ?? 왜 돕냐고 문제 삼는 분 있나요? 이런 구호활동이 얼마나 효과있는지는 논쟁거리지만
    일단, 언론에 노출되고 특정민간단체를 홍보하는 식이라면 한비야 라는 분에 대해 악플 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해가 가고 단체나 일부구성원들이 가지는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물을때도 저렇게 나와서 떠들수있을지...
    2009.08.20 15:42
  • 프로필사진 행인 에휴...이런 인간 불쌍해..진짜 삐딱한 인간들. 2009.08.20 20:33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저도 눈물 흘리며 보았던 방송입니다. 감동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2009.08.20 17:36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zazak.tistory.com BlogIcon 주작 朱雀 댓글 감사합니다. ^^ 2009.08.20 18:08
  • 프로필사진 비밀댓글입니다 2009.08.20 22:01
  • 프로필사진 완두콩 우리는 생활의 달인 혹은 인간극장을 보며 가까운 우리이웃을 보고는 한비야에게 보내는 찬사는 쉬이 보내지 않습니다. 단지 등잔밑에 있는 이웃들은 스포트 라이트를 받지 않는 무수히 많은 별과 같은 감동들을 모르는 사이에 묵묵히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극기복례의 극적인 메타포를 만들어내는 행위에만 찬사를 보내고 감동에 휩쓸립니다. 그 행위가 첫발을 내디디기 힘들기 때문인 건 잘 알지만 그런 큰 발자국 아래 개미와 같은 발자국은 너무도 쉽게 무시됩니다. 그녀는 바깥 세상을 돌아보며 깨우치기를 선택했다면 그런 기회마저 녹록치 않은 인생때문에 박탈당한 이웃들을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이웃을 돕는 그런 등잔밑의 이웃들도 한비야와 같은 찬사를 받아야 함을 잊지 않았음 합니다. 그녀는 최소한 고통스럽지만 아름답고 고귀한 여행을 할 수 있는 선택권이나마 있었다면 그것마저 할 수 없었던 바로 우리곁의 이웃을 말이죠. 2009.08.20 22:02
  • 프로필사진 월드비젼 남을 돕는다는게 쉬운일은 아니죠. 좋은일을 한다는건 어느정도 인정합니다만. 월드비젼에 대한 의혹이 너무 많습니다. 투명성으로 인정받는 단체라는데 어느 기관에서 인정을 해줬다는건지? 그리고 사업계획에 보면 기독교선교에 대한 부분이 명확히 적혀있더군요. 종교가 다른 사람들에게 빵 한조각에 영혼을 팔라고 강요하는건 아닌지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2009.08.20 23:42
  • 프로필사진 ?? 이놈의 세상은 순수하고 깨끗한 사람들도 있는 반면에 감정과 겉모습으로 치장하고 어두운 면은 감추려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양자를 감히 누가 비교 할수있는냐고 따질수도 있지만 분명히 존재하는데 한쪽으로만 보는 것도 무지보다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어떤 것이라고 분명히 드러나기전에 감정을 내세우고 접근하는 것들을 더욱 조심하고 경계해야 하는게 이 세상에서 사기 안당하고 살아가는 한가지 방법일뿐이죠. 복지제도에서 소일푼이라도 벌벌떠는 사람들의 돈을 횡령하는 사람들 보면서 결국은 투명하고 제도적이지 못하면 정작 도와드려야 할분은 허기도 못채우고 남에 배만 채울 뿐입니다.
    2009.08.21 00:18
  • 프로필사진 dma 저도 한비야 편을 봤습니다. 학창시절 좀 잘나간다는 여학생들이 한번즘 봤을 책의 저자..
    정말 훌륭합니다. 인정할 부분은 충분히 인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한비야 일 필요는 없습니다.
    각자 삶 가운데..가까운 곳에서 충분히 비젼을 펼칠 수 있습니다.
    세계를 다니면서 구호활동을 하는 것이 결코 쉽지않습니다.
    한비야 씨는 그런 구호활동때문에 결혼을 못하신건지 모르겠지만
    가정이 없고 자식이 없기때문에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 한 것입니다.
    가정이 있고 자식이 있는 분들은 쉽지 않는 멘토이지요.
    내 가정을 지키고 자식에게 사랑을 나누는 작은것 부터 실천하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되는군요.
    2009.08.21 01:41
  • 프로필사진 반대쪽 시선도 한 번... 아슬아슬하며 매혹적인 여행, 그리고 긴급구호.
    누구나 동경해 볼 법한 꿈의 여행기.
    하지만 한편으로 한비야씨의 책을 읽으면서 가졌던 사소한 의구심들..
    책으로나마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즐거움에 묻혔던 그 의구심에
    이번 무릅팍도사가 불을 당겼습니다.
    단순 여행기로 시작,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성자(?)로 변모한..
    그렇게, 너무도 화려하게 포장되어가는 한비야씨의 여행을 보며
    그 반대쪽의 시선은 어떤가 궁금해 졌습니다.
    너무 덜어내 반대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면, 균형이란 아름답지 않겠습니까?
    몇 군데 찾아 걸어봅니다.

    http://afterdan.kr/35
    http://afterdan.kr/40
    http://blog.naver.com/chogaci/82482414
    http://offrecord.egloos.com/2468283
    2009.08.21 07:24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blogsabo.ahnlab.com BlogIcon 보안세상 한 사람의 삶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에
    감탄하고

    또 감탄할 따름입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2009.08.2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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