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치앙마이 표류기

태국 국왕에 대한 태국인의 유별난 사랑의 이유는?

朱雀 2013. 1.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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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지폐를 길거리에서 뿌리거나 함부로 하면 경찰에게 끌려갈 수 있는 나라는? 답: 태국이다.



오기전에 관련여행서를 읽어보지 않았다면, 친구가 한 말을 놀리기 위한 농담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이야! 치앙마이를 다니면서 곳곳에 있는 조그마한 사원만큼이나 자주 보게 되는 것이 바로 현 태국국왕 라마 9세의 초상화이었다.
 


식당을 가도 조그마한 그의 초상화가 있고, 길거리 곳곳에 그의 사진이 있다. 심지어 아예 신전처럼(?) 차려진 곳도 있다. 태국은 불교국가이니 현 태국 국왕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부처’로 추앙받고 있다. 내가 쓰고 있는 지폐에도 국왕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따라서 지폐를 함부로 꾸기거나 훼손하면 '국왕모독죄'로 경찰에게 끌려갈수도 있단다. 우리로선 얼핏 들으면 이해가 가질 않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태국인들은 유별나게 현 국왕을 사랑하고 절대적으로 지지할까? 자료를 뒤져보니 라마 9세는 태국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직접 백성의 소리를 듣고 그들의 고충을 해결해주기 위해 매우 노력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왕실의 재산을 아낌없이 썼다고 한다. 과연! 태국인들의 뜨거운 국왕사랑에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한뼘만한 권력을 갖게 되어도 남에게 으시대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부정한 짓을 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이렇게 백성을 위해 헌신했으니...태국인들의 국왕사랑은 당연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우리도 이런 지도자가 있었으면 동상을 세우고 대대손손 칭송하지 않을까?-



태국은 쿠테타가 일어나도 국왕이 승인해주지 않으면 실패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유혈사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태국 국왕의 힘은 그가 즉위 당시 격동의 세월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군부 쿠테타가 발발한 상황에서 국민의 편에서서 민주주의가 정착할 수 있게끔 했다. 당연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왕권은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런 국왕이 말과 행동이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지 않는다면, 과연 세상에 어떤 국왕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단 말인가?





물론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고, 국회에서 국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국회의원들이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선 태국은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국왕이니 입헌군주제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태국은 ‘국왕’이란 구심점을 갖고 있다. 그건 사회가 안정되는 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물론 태국은 입헌군주제이긴 하지만, 현 국왕이 가진 권력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태국의 국왕은 그 권력을 자신이 아니라 백성을 위해 쓴다는 데서 큰 의의가 있을 것이다.





태국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를 돌아보게 되었다. 물론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고 5년에 한번씩 투표를 통해서 대통령을 뽑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통령제는 ‘제왕적 대통령’라고 명명할 만큼 그 권력이 막강하다. 따라서 국민 모두가 반대해도 그가 일을 추진하면 (적어도 임기동안은) 막을 길이 없다.



국회의원은 어떤가? 그들은 자신을 뽑아준 지역구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에 충성하고, 당리당약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절대다수다. 우리 국민이 국회의원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된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우리 국민 중 누군가가 태국의 정치제도를 보고 할 말은 없다고 여겨진다. 오히려 정치적으론 우리가 태국보다 한참 뒤쳐져 있을 지도 모르겠다.


'왕이여, 무병장수하소서'라는 현수막의 글귀에서 눈길이 떠나가질 않는다. 우린 언제쯤 저런  존경스런 지도자를 가질 수 있을까?
 


윤은혜가 아이돌 이미지에서 벗어난 드라마 <궁>과 이승기-하지원 주연의 <더 킹 투하츠>에선 우리나라가 입헌군주제라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거기선 일제강점기에 왕들이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했고, 그로 인해 백성들의 지지를 받아서 왕실을 유지한 것으로 설정해놓고 있다.
 


역사에서 일제강점기 시절 고종을 비롯한 임금들은 나름 노력을 했지만, 백성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진 않았다. 어쩌면 우리 시대의 정치적 혼란은 거기서 부터가 아닐까 싶다. 혼란의 씨앗은 구한말때 뿌려졌고, 안타깝게도 우리의 의식수준은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밑도 끝도 없이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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