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치앙마이 표류기

음식보다 메뉴판이 인상적인 느아뚠롯이얌

朱雀 2013. 2.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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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치앙마이에 와서 가장 큰 즐거움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맛집기행을 빼놓을 수가 없다. 그런데 종종 음식점에 들어가면 음식이 아니라 다른 것들이 우리를 반겨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느아뚠롯이얌은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다. 저녁을 먹기 위해 님만해민에 위치한 느아뚠롯이얌을 찾아간 우리는 메뉴판을 보고는 한동안 할말을 잊고 정신없이 메뉴판만을 쳐다보게 되었다.



 


이유는 한글로 된 부분 때문이었다. 소거기, 소서기스튜, 소지라, 돼거기, 돼창자로 이어지는 메뉴판은 그 독특한 한글표기 때문에 한동안 우리를 돌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거 구글로 돌린 게 아닐까?”

“말도 안돼. 아무리 구글 번역기로 돌렸다고 해도, 이보다는 제대로 나오겠다.”

“그럼 한국인이 알려줬다는 소리냐?”

“잘못 가르쳐준 게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이 작명센스는 도저히 설명이 되질 않아!”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한장을 빼놓고 나머지들은 나름 제대로 한글화(?)가 되어있었다. 한쪽엔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제대로 적혀있는데, 다른 한쪽은 돼거기, 소거기로 적혀있는 이 메뉴판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메뉴판때문에 컬쳐쇼크를 받은 우리는 한동안 격론 아닌 격론을 벌이다가 간신히 돼지고기가 부위별로 들어있는 일종의 뚝배기탕(?)을 시켰다. 우리의 신선로 비슷하게 생긴 곳에 돼지고기가 들어있는 탕은 독특한 맛을 보여줬다.


 


돼지고기 부위에 따라 순대같기도 하고 그냥 돼지고기 같기도 했지만, 태국 특유의 매콤한 향신료 탓에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우리의 순대국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물론 맛은 전혀 달랐지만.

 



우리는 그냥 밥을 시켜서 함께 먹었지만, 국물맛을 보니 아무래도 면을 넣어서 먹는 것이 더 나을 듯 싶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곳은 쌀국수로 더욱 유명했다. 다음에 기회가 닿는다면 국수도 먹어보고 싶지만, 이제 푹푹 찌는 한국의 한여름 기온을 보여주는 이곳의 상황을 고려하니 도저히 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여하튼 느아뚠롯이얌은 내 기억에 음식보다 메뉴판 때문에 치앙마이를 생각하면 떠오를 수 밖에 없는 곳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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