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치앙마이 표류기

당신의 인내심을 시험하게 될 치앙마이 중화요리점, ‘호자’

朱雀 2013. 2.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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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 수언 깨우(KadSuanKaew)내엔 많은 음식점들이 위치하고 있다. 그중 인상적인 집을 몇군데 꼽으라면 난 단연코 중화요리점인 ‘호자(Hoja)‘를 꼽겠다. 음식이 맛있어서가 아니다! 정말 늦게 나왔기 때문이다. 태국 음식점에 가면 종업원들이 느긋하게 움직인다. 한국같았으면 손님이 불평을 넘어서서 험한 말까지 나올 정도랄까?
 


당연하지만 외국까지 나왔으니 음식 좀 늦게 나왔다고 불평할 생각은 처음엔 없었다. 근데 여긴 무려 30분이나 기다리게 만들었다. 처음 이곳을 찾게 된 것은 먼저 치앙마이에서 머물 고 있던 친구가 추천해서였다. 주문하고 한 10분 정도 되었을까?
 

 


음식을 맛봤는데 분명히 같은 중화요리임에도 불구하고 느끼함이 상당히 덜했다. 자장이 없는 것은 아쉬웠지만 그걸 감안해도 괜찮았다.
 


그로부터 한 열흘이 지난 후. 갑자기 중화요리가 먹고 싶어져 다시금 방문했다. 이번엔 혼자서.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다른 테이블에 대여섯명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요리를 주문하고 있었다.





‘설마’라고 생각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 걸까?- 그런데 음식을 주문하고 무려 30분을 기다렸다. 20분이 흘렀을 때만 해도 ‘그러려니’했다. 그런데 30분을 지나가자 참기가 어려웠다. 무시당한 기분이었다.
 


음식맛은 괜찮았지만 기분탓에 쓰디쓰게 느껴졌다. 친구에게 불평했더니 ‘성질급한 한국인’이란 말이 바로 튀어나왔다. 처음엔 내 입장보다 식당쪽을 대변하는 친구의 말에 반발심이 일어났지만, 조금 진정되니 어느 정도 수긍이 되긴 했다.



한국에 살면서 주문하면 음식이 바로 튀어나오는 신속한 시스템 속에서 살아왔다. 상대적으로 다른 손님들에 비해 음식이 조금 늦게 나와도 넘어가는 편이지만, 결론적으로 나 역시 그 시스템에 완전히 익숙해져 버리고 말았다.
 


너무나 늘 당연했기에 무의식적으로 그 잣대를 태국까지 들이민 것은 아닐까? 순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부끄러워졌다.  세번째로 친구와 함께 방문했을 때는 우리 밖에 없었던 탓인지 10분 정도로 준수(?)하게 나왔다.


 

게살볶음밥은 깔끔하면서 식감이 좋았고, 브로콜리와 새우볶음은 적당히 매콤하면서 새우 특유의 생생함이 돋보였다. 깻 수언 깨우내에 위치한 중화요리점 호자. 아마 이 곳을 찾게 된다면 필자처럼 몇몇 이들은 인내심을 시험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낯선 타국에 나와서 우리처럼 쫓기는 생활이 아니라 느긋하게 즐길 줄 아는 그들의 생활방식을 체험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중국여행을 다닌 친구에 말에 따르면 이곳의 음식은 기름기가 적고 재료 본연의 맛이 잘 살아나는 편이라 했다. 중국은 못 가봤지만 그래도 괜찮은 음식점이란 생각은 든다. 문화적으로든 음식맛으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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