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인간의 조건’은 무엇일까?

朱雀 2013. 7.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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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 1110분이 조금 넘어서 방송되는 인간의 조건은 제목 때문에 때때로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김준현, 김준호, 양상국, 허경환, 박성호, 정태호의 여섯 남자가 최근 전기없이 살아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인간의 조건이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만든다.

 

그러나 어제 방송 가운데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여섯 멤버들이 전기 없이 시원한 음식을 만들어서 대접하는 미션이었다! 김준현과 허경환은 북어국을 끓여서 <인간의 조건>PD들에게 대접했고, 김준호는 수산시장에서 재료를 구해서 오징어회를 만들어서 <개콘>의 멤버들에게 대접했다.

 

세 멤버의 모습에선 뭐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아무래도 그들의 고생을 누구보다 알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선)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는 약간의 반전이 일어났다! 박성호는 힘들게 직접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서 주차장에서 고생하는 관리원에게 대접했다. 정태호는 얼마전 알게된 이웃인 은별이네에게 대접했다.

 

은별이네 가족에게 삼계탕을 건네고, 주차관리원에게 아이스크림을 대접하는 모습은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그 순간 필자는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 현재 <인간의 조건>전기없이 살기라는 체험을 하고 있다. 우린 늘 전기가 있는 상황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전기없는 삶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우린 늘 이웃들과 살아가기 때문에, 이웃에 대해 잊고 살아간다. <인간의 조건>의 타이틀에 보이는 사람 인()’자는 두 사람이 함께 기대고 있는 형상을 취하고 있다.

 

즉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음을 뜻하는 한자로 알고 있다. 정태호는 전복과 닭을 넣고 맛있게 끓인 삼계탕을 은별이네에 대접했다. 불판을 빌려주고, 바로 며칠 전에 직접 집에 와서 전기 충전을 위한 자전거를 힘들게 돌려준 것에 대한 답례였다.

 

박성호는 이 더운 여름철에 야외에서 고생하는 주차관리원에게 아이스크림을 대접했다. 박성호의 말대로 아마도 대다수 사람들은 주차관리원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네는 일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김준호는 만약 수산시장에서 생선 가게 주인과 얼음가게 주인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 애초에 오징어회무침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의 조건> 제작진이 없다면? 여섯 멤버가 아무리 뭉쳤더라도 <인간의 조건>이란 프로그램 자체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린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이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 <인간의 조건>은 인간의 조건으로 무엇이 중요한지 새삼 고민케한 방송이 아니었나 싶다. 바로 내 옆에 있는 누군가를 말이다. 이웃이 되었든, 친구가 되었든, 가족이 되었든, 직장동료가 되었든. 사람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오늘날 우리는 층간소음문제로 이웃사촌이 아니라 원수가 되고, 가족끼리도 재산을 비롯한 문제로 남보다 못한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부부가 재산과 성격차이로 이혼하는 경우를 너무나 쉽게 보고, 인간관계에 회의적인 상황을 자주 맞딱뜨리게 된다. 서울에만 1천만명이 모여 살다보니, 인간을 인간으로 대접해주기가 쉽지 않은 세상에서 <인간의 조건>은 새삼 우리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들인지 일깨워주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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