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TV비평

‘수상한 가정부’에 대한 삐딱한 시선

朱雀 2013. 9. 2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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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보고 있지만 벌써부터 너무 비슷한데라는 느낌을 받고 있다. <수상한 가정부> 이야기다! 최지우가 연기하는 박복녀는 마치 로봇처럼 말투도 딱딱하고 절대 웃지 않는다. 그런데 능력은 대단해서 엉망인 집을 호텔급으로 바꿔놓는 것은 물론이요, 저글링에 마술에 수학에 못하는 것이 없다.

 

? 근데 이런 설정은 이미 <직장의 신>에서 미스 김이 먼저 보여주었던 것이 아닌가? 그러고 보니 고현정이 출연한 <여왕의 교실>도 마여진 선생님이 비슷하게 엄청난 능력치를 가졌지만 절대 웃지 않는 로봇같은 인물이었다.

 

<직장의 신> <여왕의 교실> <수상한 가정부>는 모두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리메이크 드라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하나같이 주인공의 설정들이 비슷한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끔찍한 과거(?)를 가진 주인공들이 엄청난 능력치에 숨겨진 과거를 보여줌으로서 반전을 주기 위한 장치일 것이다. 그러나 한번도 아니고 벌써 세 번씩이나 비슷한 설정을 보여주는 상황에 오다보니 왠지 모르게 서로 비슷비슷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왜 우린 안방에서 이런 드라마를 벌써 세 편째 연달아서 보게 된 것일까? 그건 아마도 <직장의 신>10%대의 의미 있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여왕의 교실>이 호평을 받은 탓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안정적인 시청률을 추구하는 공중파의 욕심이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일본에서도 한해만 수백편이 넘는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는데, 이렇게 비슷한 느낌의 드라마가 벌써 세편이나 안방을 찾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로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필자가 리메이크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문화란 순환하는 것이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게 당연한 것이다. 게다가 우리네 방송 현실상 일본드라마와 예능을 많이 참고할 수 밖에 없는데, 이렇게 당당하게 판권을 사고 리메이크를 하는 게 훨씬 떳떳하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벌써부터 드라마 관련 게시판을 가보면 <수상한 가정부>가 일본 원작과 너무 똑같다는 이야기들이 올라오고 있다.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설정은 당연하고, 집의 구조나 소도구까지 일치한다고.

 

리메이크니 당연하지라고 말하기 전에, 일본과 우리는 다르다는 사실을 먼저 지적하고 싶다. 같은 동양문화권이고 현재 상황이 비슷하다고 해도, 우리와 일본은 여러 가지로 실생활에서 다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상황에 맞게 각색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원작에 충실하게만 가면 점점 시청자들과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일례로 <여왕의 교실>에선 오동구가 요즘 개그가 아니라 80~90년대 코미디언을 흉내내서 초반엔 드라마에 몰입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개콘>을 흉내내야지, 30대들이나 기억할 철지난 개그를 한다는 설정이 너무나 부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오동구가 추억의 개그를 한 것은 동명원작에서 그렇게 설정했기 때문이었다.

 

<수상한 가정부>는 이제 2화밖에 방영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많은 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현재의 화제성을 단순히 일회성으로 끝낼 작정이 아니라면, 좀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원작에 충실할 것이 아니라 최대한 우리 정서와 상황에 맞게 각색하고, 뭔가 다른 메시지를 주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인터넷을 비롯한 여러 창구로 원작 드라마를 찾아볼 수 있는 시청자들이 원작 드라마를 다운받아 보거나, 검색으로 내용을 찾아보고 똑같은 진행에 실망해서 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세상에 노력없이 얻는 것은 없다’. <수상한 가정부>2011년 일본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한 드라마로 알려져 있다. 단순하게 일본에서 시청률 1위 했으니 국내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아마 제대로 쓴 맛을 보게 될 것이다. 부디 일본 원작과 차별화된 리메이크만의 개성과 강점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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