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윤보원 순경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쓰리데이즈’

朱雀 2014. 3. 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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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쓰리데이즈를 보면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가 있었다. 바로 서조분소 순경인 윤보원이었다. 그녀는 우연히 한기준 수석의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이후 사건에 의문을 갖고 파고드는 인물이다.

 

그녀가 <쓰리데이즈>에서 특별한 이유(?)는 다른 등장인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나 평범하기 때문이다. <쓰리데이즈>는 이동휘 대통령의 암살시도와 이를 막고자 하는 한태경 경호관의 처절한 싸움을 그리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통령 암살을 위해 뭉친 세력의 중심엔 재신그룹의 김도진 회장을 비롯해서 함참의장과 여당대표까지. 그야말로 엄청난 정재계 인물들이 포진해있다.

 

그뿐인가? 이동휘 대통령 주변엔 비서실장인 신규진을 비롯해서 국무총리와 경호본부장 등등. 그야말로 직책만 들어도 대단한 이들이 넘쳐난다. 따라서 그런 와중에 너무나 평범한 윤보원 순경(?)이 끼어드는 것은 좀 이해하기 힘들었다. 처음에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그렇듯이 양념격으로 상대적으로 평범한 인물을 넣은 것이 아닐까 짐작했다.

 

그러나 8회를 보면서 그게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제작진의 의도는 따로 있었다! <쓰리데이즈>에 등장하는 인물은 양진리 사건과 어떻게든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다. 이동휘 대통령은 사건이 발생하던 당시에는 팔콘사의 직원으로서 온갖 더러운 거래를 했다. 물론 나름대론 선의를 갖고 한국에 최소한의 피해만 돌아오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그래도 잘못은 잘못이다.

 

따라서 그는 양진리 사건에 대해 원죄를 지니고 있다. 김도진 회장은 그 사건을 일으킨 원흉이며, 죽은 함참의장과 현 여당대표 등은 그때 한통속이었다. 한기준 수석은 당시 일이 이렇게 될지 모르고 이용만 당한 인물이다.

 

따라서 그가 훗날 진실을 알고 양심의 가책에서 벗어나고자 목숨을 걸고 진실을 밝히고자 애쓴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또한 아들인 한태경이 아버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이동휘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뛰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있다.

 

? 다들 나름대로 이해관계가 수립하기 때문이다. 반면 윤보원 순경은? 그야말로 우연하게 사건에 끼어들게 되었다. 그녀는 말단 순경이기 때문에 일을 진행하는 데 너무나 제약이 많다.

 

심지어 한태경이 누명을 쓰고 도망다닐 때 도운 탓에 지금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누구 하나 그녀를 제대로 도와주는 이가 없다. 그런데도 그녀는 진실을 찾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있다. 심지어 생명의 위협이 지속적으로 있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한때 우리 사회엔 정의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정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정의를 이루기 위해선 희생이 필요하다. 윤보원 순경처럼 엄청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그녀는 지금 경찰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있다-

 

이동휘 대통령이 상대하는 김도진 회장은 그야말로 막강한 힘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혼자가 아니다. 그의 뒤에는 미국의 정재계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다. 게다가 그는 막강한 금력과 권력을 이용해서 언론은 물론이요, 검찰과 정계 및 청와대까지 자신의 인물들을 깔아놓은 인물이다.

 

그런 이와 대적하는 것은 그야말로 바보 같은 짓이다! 윤보원 순경의 선배가 그랬던 것처럼 상부의 눈치를 봐서 요령껏 행동하는 게 사실 어찌보면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데 윤보원 순경은 그 길을 택하지 않는다. 그녀는 99.999%가 택하는 쉬운 길을 버리고 어려운 길을 가는 인물이다. 바로 정의! 윤보원 순경은 킬러에 의해 억울하게 죽은 한기준 수석을 비롯한 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자 한다. 동시에 양진리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자 애쓴다.

 

? 그것이 옳은 길이기 때문이다. <쓰리데이즈>에서 굳이 윤보원 순경이란 캐릭터를 만들고 넣은 이유는 보통 사람의 양심과 행동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주인공 한태경은 경호관으로서 당연히 일반적인 사람과 다를 수 밖에 없다. 또한 그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야만 할 이유가 존재한다.

 

그러나 윤보원 순경은 굳이 이동휘 대통령 암살과 양진리 사건의 진실에 밝히는 데 목숨을 걸 이유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그녀가 목숨을 걸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는 것은 그것이 정의를 구현하는 길이고, 그 길만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떤 큰 일이 발생하면 우린 흔히 누군가가 하겠지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또한 거대권력과 싸우는 것은 엄두조차 내지 못할 일이다. 그런데 보통 사람이 그 일을 한다면? 아마도 대다수는 박수를 치기보다는 뒤돌아서서 바보라고 말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바보들이 모여서 역사를 바꾸고 올바른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닐까? 윤보원 순경은 제작진의 그런 염원이 만들어낸 캐릭터가 아닐까? 바로 정의와 양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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