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관객을 시험케 하는 문제작! ‘방황하는 칼날’

朱雀 2014. 4. 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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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뉴스에서 각종 강력범죄를 보는 것은 너무나 흔한 일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놀랍게도 그것이 남의 일이라고 흔히 착각하면 지낸다. 그러나 사실 평범한 일상과 범죄 사이에는 매우 얇디 얇은 막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언제라도 찢어질 수 있는...

 

당신이 여중생 딸을 두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어느 날 사랑하는 딸의 시신이 폐허가 된 목욕탕에서 발견되었다. 가뜩이나 고통스러운데, 죽기 전에 성폭행을 당한 흔적이 발견되었다면? 아마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일 것이다.

 

<방황하는 칼날>의 주인공인 상현은 평범한 직장인이다. 아내를 먼저 보내고 중학생 딸과 보내는 그의 일상은 어느 평범한 가정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딸은 돌아오지 않고, 그는 그저 가출했다고만 믿었다.

 

그런데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딸을 발견한 그로서는 청천벽력과 같을 것이다. <방황하는 칼날>은 우리가 흔히 범죄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멋진 주인공(전직 특수요원같은)이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카리스마 넘치는 범죄자나 싸이코패스 범죄자도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모든 이들은 그야말로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그런 탓에 영화는 관객을 끊임없이 불편하게 만든다. ? 단순히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황하는 칼날>은 익명의 제보자에게 문자를 통해 한 주소지를 찾아간 상현이 죽은 딸이 성폭행을 당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낄낄거리는 철용과 마주치게 되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당신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아마도 많은 이들이 상현처럼 분노를 참지 못하고 엉겁결에 철용을 죽이게 되지 않을까? <방황하는 칼날>은 관객에게 계속해서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관객이 불편한 점은 상현의 딸을 죽인 범인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감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재미로 여학생들을 성폭행하는 이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고, 자수해도 얼마 살지 않고 나온다는 사실을 아는 영악한 청소년들이다. 따라서 그들을 보면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함무라비 법전식 정의를 실천하고 싶어진다.

 

게다가 방금 언급했지만 법에서 실천하는 정의는 범인들이 청소년이란 이유로 매우 낮은 수준의 법집행이 기다릴 뿐이다. 만약 당신의 가족중 누군가가 끔찍하게 살해당했는데, 할 수 있는 게 집에서 경찰서에서 연락오기를 기다리는 것 밖에 없다면 얼마나 무기력할까?

 

<방황하는 칼날>은 복수를 위해서 무작정 뛰어다니는 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준다. 거기선 어떤 멋진 모습도 기대할 수 없다. 당연히 그는 처음해보는 살인에 숨가빠하고,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러나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상황에 절망하고 분노하고 급기야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방황하는 칼날>에서 난감한 부분은 피해자인 아버지가 결국 살인자가 되고, 결국엔 복수를 위해서 범인들을 쫓아다니는 상황이다. 영화는 상현의 내면을 매우 깊이있게 그려낸다. 따라서 관객은 그가 느끼는 분노와 좌절 그리고 고민을 함께 느낄 수 밖에 없다.

 

정의를 말하기는 무척 쉽다. 그러나 상현의 상황이 된다면? 생각과는 한참 거리가 먼 법정의를 보면서 분노할 수 밖에 없다. <방황하는 칼날>의 상황들은 우리를 고민케 한다.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에 대한 가장 손쉬운 처리는 사형이다!

 

그러나 사형을 한다고 해서 죽은 피해자가 살아 돌아오진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정의를 실현하는 것일까? 법의 구멍을 알고 있는 영악한 어린 범죄자에 대한 처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죽은 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가득한 피해자 가족은 어떻게 해야 그 지옥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까?

 

<방황하는 칼날>이 던지는 질문들은 무엇하나 가벼운 것이 없고, 그려내는 상황들은 영화적이 아니라 너무나 현실적이라 난감하다. 피해자의 아버지에게 가해자로 변하는 상현역의 정재형의 연기는 그야말로 너무나 섬세하고 리얼해서 관객의 마음을 매우 아프게 한다.

 

누구보다 범죄자를 처단하고 싶어하는 형사 억관역의 이성민의 연기는 그야말로 훌륭하다! <방황하는 칼날>은 동명원작을 훌륭하게 영상화 시켰으며. 작품의 완성도도 상당히 높다. 이제 남은 건 관객이 직접 보고 판단하는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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