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나는 왜 ‘신의 선물’을 지지하는가?

朱雀 2014. 4. 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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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지친다. 차봉섭이 첫 번째 용의자로 떠오르고, 연쇄살인마를 그를 쫓을 때가 사실 이 드라마에서 제일 재밌는 부분이었다. 그 이후 어제까지 내용은 너무나 꼬아놔서 설명을 들어도 별로 이해가 가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누군가가 지적한 것처럼 반전집착증에 걸리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14화에서 샛별이가 납치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자신의 아들 기동호를 살리기 위해서 이순녀가 잠시 데리고 있었다.

 

 

이유는 한지훈이 검사시절 기동호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의심하고 있었고, 최근 결정적인 증거를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샛별이가 견과류를 잘못 먹고 알레르기 증상을 심하게 보여서 아빠인 한지훈이 다시 데려갔는데, 이걸 한지훈과 김수현이 이야기하는데, 감시하던 경찰중에 한명이 듣고 진범에게 알려주어서 결국엔 샛별이가 정말 납치당하는 상황은 시청자를 난감하게 만든다.

 

 

 

 

 

 

 

그러나 반복된 반전과 너무나 얽히고 설킨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난 <신의 선물>을 지지한다! 첫 번째 이유는 로맨스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이 무엇인가? 장르를 불문하고 남녀주인공은 반드시 연애를 한다.

 

 

그런데 <신의 선물>에서 김수현은 유부녀인데다가 남편이 버젓이 살아있다. 물론 흔한 막장드라마처럼 불륜을 피우게 할 수도 있지만, <신의 선물>은 유괴당한 아이를 구출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는 김수현과 기동찬을 쫓아가는 만큼 그 사이에 로맨스가 끼어드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신의 선물> 제작진은 왜 연애를 뺐는가? 오로지 범인을 추적하고 잡기까지의 스릴러적 장르물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사실 이건 상당한 핸디캡이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무리를 해서라도 로맨스를 집어넣는 것은 시청률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법정추리물임에도 불구하고 박수하(이종석)-장혜성(이보영)-차관우(윤상현)의 삼각관계를 끝까지 밀고 갔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는 상당히 치밀한 이야기적 구성이다. 분명히 틀린 부분도 있고, 억지스런 부분들도 있지만 <신의 선물>은 한 장면 한 장면을 놓칠 수가 없다. 거기엔 분명히 단서들이 있고, 그 장면들은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결정적인 증거와 연관되기 때문이다.

 

 

<신의 선물>을 보면서 지나친 반전에 지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지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사실 국내드라마에서 스릴러를 제대로 다루기란 몹시 어렵다. 왜냐하면 대중은 이미 할리우드 영화를 비롯한 각종 영상물에서 수준높은 작품들을 이미 봤기 때문이다.

 

 

따라서 높은 대중의 눈높이를 따라가기란 말이 쉽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게다가 <신의 선물>은 무려 16부작이다! 만약 <신의 선물>1주일에 한편만 방영되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16부가 아니라 8부나 10부 정도의 길이였다면? 아마도 지금보다 더욱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선명한 주제의식과 출연자 한명 한명을 챙기는 미덕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신의 선물>은 오늘날 우리사회의 뜨거운 화두들을 주제로 삼았다. 연쇄살인과 어린이 납치는 듣기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만약 범인이 잡힌다면 사형을 구형해도 당연한 일인 것 같다.

 

 

그러나 아이가 납치되고 연쇄살인이 벌어진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사형이 과연 옳은 일인지 드라마는 계속해서 묻고 있다.

 

 

 

 

 

무엇보다 <신의 선물>은 수많은 출연자들이 등장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야기 전개가 빠르고 많은 이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잠시 얼굴을 비추는 이들도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신의 선물>은 그런 이들에게 중요한 단서를 하나씩 맡긴다. 하여 그가 비록 적은 분량밖에 나오지 않았어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게 한다. <응답하라 1994>에서 인상적이었던 바로는 <신의 선물>에서 정신연령 6세인 기영규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걸그룹 한선화는 사기꾼 제니로서 섹시함과 발랄함 그리고 의리를 제대로 보여준다. 자신의 동생인 기동찬이 살인을 한 줄 알고 죄를 뒤집어쓴 기동호역의 정은표는 바보연기를 너무나 인상적으로 보여주며, 노숙자로 위장한 추병우역의 신구는 또 어떠한가? 첫 번째 용의자였던 연쇄살인범 차봉석역의 강성진등등.

 

 

실로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매주 두편씩 방영되고, 높은 시청자 눈높이에 맞춰야 하고 연애는 애초에 할 수 없는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하는 <신의 선물>에 그래서 필자는 박수와 함께 지지를 보낼 수 밖에 없다. 비록 현재 10%대의 시청률도 얻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신의 선물>에서 보여주고자 애쓰는 주제의식과 방향은 옳은 방향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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