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결국 영웅도 악당도 없었다! ‘신의 선물’

朱雀 2014. 4. 2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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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신의 선물은 두 번의 반전이 있었다. 첫 번째는 모든 사건의 배후에 영부인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영부인은 자신의 아들이 실수로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비서실장 이명한을 통해서 각종 범죄를 사주했다.

 

 

이는 자식을 위해선 (어머니는) 못 할게 없다라는 것을 보여준 끔찍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영부인을 쉽게 악당이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녀는 누구보다도 현숙한 인물이고, 자식에겐 더없이 다정한 인물이다. 그저 그녀는 자식이 실수로 범행을 저지르자 보호하기 위해서 그랬을 뿐이다.

 

 

<신의 선물>에서 어머니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사실 비슷하다. 김수현은 주인공이기 때문에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지만, 거의 저지르기 직전까지 갔다. 그녀는 연쇄살인범 차봉섭이 딸 한샛별을 죽이는 줄 알고 일부러 건물에서 일부러 떨어뜨리고, 딸을 구하기 위해서 대통령의 손녀를 위협하기까지 한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끔찍할 뿐이다!

 

 

 

 

 

 

기동호의 엄마인 이순녀 역시 더없이 착한 인물이지만,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쓴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 한지훈이 검사시절 얻은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 (그의 딸인) 한샛별을 유괴하기까지 한다.

 

 

이런 엄마들의 모습은 시청자를 몹시 난감하게 만든다. 기존의 드라마에선 주인공은 영웅이거나 그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그런데 <신의 선물>에선 그런 공식이 여지없이 깨져버린다.

 

 

물론 <신의 선물>도 기본적으로 범인 vs 주인공이란 이분법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결말에 이르면 그런 전형적인 공식이 깨져버린다. 두 번째 반전을 보자! 기동찬은 이명한의 계략에 빠져서 알콜을 섭취해서 모든 기억을 잃는 블랙 아웃 상태에 빠진다. 게다가 어머니와 비슷한 목소리를 가진 이가 전화해서 한샛별을 실수로 죽였다라는 전화를 받게 된다.

 

 

 

 

 

 

 

 

기동찬은 그래서 자신의 어머니가 한샛별을 죽인 것으로 착각하고, 무진저수지에서 보게 된 한샛별을 강물에 내던지려고 한다. 실은 죽은 것처럼 보이게끔 만든 것인데 말이다.

 

 

기동찬이 누구인가? 그는 자신의 친형인 기동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정도로 철두철미한 인물이다(물론 그 일 때문에 평생 괴로워하지만). 게다가 자신의 형인 기동호와 한샛별을 살리는 기로에서 둘 다 살리기 위해 애쓰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영웅타입의 인물이다.

 

 

그런 그마저 마지막엔 실수를 하게끔 <신의 선물>은 장치를 해놓는다. 그래서 <신의 선물>은 대단하지만, 동시에 시청자를 불편하고 찝찝하게 만든다. 아마도 필자를 포함한 많은 시청자들은 기동찬이 한샛별이 죽기 14일 전으로 돌아간 것은 어머니 김수현을 돕기 위해서이자, 억울하게 누명을 쓴 그의 친형 기동호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말에 이르면 그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서였음이 밝혀진다. 기동찬조차 극중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따지고 보면 <신의 선물>의 모든 인물이 그렇다. 인권변호사 한지훈은 더없이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그는 검사시절에는 살인범들을 잡아내서 법정최고형인 구형받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변호사가 되어선 사형에 반대하고 누구보다 인권을 위해서 앞장섰다.

 

 

그러나 뒤로는 불륜을 저지르고, 어쩌다 얻은 증거로 대통령 비서실장 이명한을 협박해서 한자리를 얻으려고 했다. 따지고 보면 그의 딸인 한샛별이 결국 잘못된 것은 순전히 그의 욕심 때문이었다.

 

 

추병우 회장은 죽은 아들이 이수정 사건과 연관된 탓에 진실을 알면서도 밝히질 못했다. 우린 추병우 회장과 한지훈에 대해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앞서 영부인은 분명히 끔찍함 범죄를 저질렀다. 그러나 그건 어머니가 자식을 위한 마음의 발로였다. 결과는 무척이나 나빴지만, 그녀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끔찍했다. <신의 선물>에서 독특한 점은 이전까지 모성애를 항상 아름답게만 그려왔던 것에서 벗어나서, 때론 처절하게 때론 끔찍하게 그려냈다는 점이다.

 

 

 

 

 

 

 

또한 <신의 선물>은 우리에게 도덕적인 딜레마를 계속해서 안겨준다. 기동호는 자신의 동생 기동찬이 술을 먹고 실수로 이수정을 살해한 줄 알고 일부러 누명을 썼다.

 

 

기동찬 역시 결말부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한샛별을 실수로 죽인 줄 알고 강물에 내던지려했다. 물론 드라마라서 다행히 그는 두 번째 기회를 갖고 나선 한샛별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지만.

 

 

<신의 선물>에서 등장인물들은 각기 절실한 이유가 있다. 영부인은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 각종 범죄를 사주한다. 김수현은 딸 한샛별을 죽는 운명에서 사는 운명으로 바꾸기 위해서 무엇이든 한다.

 

 

이순녀는 자신의 아들 기동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서 그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한샛별을 유괴하기까지 한다. 손목에 문신이 있어서 누구보다 헤파이스토스로 의심되었던 황경수는 알고 보니 10년 전 사건 때문에 아들을 잃고, 10년째 교도소에서 살아있는 살인범을 사형시키기 위해서 온갖 범죄를 저지른 것이었다.

 

 

<신의 선물>은 결말에 이르면 시청자들을 몹시 고민에 빠지게금 만든다. 왜냐하면 만약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만약 내 가족중에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있고, 범인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등장인물처럼 무슨 짓이든 하지 않을까? 혹은 내 가족이 실수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이를 은폐하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하지 않았을까?

 

 

물론 <신의 선물>은 드라마로서 나름 합리적인 결말을 내렸다. 자신의 아들과 부인 그리고 비서실장의 범죄를 알게 된 대통령은 스스로 하야를 공식선언했고, 기동찬은 한샛별을 살리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했고, 김수현은 결국 딸 한샛별을 살리고, 소원했던 엄마와의 관계도 회복했다. 또한 기동호 역시 누명이 벗겨지고, 억울한 옥살이를 마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신의 선물>은 여전히 시청자를 괴롭게 한다. 대통령이 만약 정의롭지 못한 인물이었다면? 일반적인 경우라면 가족의 범죄를 보고 자신의 권력을 써서 부당하게 은폐하려고 했을 것이다. 평생 양심의 가책으로 남겠지만, 가족을 위해서라면 일반적으로 그러했을 것이다.

 

 

<신의 선물>은 남녀주인공간의 로맨스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결국 모든 등장인물이 자신 때문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 극한 상황에 몰아넣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선 누구나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 드라마는 기존의 선악의 이분법적인 구도에서 벗어나서 모든 등장인물에게 도덕적 딜레마를 안겨주면서, 사형제도에 대해서 무엇보다 우리 자신에 대해서 철학적인 사유를 하게끔 만들었다.

 

 

<신의 선물>은 그런 의미에서 시청자에게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어떤 설정이든 마다하지 않는 드라마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사실들과 마주해서 고민하게 만드는 드라마가 나온 사실은 그저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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