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철학하는 액션블록버스터의 진화!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패스트’

朱雀 2014. 5. 2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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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고 난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이것 밖에 없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이제 그래픽노블(우리나라에선 만화라고 흔히 낮춰 부르는)을 가지고 심오한 철학이 오가는 액션물로 만들어내는 데 그저 놀라움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패스트> ‘이하 <퓨처패스트>’는 기본적으로 끔찍한 미래에서 주인공이 과거로 가는 설정을 하고 있다. 기존 영화들과 다른 것이 있다면, 그 주인공이 초능력을 지녔다는 점일 것이다.

 

 

어떤 면에서 시간여행을 하거나 타임 패러독스에 빠지는 주인공의 모습은 사실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봐온 소재다. 그러나 <퓨처패스트>가 다른 점은 단순히 타임 패러독스를 다루는 단계에서 지나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묻고 진지하게 성찰한다는 점이다.

 

 

-스포일러를 일정 부분 함유하고 있습니다. 이 점을 미리 밝힙니다-

 

 

물론 <퓨처패스트>는 기본적으로 액션 블록버스터다! 엄청난 예산이 투입된 영화의 비쥬얼신은 보는 그 자체로 관객을 압도한다. 매그니토가 경기장을 통째로 옮기고, 거대한 센티넬과 엑스맨들이 격돌을 벌이는 장면은 그 자체로 멋지다.

 

 

그러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단순히 치고 박는 액션물이라면 <퓨처패스트>는 관객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퓨처패스트>는 철학적인 사유를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왜 찰스 자비에 교수는 울버린을 50년전 과거로 보냈는가?

 

 

 

 

 

센티넬이란 강력한 무기가 돌연변이들과 그에 협력하는 인간들을 무자비하게 살육하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다. 물론 거기엔 자신과 동족이 살기 위한 다소 이기적인 이유도 있다.

 

 

그러나 찰스 자비에 교수가 원하는 세상은 돌연변이만 사는 세상이 아니라, 돌연변이와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이다. <엑스맨> 시리즈에서 그려지지만 찰스 자비에는 엄청난 초능력자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단순히 읽는 수준을 넘어서서 마인드 컨트롤이 가능하다. 그것도 한번에 전 세계 60억명을 말이다! 그는 마음만 먹는다면 <마징가Z>를 비롯한 애니에서 악당들이 그렇게 목놓아 부르짖는 지구정복을 단숨에 해낼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능력을 특정 돌연변이를 찾고 그들의 아픔과 인류의 공존을 위해서만 쓰는 인물이다. 영화 말미가 찰스가 울버린에게 자신의 엄청난 능력, 즉 힘의 이유가 다른 이의 마음을 읽고 아픔을 공유하는데 있다는 것에선 많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참으로 위대한 힘은 누군가를 억압하고 다스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다른 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다는 그런.

 

 

 

누구보다 지혜롭고 희생적인 찰스 교수가 젊은 시절에는 너무나 큰 시련에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있는 모습은 오히려 그를 더욱 인간적이고 위대하게 느끼게끔 한다. 그가 자신의 초능력을 없애는 대신 걷게 해주는 치료제를 끊는 모습은, 항상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그의 캐릭터를 새삼 일깨운다.

 

 

 

애초에 <엑스맨> 시리즈에서 그렇지만, <퓨처패스트>에서도 천재과학자 트라스크와 미국 정부는 돌연변이들을 말살하려고 한다. 그들이 센티넬을 개발하는 이유는 나찌가 유태인 말살을 꾀한 것과 맞먹을 정도로 끔찍한 일이다.

 

 

찰스 교수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드는 매그니토는 또 어떠한가? 그는 억압받고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동족을 위해서 분연히 일어난 인물이다. 그를 단순하게 미워할 수 없는 것은 그가 나찌에 의해 유태인수용소에 끌려갔고, 거기서 부모님을 잃었던 과거를 지닌 탓이다.

 

 

매그니토는 자신의 동료이자 연인인 미스틱 때문에 미래의 센티넬이 강력해지는 사실을 알게 되자, 별다른 고민없이 그녀를 없애려 들 정도로 목적에 충실한 인물이다. 얼핏 보면 매그니토와 트라스크 박사는 대척점에 인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두 사람은 똑같다. 그들은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만약 처지가 달랐다면, 각자 상대방처럼 똑같이 폭력을 행했을 인물이다.

 

 

따라서 두 사람의 대척점은 찰스 교수로 대표되는 엑스맨이라고 하겠다. 앞서 말한대로 찰스 자비에는 마음만 먹는다면 돌연변이와 인간 모두를 정신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런 평화가 과연 진정한 평화라고 할 수 있을까? 찰스 교수는 어려운 길을 묵묵하게 가는 인물이다. 인류와 돌연변이가 최후의 전쟁을 하는 이유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 할리우드 대세인 제니퍼 로랜스가 연기하는 미스틱은 아름답고 강력하면서 동시에 평화와 전쟁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 여성의 모습을 깊이있게 연기했다고 여겨진다.

 

 

현생인류와 돌연변이라고 총칭되는 초능력자들은 같은 인간이다. 그러나 미국 고위층 인사들은 트라스크 박사처럼 뛰어난 능력을 가진 그들이 자신을 죽이고, 이 나라의 권력을 차지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가능성하나만 가지고 그들을 모조리 제거하려고 든다.

 

이런 모습은 영화속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서글프다. 나찌가 유태인을 무려 600만명 이상 학살한 일을 비롯하여, 인류 역사에서 펼쳐진 잔인한 학살은 한 두건이 아니다.

 

 

울버린이란 명칭 만큼 늘 충동적인 그가 <퓨처패스트>에선 누구보다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다가가는 자상한 모습을 보여서 왠지 다른 느낌을 받게 한다.

 

 

 

 

인종학살 아니라 언어와 풍습 그리고 피부색깔이 다르다고 억압하고 노예로 부린 역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퓨처패스트>의 결말은 그래서 우리에게 무척 인상 깊게 다가온다. 물론 그건 완벽한 끝맺음은 아니다.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로 대척점에 서 있던 젊은 시절의 찰스 교수와 양가족인 레이븐(미스틱)이 서로를 인정하고 인류와 공존을 모색하는 것은 분명히 인상적일 수 밖에 없었다.

 

 

<퓨처패스트>는 초능력자들과 센티넬이 벌이는 액션신을 비롯한 여러 현란한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그러나 인간에 대해, 공존과 평화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끔 만드는 그 솜씨야말로 <퓨처패스트>의 진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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