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버릴 돌이 없는 ‘신의 한수’

朱雀 2014. 7. 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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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과 액션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을까? 처음 신의 한수의 예고편을 봤을 때만 해도 코웃음을 쳤다. 신들의 놀이인 바둑과 액션이 만남이 왠지 어색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찌감치 관심에서 지워버렸던 신의 한수’.

 

세상 일이란게 한 수 앞을 알 수 없는 일. 의외로 평이 좋게 나와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무엇이 신의 한수에 사람들이 호평을 던지게 만들었을까? 집근처 극장에서 오후 6시 첫 회차를 끊고 관람하고 나온 지금의 만족도는 <감시자들>과 비슷하다.

 

<신의 한수>는 묘하게 <감시자들>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 두 작품 모두 악당에 대해선 별 다른 설명이 없다. 그저 악당이기 때문에 악당이다. 애초에 사연 따윈 버리고 오로지 그의 악행과 카리스마에 집중한다.

 

덕분에 관객들은 <신의 한수>에선 이범수가 연기하는 살수에 대해서 주인공이 처단해야할 최종보스로 인식하게 된다. 또한 등장인물에게 디테일을 부여하지 않는 부분 역시 그러하다. 각자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텐데, 마치 특별한 설명은 생략한다라는 식의 진행은 여러모로 아쉽다.

 

 

눈앞에서 형의 죽음을 목격하고 복수를 다짐하고, 교도소에서 싸움하는 법과 바둑두는 법을 익히게 되는 태석의 모습은 무협영화의 주인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신의 한수>은 선 굵은 액션영화와 바둑이야기의 이종교배를 완벽하게 해낸다. 어떤 의미에서 <신의 한수>은 무협영화의 21세기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기사였던 태석(정우성)은 내기바둑으로 인해 형을 살수에게 잃고, (게다가 형을 죽였다는 누명까지 쓰고) 교도소에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연을 얻어서 싸움하는 법을 익히게 된다.

 

태석이 모든 것을 잃고 눈앞에서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보는 장면은 무협영화에서 가족과 사부를 잃고 울부짖으면서 복수를 꿈꾸게 되는 무협영화의 주인공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우연히 기연을 얻어서 무술을 배우고, 복수할 대상을 하나씩 제거하는 모습은 특히 무협영화와 너무나 닮아있다.

 

 

 

 

각자 사연이 있고 매력적인 인물들이 예상과 달리 큰 비중없이 지나가는 장면들은 무척이나 아쉽다. 그런 탓에 16부작 드라마였다면? 이란 상상을 하게 된다. 그랬다면 각 인물들의 사연과 이야기들이 좀 더 디테일하게 그려졌을 텐데.

 

 

 

그러나 다소 뻔한 스토리에 기름칠을 하는 것은 역시 바둑의 존재다. 45센티의 나무판위에서 흑과 백이 만나 무궁무진한 조화를 만들어내는 바둑처럼, 바둑의 존재는 뭔가 고품격이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게다가 영화 중간중간 챕터명 대신으로 선택한 바둑용어는 주의를 환기시킴과 동시에 <신의 한수>가 뭔가 더욱 그럴듯하게 보이는 포장효과를 톡톡히 해낸다.

 

무엇보다 살수역의 이범수는 어마무시한 연기내공으로 자칫 평면적으로 보일 수 있는 악당을 뭔가 무시무시하고 숨겨진 한방이 있는 인물로 승화해낸다. 주님역의 안성기는 안정적인 호흡으로 극의 깊이를 더하고, ‘한수를 지닌 배꼽역의 이시영 역시 만만치 않은 아우라를 뿜어낸다.

 

 

9년만에 악역을 맡았다는 이범수는 자칫 평면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는 살수를 무시무시한 악당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신의 한수>의 최고의 캐스팅!

 

 

자칫 심각해질 수 있는 이야기 흐름을 꼼수역의 김인권은 특유의 코믹연기로 적절하게 완급조절을 보여준다. <신의 한수>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안성기, 안길강, 이범수, 김인권, 최진혁, 이시영 등의 화려한 배역진에게 그에 걸맞는 분량을 주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2시간 밖에 안되는 상영시간을 고려하면 나름대로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어설프게 주변인물들에게 디테일을 부여하느니, 주인공에게 올인하는 것으로 말이다! <상속자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최진혁이 선수역으로, 냉동창고에서 목숨을 걸고 정우성과 혈투를 벌이는 장면은 두 인물 모두가 관객의 뇌리에 남을 만한 명장면이었다.

 

특히 <신의 한수>은 화려한 배역진을 통해 주인공 정우성이 선명하게 관객들의 눈에 박힐 수 밖에 없게끔 주도면밀하게 이야기를 진행해간다.

 

 

<신의 한수>는 액션신은 하나도 버릴 장면이 없다. 이야기의 잔가지는 치고 오로지 액션과 바둑에 치중한 <신의 한수>는 아쉬움이 남지만, 2시간 남짓한 상영시간 등을 고려하면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여겨진다!

 

 

 

노량진 수산시장, 장위동 흑백기원, 관철동 골목길, 청담동 고급바의 공간을 이용해서 짧은 시간안에 효율적으로 캐릭터에 대해서 설명해낸다. 마지막으로 냉동창고 격투신과 20:1의 대결, 마지막 격투신 등의 선 굵은 액션은 충분히 영화표값을 충분히 해낸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액션영화를 보고 싶다면 꽤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신의 한수>에선 노골적으로 속편에 대한 암시가 남아있는데, 영화를 본 이라면 누구라도 속편을 기대하게 될 것 같다. 정우성의 선택은 옳았고, 감독은 버릴 돌이 하나도 없는 액션영화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 같다.

 

한줄평: 버릴 돌을 없지만, 부족한 돌은 있다. 허나 바둑과 액션의 이종교배는 성공적이다!

 

별점: 4.0(5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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