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패러디와 판타지도 20대의 슬픔을 가리진 못했다! ‘잉여공주’

朱雀 2014. 8. 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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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전부터 tvN에선 독특한 드라마 한편을 선보이고 있다. 바로 잉여공주! 제목만 들어도 알 수 있겠지만, 우리가 안데르센 동화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인어공주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이다.

 

 

인어공주가 21세기 대한민국에 있다면?’이란 발칙한 상상으로 시작된 드라마는 온갖 패러디와 코미디가 함께 하고 있다. 2화의 첫장면은 안마녀로부터 입수한 물약을 먹고 인간이 된 에이린 공주가 마치 터미네이터 2’를 연상시키는 장면으로 당당하게(?) 등장하는 장면이다.

 

 

그 뿐인가? 에이린 공주가 인간이 된 가장 큰 이유인 권시경 쉐프와 만나기 위해서였다. 물에 빠진 권시경을 구해주고 자신을 기억할거란 순진한 상상(?)을 하는 그녀가 보게 되는 상황은? 우와! 놀랍게도 <별에서 온 그대>의 한 장면이었다!

 

 

 

 

 

 

<터미네이터>, <별에서 온 그대>, <G.T.A>까지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이요, 코미디까지 패러디해내는 '잉여공주'의 모습은 무척 재밌다. 패러디라는 게 자칫 잘못하면 식상하기 마련인데. 적절한 선에서 드라마에 잘 녹아들게 만드는 연출력엔 박수가 절로 나올 지경.

 

 

 

잉여공주는 동화적 분위기와 순정만화틱한 요소들이 곳곳에 깔려있다. 그러나 잉여공주는 단순하게 보기 힘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우선 진정한 사랑이란 로맨틱한 주제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선 사랑은 이제 진부할 대로 진부해진 이야기다.

 

 

그러나 막상 진정한이란 수식어를 붙이면 쉽게 말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드라마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선 일주일에만 수십편의 드라마가 방송중이고, 대다수의 소재가 사랑이지만.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눈을 가리고 싶을 정도다.

 

 

잉여공주에서 보여지는 사랑 역시 비슷하다. 취업준비생인 이현명은 대기업에 입사해 다니는 여자친구 진아에게 매달리고 있지만, 그의 사정 때문에 거의 헤어지기 직전이다. 윤진아는 극중에서 사랑을 운운하지만 그녀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권시경 쉐프에 대한 마음은 순수하다고 보기 어렵다.

 

 

 

 

 

인스턴스 사랑이 넘쳐나는 21세기에 '진정한 사랑'이란 진부한 주제(?)를 들고 나온 '잉여공주'의 뚝심엔 그저 박수만 나온다.

 

 

인간이 되는 물약을 먹은 에이린 공주는 100일동안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하면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따라서 그녀가 앞으로 자신의 사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들거라 여겨진다.

 

 

그렇지만 잉여공주에서 역시 가장 돋보이는 고민은 오늘날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20대들의 모습이다. 주인공인 이현명은 벌써 미대를 나오고도 전공과 상관없는 취업에 몇 년째 매달리고 있다.

 

 

? 그는 화가가 되고 싶지만 전시회를 열어야만 하는데, 모든 것엔 이 필요하다. 가난한 그로선 화가의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고, 취업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것은 화가가 되지 그랬어?’라는 면접관들의 비아냥 뿐이다.

 

 

 

 

 

학자금 대출에 시달리고, 미대생이면서도 돈 때문에 전시회도 변변히 열지 못하고, 대학 졸업후엔 제대로 취직조차 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이현명의 모습에선 오늘날 대한민국의 20대의 모습이 겹쳐진다고 하면 너무 심한 비약일까?

 

 

이현명이 사는 잉여하우스의 하숙생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명문대 법대를 나오고도 10년째 사법고시만 치르다가 취업준비생이 된 도지용. 꽃미모를 자랑하는 대책없는 빅까지. 그들의 모습은 분명 코믹한 구석이 있지만, 말 그대로 잉여가 되어버린 그들의 삶은 어딘가 슬프기 그지 없다.

 

 

물론 잉여공주는 무거운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면접에서 떨어지고 강물에 몸을 던지려던 이현명 앞에 인간이 된 에이린이 등장해서 옷을 줘라고 말해서, 난감한 상황이 펼쳐지는 식으로 말이다.

 

 

무엇보다 잉여공주에서 인어공주인 에이린이 귀엽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4차원적 매력을 폴폴 풍기면서 극의 분위기와 재미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2화 마지막에 보여진 것처럼 취업과 사랑에 실패하고 낙담한 이현명의 모습에서 오늘날 20대의 슬픔이 느껴진다고 하면 무리일까?

 

 

만화적인 상상력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오늘날 대한민국 20대의 고민이 여실히 그려진 잉여공주’. 앞으로 어떻게 오늘날 대한민국 20대들의 취업에 대한 고민과 진정한 사랑이란 키워드를 잘 그려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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