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하이킥’의 장르를 바꿔버린 신세경의 눈물연기

朱雀 2009. 9. 1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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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뚫고 하이킥>의 장르는 분명 시트콤이다. 그러나 어제만큼은 멜로물로 착각할 지경이었다.

우리나라 드라마만큼 눈물신을 자주 찍는 곳은 드물 것이다. 워낙 흔하기 때문에 다들 몇초안에 짧은 시간안에 눈물을 쏟아낼 만큼 비상한 재주들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눈물만 흘린다고 서럽게 운다고 눈물연기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신세경은 어제 방송된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진정한 눈물연기가 무엇인지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 스토리는 이렇다. 빚쟁이들에 쫓겨 무작정 서울로 상경하게 된 신세경-신신애 자매는 여기저기를 전전긍긍하다 우연히 착한 외국인 줄리안을 만나게 된다. 두 자매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줄리안은 자신의 하숙방을 내주고 자신은 마루에서 자면서 극진히 보살핀다. 그러나 자신들 때문에 줄리안이 고생하는 걸 안 신세경은 일자리를 구했다는 거짓말을 하고 무작정 줄리안의 집에서 나온다.

중졸의 학력에 혹까지 달린 세경은 일자를 구하지 못하고 결국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다. 그녀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신신애는 다른 외국인을 줄리안으로 오해하고 무작정 쫓아가고 결국 길을 잃게 된다. 동생을 잃은 신세경은 어쩔 수 없이 줄리안을 찾아와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줄리안-신세경과 황정음, 유인나-광수 세조로 나뉘어 수색에 나선다.


그러나 시트콤이란 장르 탓일까? 세경을 제외한 두 조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유인나-광수조는 신신애를 찾다가 날씨가 좋다며 ‘다른 조가 알아서 찾겠지’라며 오이도로 놀러간다. 자신의 개를 이끌고 신신애 찾기에 나섰던 황정음은 거리에서 멋진 옷을 보곤 반해서 결국 원래의 목적은 까맣게 잊은 채 상점에 들어가 옷을 입곤 좋아해 한다.

항상 먹을 것을 밝히는 신신애는 울면서 언니를 찾다가 어느 집 앞에 있는 우유를 훔쳐마시고, 그 다음엔 편의점에 버려진 라면을 먹고, 마지막엔 길거리에 나눠주는 무료급식까지 받아먹으며 계속 울어댄다.

반면 줄리안과 짝을 이룬 신세경은 표정부터 달랐다. 다른 이들이 ‘연기한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과 달리 그녀는 정말 친혈육을 잊어버린 것처럼 애타게 찾는다. 눈에선 쉴새없이 애달픈 눈물이 흘러내리고, 애타는 표정은 <지붕 뚫고 하이킥>의 장르를 의심케 할 정도였다.

사방이 어둑어둑해진데다 끼니조차 먹지 못해 기진맥진해 하는 신세경의 모습은 정말 그런 착각마저 들게 했다. 그녀가 쓰러질까 염려한 줄리안이 “우선 밥이라도 먹어”고 해도 “우리 신애 아무것도 못 먹고 쫄쫄 굶고 있을텐데 내가 어떻게 밥을 먹어요”고 하며 절규한다. 결국 줄리안이 그럼 물이라도 먹으라며 잠시 물을 사러 간 사이, 아빠와 만나기로 했던 남산타워를 보곤 무작정 그리로 뛰어간다.


발뒤꿈치가 까지고 결국 뛰다가 넘어지며 울며 아빠를 찾는다. 잃어버린 동생에 대한 애타는 마음을 드러내는 장면은 최근 본 드라마의 명장면 베스트 5에 들어갈 만한 명장면이었다. 바닥에 넘어졌을 때 희미하게 동생의 울음소리를 듣곤, 다시 바닥에 눈을 감고 간절한 마음으로 동생의 목소리를 찾는 신세경의 표정은 간절함과 애틋함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결국 다행히 두 자매는 남산타워에서 만나 감동의 재회를 한다. 구구절절한 사연이 담긴 대사와 눈물 연기 그리고 감격의 재회는 그 자체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신세경의 신들린 눈물연기는 아마 아무런 정보 없이 그 장면만 본 이들이라면 <지붕 뚫고 하이킥>이 시트콤이란 사실을 누구도 짐작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훌륭했다. 시청자가 장르를 헷갈리게 할 정도로 멋진 연기를 보여준 신세경의 열연이 초반부터 작렬하는 <지붕 뚫고 하이킥>. 앞으로 방영분이 더욱 기대되는 명연기였다.

9/16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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