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PD수첩의 2PM 재범관련 보도, 시청율을 위한 미끼인가?

朱雀 2009. 9.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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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에 방송된 <PD수첩>에선 기무사 민간사찰 의혹과 2PM 재범이야기를 다루었다. 특히 재범의 경우 지난 주 동안 국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슈거리라 좀더 심층적인 보도를 기대했는데, 수박 겉핥기식으로 끝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방송은 4년 전 재범군이 문제의 발언을 한 것과 4일 만에 탈퇴하고 한국을 떠난 것으로 이야기를 열었다. 제일 먼저 보여준 것은 지난 9/8일 인천국제공항에 모인 500여명의 팬들이 떠나는 재범을 향해 ‘가지마’를 외치는 장면이었다. 왜 그녀들은 한 아이돌그룹의 가수의 미국행을 막아서고 있는 것일까?

카메라는 마이데일리의 배국남 기자의 인터뷰로 이어진다. 그는 “미국에서 자란 한 연예인 연습생이 개인적인 이야기가 네티즌에 의해서 대량 유포되고 대중매체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글을 쓴 심경과 상황 등이 거세된 채(제거가 아닌 거세란 단어를 썼다) 한국인 비히라는 부분으로 매도돼어버렸다”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 후 그룹 2PM이 1년 전 데뷔 때부터 현재까지 벌인 활약상을 짤막하게 담아냈다. ‘짐승돌’이라 불리며 엄청난 인기몰이 중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번 사태가 시작된 지난 5일 재범군이 마이스페이스에 올린 개인적인 글이 ‘한국비하’로 이야기되며 퍼져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JYP사무실을 찾아 재범의 팬들이 붙인 메모들을 보여주고, 관계자와 인터뷰를 하며 향후 계획에 대해 물었다. 당연히 관계자는 사태에 대해 말을 아꼈고 향후 활동계획에 대해서도 얼버무렸다.

이후 방송은 언론의 마녀사냥식 언론몰이에 대해 성토를 한다. 유명 영어강사와 외국인들이 출연해 재범이 쓴 글은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을 토로한 별 문제성 없는 글로 넘기고, 이름난 대중평론가와 언론가들이 등장해 인기를 올리기 위한 언론몰이에 대해 비판한다.

물론 현재 언론의 보도엔 문제가 많다. 또한 군중심리에 이끌려 섣불리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 이들도 많고, 다소 성급하게 이번 사태에 대해 감정을 토로한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이미 다른 블로거들이 지적했지만 여기엔 뿌리 깊은 문제들이 존재한다. 우선 왜 재미교포 2, 3세들이 연예인으로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가? 그들이 국내인들보다 예능적 끼가 넘치기 때문인가? 아니다. 그들은 군문제에서 좀 더 자유롭기 때문에 기획사들이 그들을 수입해서 국내 연예계에 내놓는 것이다.

게다가 재범이 한 행동은 분명 여러 가지 이유를 댈 수 있지만 잘못한 일이었다. 지금처럼 거센 비난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의 원색적인 표현은 문제가 분명히 있었다.

또한 그룹을 탈퇴한 재범이나 그것을 묵인 혹은 강요한 JYP도 분명 문제가 있다. 4년을 기다려 연예인이 되었는데 고작 4일만에 팀에서 탈퇴했다면 분명 뭔가 크게 문제가 있지 않은가?

우선 위에서 밝힌대로 유승준 등이 거론된 것은 문화의 벽과 군복무등의 뿌리 깊은 갈등요소가 잠재된 탓이 크다. 다수가 피해의식을 가진 상황에서 평소 ‘짐승돌’이라 부르며 친숙하고 착하게만 보았던 이가 사실은 뒤에서 한국을 욕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네티즌들은 분노를 한 것이다.

만약 그 대상이 몇몇 개인이나 단체정도면 괜찮았을 것이나, 욕하는 대상 자체가 한국이고 한국인인 탓에, 여론이 거센 것이었다. 그러나 PD수첩은 그런 상황에 대해선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사의 인기와 이득을 위해 무분별한 보도를 일삼는 언론만을 문제로 삼았다. 물론 그것도 나름 의미가 있는 발언이며, 같은 언론사인 MBC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것 또한 옳은 일이다.


그러나 현재 재범관련 사태가 우리에게 남긴 숙제와 뿌리 깊은 갈등과 문제 요소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없이 지나간 것은 무척 안타깝다. 여기엔 우선 보도시간이 짧았던 탓이 가장 컷을 것이다. 기무사관련 의혹 탓인지, 재범관련 보도는 겨우 10분 남짓에 불과했다. 이정도 시간으론 사태를 정리하기에 급급할 수 밖에 없다. 기무사 관련 내용이 무척 시사적이고 중요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번 재범사태도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 여긴다.

따라서 기무사 관련 의혹 때문에 긴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면, 차라리 따로 시간을 배정해서 좀 더 깊숙한 보도를 해야하지 않았을까 싶다. 좀 더 다각적인 시도에서 말이다. PD수첩에서 보도한 내용은 블로거들이 네티즌에서 갑론을박을 벌인 내용보다 오히려 충실도가 떨어졌다. 단순히 재범을 옹호하는 선에서 끝낼 게 아니라 재범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우리가 그에 대해 무엇을 오해했는지, 우리는 왜 재미교포가 남자 아이돌 그룹의 대세를 이루는지, 군복무관련 피해의식을 지니는지 등의 복합적인 문제들을 좀더 심도깊게 다뤘어야 한다고 본다. 이번 재범 관련 보도는 너무 수박 겉핥기라 차라리 아니한만 못하지 않았나 싶다.

재범관련 사태로 인기를 얻고자 한 언론사들처럼, 기무사 관련 의혹 방송에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로 PD수첩 역시 이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로 빈약한 방송이었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여러 문제를 엿볼 수 있는 이번 사건을 단순히 언론의 마녀사냥에 의해 희생자로만 본다면 PD수첩 제작진의 능력이 의심되고, 기무사 관련 의혹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게끔 의도했다면 그 역시 다른 언론사와 무엇이 다른 행태인지. 참 답답하다.

9/16일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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