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영악하기 짝이 없는 영화! ‘나를 찾아줘’

朱雀 2014. 10. 28. 07:00
728x90
반응형

 

 

결혼 5주년 사라진 아내. 남편인 닉은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경찰에게 수사를 의뢰하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하나씩 떠오르는 단서들은 남편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할 뿐이다. 과연 닉은 아내를 살해한 것일까? 진실은 무엇일까?

 

 

나를 찾아줘는 단순한 스릴러 영화가 아니다. 스릴러 영화나 소설을 많이 읽은 이들이라면 이 영화의 반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나를 찾아줘가 다른 작품들과 궤를 달리하는 것은 중반 이후의 행보다!

 

 

 

-스포일러를 다량 함유하고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이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나를 찾아줘는 얼핏 보면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막장 드라마에서 좀 더 발전된 형태로 여겨질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치정으로 얽혀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작품을 좀더 분석해보면 단순하게 그렇게 볼 수 만도 없다.

 

 

우선 극중 사라진 아내 에이미가 남편 닉에게 벌을 주기 위해 스스로 살인현장을 꾸며놓는 부분을 보자! 그녀는 남편을 살해범으로 몰기 위해서 각종 서적과 TV를 보면서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다.

 

 

이 부분은 오늘날 우리가 노출된 매스미디어와 서적들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지 여실하게 보여준다. 심지어 언론은 지극히 정상적인 닉을 부도덕한 남편, 보험금을 타기 위해 아내를 살해한 듯한 뉘앙스로, 여동생과 적절하지 못한 관계를 가진 듯한 식으로 몰아간다.

 

 

그 이유는?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이고, 대중은 '리얼리티 쇼'를 보면서 즐긴다. 그들은 '진실'과 상관없이 닉을 처음엔 동정하다가 이내 살인범으로 여기게 된다.  

 

 

 

 

그런 장면들은 소름이 끼친다! 또한 영화 초반에는 아름답고 현명해 보였던 에이미가 극이 진행될수록 자신이 사귀는 남성들을 자신의 뜻대로 하고자 악녀본성을 내보이면서 남성관객들을 아연하게 만든다.

 

 

사귄 남자친구가 자신의 뜻을 거슬리는 경우에는 파렴치한 인간으로 만들어서 사회적으로 매장을 시켜버리는 그녀의 모습은 증오를 넘어서서 남성 관객에게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동시에 나를 찾아줘는 실종된 에이미가 실은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이후 과정에 주력한다.

 

 

에이미는 숨어 지내는 도중에 하필이면 운없이 강도 커플을 만나서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빼앗기고 만다. 그러나 강도가 말한 것처럼 그들은 돈만 빼앗아 갔을 뿐이다. 영화에서 에이미가 남자들에게 했던 행동들을 보면 오히려 그들이 (상대적으로) 자비롭게 보일 지경에 이른다.

 

 

그러나 에이미의 행동은 일견 이해가 가는 면도 있다.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가 자신에게 했던 행동을 다른 여자에게 똑같이 하면서 불륜을 저지르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면? 흔히 말하는 대로 꼭지가 돌아버릴것이다.

 

 

물론 에이미가 벌인 행동들은 정도를 넘어선 수준이 아니라-우리가 상식선에서 용납할 수 있는-, 그야말로 끔찍하기 짝이 없다. ‘나를 찾아줘는 미국 중산층 가정의 모습을 그려낸다. 우리가 흔히 할리우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선남선녀가 아름다운 사랑을 키워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떠나고자 하는 남자를 붙잡고자 완벽한 범죄를 저지르는 에이미의 모습은 도가 너무나 지나쳐서 그저 아연한 감탄사만 뱉게 만든다.

 

 

나를 찾아줘는 워낙 파격적인 이야기와 화면전개 때문에 얼핏 보면 그저 막장 드라마의 할리우드판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거기서 오늘날 미국 중산층 가정의 위기를 볼 수 있고, 미국 언론들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읽을 수 있다.

 

 

동시에 결혼한 남녀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닉과 에이미는 결혼할 때 서로에게 남들과 같은 부부가 되지 말자고 다짐한다. 서로에게 거짓말 하지 않고, 서로를 믿어주고 끝까지 의지가 되는 부부가 되자고.

 

 

그러나 실상은 그들도 남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무능한 남편인 닉은 부인이 자신을 위해 집도 장만해주고, 가게까지 내주었는데,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만행(?)을 저지르고 만다.

 

 

에이미 역의 로자먼드 파이크의 연기는 그저 경이롭다. 사랑스럽고 아름답던 그녀가 악녀로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은 그야말로 남성의 입장에서 공포스럽기 그지 없다. 이 영화에서 제일 잘한 것은 아마도 로자먼드 파이크를 에이미 역으로 캐스팅 한게 아닐까?

 

 

 

에이미 역시 남편을 의심하다 못해, 결국엔 범죄자로 만들어서 사형을 언도받게 만드려고 한다. 그리고 돌아와선 남편이 자신을 떠나지 못하게 임신을 하고, 아기를 인질(?)로 협박까지 한다.

 

 

아버지를 증오하게 만들겠다고. 에이미의 뛰어난 연기력은 천만명이 넘는 미국인을 속이고, 심지어 경찰들까지 속일 정도로 뛰어나다. 따라서 자신의 아이를 속이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일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21세기인 오늘날 행복이 뭔지도 고민케 한다. 닉은 에이미 덕분에 이제 돈에 대해선 걱정할 일이 없어졌다. 에이미는 각종 방송행사와 서적을 내고, 그것도 부족해서 닉이 운영하던 술집은 이제 프랜차이즈까지 내게 되었다.

 

 

오늘날 황금만능주의와 물질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그러나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고, 철저하게 에이미의 뜻에 따라 살아가야 하는 그의 인생은 어떠할까? 심지어 아내가 살인도 서슴치 않고 저지른 지능범이란 사실을 (혼자만) 안다면?

 

 

나를 찾아줘는 보면 볼수록 영리하다. 아니 영악하다! 중반까진 스릴러의 형식을 빌려다가, 중반 이후론 에이미의 모습을 통해서 남편을 소유물로만 여기는 그녀의 심리를 그려낸다.

 

 

그러나 에이미의 모습은 어떤 의미에선 정도가 다를 뿐-물론 매우 일정 수준을 넘어서긴 했지만 과장법은 문학과 영화의 전매특허가 아니던가?-. 21세기의 모습이 아닐까? 인간관계조차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되어버린. 이기적이다 못해 굴절되어버린.

 

 

 

간단평: 화면 땟깔 죽이고, 배우들의 연기도 끝내주고, 메시지도 훌륭한 작품. 간만에 표값이 아깝지 않은 영화. 그러나 소재 자체가 강렬한 탓에, 미국판 사랑과 전쟁으로 오해하기 쉬운 건 작품의 흠 아닌 흠.

 

 

별점: 4.5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