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TV비평

‘미생’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朱雀 2014. 12.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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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미생을 볼때만 해도 장그래에게 너무나 감정이 이입이 되어서 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프로기사를 꿈꾸던 그래가 결국 입단테스트에서 떨어져서, 회사에 취업하는데, 인턴생활내내 왕따를 당하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눈물겨웠다.

 

 

(비록 실패했지만) 바둑에서 배운 것들을 토대로 직장생활을 해가는 그래의 모습은 신선했고 감동적이었다. ‘미생에 대해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것은 슈퍼맨이나, 재벌 3세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또한 그 흔한 연애도 안 나오고-.

 

 

최강스펙의 소유자인 장백기도 신입사원으로서 이런저런 실패를 겪고, 그렇게 완벽해 보이던 안영이에게 같은 부서의 대리들이 질투를 하고 모질게 구는 장면들은 우리네 삶을 잘 보여준 대목이 아닐까?

 

 

물론 미생도 드라마이기 때문에 몇 가지 판타지적인 설정은 존재한다. 이를테면 장그래를 감싸주는 오차장이란 캐릭터를 생각해 보자! 세상에 어떤 회사에 오차장 같은 인물이 존재한단 말인가?

 

 

신입사원의 말이라도 충분히 재고할 가치가 있으면 적극 반영하고, 2년짜리 계약직 사원임에도 불구하고 정규직으로 바꿔보자고 동분서주 하는 그의 모습은 정말로 눈물겹다. 게다가 장그래 역시 그 모진 시련과 위태위태한 순간에 정도를 잃지 않는 모습은 정말이지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장그래와 오차장 같은 인물은 우리의 현실에선 거의 찾아보기 힘든 인물들 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판타지적인 요소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미생은 제목 자체가 우리에게 낯설기 그지 없다.

 

 

굳이 바둑용어에서 미생이란 단어를 집어낸 윤태호 작가의 선구안은 드라마의 성공으로 빛을 발하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태어난 순간부터 산부인과를 통해서 줄을 세우는 사회가 아니던가? -그리고 초등학교부터 시작해서 대학까지 계속해서 줄을 세우지 않던가?-

 

 

장그래의 원인터 입사는 그래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분명히 다른 인턴들의 미움을 살만한 낙하산이다. 게다가 고졸이라니. 명문대를 나온 것도 부족해서 해외연수에 자격증까지 따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온 스펙들에게 장그래는 반칙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프로 바둑기사를 꿈꾸면서 지난 삶을 보내온 그래가 그 첫 번째 도전이 실패했다고 해서 회사원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미생은 장그래와 주변인물들을 통해서 우리가 당연시 여겼던 것들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의 지난 노력들은 지난 시간들은 모조리 부정당해야 옳은 것인가? 비록 시작은 보잘 것 없지만 최선을 다했고, 원인터에 들어와서 그가 한 모든 결과물들은 계약직이란 이유 하나로 무의미한 것일까?

 

 

 

 

 

 

 

우린 잘 안다. 거대한 회사에서 한 인간이란 그저 하나의 톱니바퀴에 불과할 뿐이다. 아무리 훌륭한 직장인이라도 누군가는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 따라서 대기업을 다니는 회사원은 부러움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소모품이자 하나의 부속으로 취급당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인생은 어디에서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일까? ‘미생은 인턴때부터 장그래와 다른 이들이 경쟁하게 만들지만, 거기서 단순히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고자 하지 않는다. 각자 나름대로 존재이유가 있고, 그들이 각기 빛나보이는 자리들을 조명해준다.

 

 

동시에 그들의 좌절과 실패 역시 담담하게 그려낸다. 안영이는 아버지 때문에 전 직장을 관둘 수 밖에 없었고, 학생시절부터 알바를 전전하며 모은 돈을 고스란히 아버지에게 바쳐야만 했다.

 

 

일도 잘하고 부하직원을 아끼는 오차장은 결국 회사에서 쫓기듯 사표를 내고 나와야만 했고, 부정이 의심되던 최전무는 오히려 회사에서 한직으로 밀려났음에도 여전히 기세등등해서 그의 '건재'를 암시했다. 

 

 

미생은 그래의 모습을 통해서 한 인간의 진심과 노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사회의 불합리성과 모순을 폭로한다. 장그래는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결국 계약연장이 되지 못했다.

 

 

윤태호 작가는 노력만으론 세상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음을 보여준 건 아닐까? 그러나 동시에 오차장이 만든 회사에서 맹활약하는 장그래의 모습을 통해서 그의 지난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또한 그려냈다.

 

 

 

 

 

 

미생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녹아냈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밖에 없었고, 동시에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일을 진심으로 즐기고 마치 가족처럼 서로를 아끼는 영업 3팀의 모습은 회사란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를 고민케 한다.

 

 

또한 여성들이 육아와 차별 그리고 성희롱으로 고통 받는 모습, 사내정치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샐러리맨의 비애를 그려낸 부분 역시 인상 깊었다. 장그래 뿐만 아니라 주변인물들의 심리와 그들의 이야기를 세세히 그려낸 미생은 벌써부터 시즌 2를 몹시도 고대케 만든다.

 

 

공중파에서 외면한 원작을 기꺼이 선택한 tvN과 이성민, 임시완, 강소라 등등 출연진의 높은 원작 싱크로율과 훌륭한 연기 그리고 멋진 연출의 앙상블은 케이블이란 매체적 한계를 뛰어넘어서 웰메이드 드라마가 사회에 얼마나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 보여준 좋은 예였다! 더할나위 없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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