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오 나의 귀신님’에는 없는 세 가지!

朱雀 2015. 8.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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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에서 하는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12회가 현재 4.389%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에게 고작?’이라고 생각할 이들도 있지만, 케이블은 매체적 특성상 공중파보다 시청률이 낮을 수 밖에 없다. 


공중파야 그냥 TV를 틀면 나오지만, 케이블은 최소한 가입하고 따로 돈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보통 케이블 시청률은 공중파와 비교하려면 세배를 곱하면 되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현재 ‘오 나의 귀신님’의 시청률은 tvN 드라마 역사로 따져도 5위안에 들어갈 정도로 ‘역대급’이다.



그런데 필자는 ‘오 나의 귀신님’을 보면서 다른 드라마에선 찾을 수 있는데 여기선 찾을 수 없는 몇 가지를 찾게 되었다. 지금부터 나열해보려고 하는데, 아마도 많은 이들이 동의하지 않을까 싶다.







1. 재벌 3세가 등장하지 않는다.



‘실땅님’ 혹은 ‘본부장님’ 등등의 호칭을 가진 재벌남이 ‘오 나의 귀신님’에선 등장하지 않는다. 다른 드라마에선 너무나 흔하게 등장해서 ‘동네마다 한명쯤 있는 게 아닐까?’라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그 재벌 3세가 말이다.



나봉선과 신순애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강선우는 셰프다. 물론 잘 나가는 스타셰프긴 하지만, 어디 재벌3세와 비교할 수 있겠는가? 여주인공인 나봉선은 집 구할 돈이 없어서 전전긍긍하는 전형적인 요즘 20대 여성이고, 신순애는 처녀귀신인데, 죽기전의 그녀는 조그마한 가게에서 열심히 일했뿐이다(한마디로 전형적인 소시민).



그렇다고 재벌녀도 등장하지 않는다. 강선우를 사이를 두고 잠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 이소형 역시 PD로 평범한(?) 직업의 종사자다. 나봉선과 잠시 썸탔던 서준 역시 같은 썬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요리사로 그야말로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직업이다. 이 얼마나 한국 드라마에선 드문 일인가? 재벌은 커녕 부자도 등장하지 않다니!




2. 사랑의 라이벌이 없다?!



조금 애매한 부분이긴 하지만,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삼각관계가 형성되질 않고 있다. 신순애가 잠시 한눈을 팔긴 했지만, 썬 레스토랑에서 함께 일하는 서준과 최성재 경장은 그냥 ‘호의’를 가진 상태로 끝나고 말았다. 다른 드라마에선 여주인공과 어느 정도 관계를 형성하면서 남자주인공과 경쟁구도로 가는 것을 생각했을 때, 참 특이한 부분이다.



강선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대학시절부터 혼자 좋아하는 이소형 PD가 있었다. 그녀도 그를 좋아했지만. 아뿔싸! 둘 다 그 사실을 모르고 지나가고 있었다. 이소형은 강선우의 곁에 나봉선이 등장하고 나서 서서히 긴장하고 대쉬를 시도했지만, 몇번 하고 말았다.



우리가 다른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매우 적극적이고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허기사 나봉선은 일할때도 붙어있고, 일끝나고 같은 곳에서 지냈으니. 애초에 상대가 되긴 어려웠지만- 그렇다해도 몇번 대시하고 쿨하게 인정하는 이소형의 모습은 너무나 멋졌다.



대신 ‘오 나의 귀신님’은 나봉선과 그녀에게 빙의한 신순애가 서로를 ‘라이벌’로 의식하는 상황으로 현재 몰고 가고 있지만, 그건 여태까지 드라마와 조금 다르고 다른 포스팅에서 좀 더 심도있게 다루도록 하겠다.





3. 대다수의 등장인물이 착하다?!



아마도 ‘오 나의 귀신님’를 시청하는 이들이라면 이 부분에서 벌컥 화를 내고 반박할지 모르겠다. 현재 아내인 강은희의 뺑소니범과 신순애의 살인범으로 강력하게 의심되는 최성재 때문이다. 그러나 최성재는 지난 방송회차에서 드러났지만 악귀가 씌운 존재로 의심받고 있다. 따라서 그는 국내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악당이 아니라, 조금 다른 악당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아직 그의 정체와 신순애의 죽음과 강은희의 사고에 대해 좀 더 지켜봐야할 필요가 있다.



최성재를 제외한다면? ‘오 나의 귀신님’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착한 편이다. 강선우는 잘난 척 하는 허세셰프같지만, 실력은 확실하고 자신의 식구는 확실하게 챙기는 인물이다. 약간 거친 그의 말투와 행동을 조금만 걷어내고 보면, 요즘 사람답지 않게 정이 많고 착한 인물이다.



나봉선은 말할 것도 없고, 처녀귀신 신순애는 처음엔 남자만 보면 환장하는 모습탓에 오해(?)하긴 했지만, 살아생전엔 억척스럽게 식당을 운영하던 집안의 가장이었다. 그리고 강선우를 점차 사랑하게 되는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소형PD는 쿨하고 자기 친구인 강선우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한 인물이다. 강선우의 동생인 강은희는 발레리나였다가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는데도, ‘이래도 되나?’싶을 정도로 착하다. 썬 레스토랑의 부주방장인 허민수는 뒤에서 강선우의 흉을 보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 같지만, 여태까지 봐본 바로는 나름대로 나봉선과 레스토랑 식구들을 생각하는 인물이다.









강선우의 어머니인 조혜영은 참한 며느리감으로 이소형을 낙점하면서 강선우와 나봉선의 애정전선에 엄청난 먹구름을 가져올 것 같았지만, 그녀는 한번 정도 자리를 마련하고, 몇번 푸쉬하는 선에서 끝내고 말았다. 처음엔 나봉선에 대해 자신의 아들과 ‘격이 맞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지만, 그외엔 따로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대학교수인 그녀는 서빙고 보살이 ‘점쟁이’임에도 불구하고 편견없이 친구로 대하고, 아들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걸로 봐선 인간성이 넘치는 인물이다. 분명 젊은 시절엔 자신밖에 모르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산 인물이지만 나름 잔정도 많은 편이다.



서빙고 보살은 처음엔 귀신들이 무서워하고 신순애를 잡아가길래 ‘저승사자’쯤 되는 인물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강선우를 사랑하게 된 신순애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그녀가 한을 풀 수 있도록 은근슬쩍 도와주는 모습을 통해 정이 넘치는 인물임을 알게 되었다.



오! 그러고보니 ‘오 나의 귀신님’은 등장인물들이 대체로 착한 나머지, 몇몇 등장한 과거의 인물들조차 큰 사건없이 지나가 버렸다. -가령 어린 시절 강선우를 괴롭혔던 철민이라던지, 12화에서 나봉선에게 일을 좀 시켰던 촬영감독 정도가 그나마 ‘악역’이라 할 만 한데, 너무 소소한 나머지 ‘악역’이라 하기가 뭐하다. 왜?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정도인데다가 바로 사과를 해버리니 말이다-



한국드라마에선 반드시 등장하는 요소들이 빠지고 어떻게 보면 '엄청난 사건'이 없는데도, 시청자를 계속해서 보게 만드는 '오 나의 귀신님'은 정말 귀신같은 매력을 지닌 드라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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