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TV비평

삼각관계의 새로운 진화? ‘오 나의 귀신님’

朱雀 2015. 8.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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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엔 내가 너무나 많아’ 조성모를 비롯한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한 명곡 ‘가시나무’의 한구절이다. 내 속의 ‘여러 명의 나’를 표현한 노래가사중에서 최고가 아닐까 싶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도 코믹하게 표현했지만, 내 속엔 소심이, 슬픔이, 기쁨이, 버럭이 , 까칠이 등의 다양한 감정이 살아(?)가고 있다. 



드라마 리뷰를 하면서 ‘뭔 뚱딴지 같은 이야기?’라고 하실지 모르겠다. 바로 여주인공 나봉선에게 빙의된 신순애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삼각관계’는 필수적인 요소다. 국내 드라마에선 러브라인이 삼각을 넘어서서 사각 이상도 너무나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오 나의 귀신님’은 독특하다! 우선 외형적(?)으로 보았을 때-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반적인(?)- 삼각관계가 별로 심각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우선 나봉선의 경우 이소형PD와 잠깐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긴 했지만, 이렇다할 큰 사건(?) 없이 끝났다.



이소형PD가 강선우에게 두어번 정도 고백하고, 강선우의 어머니인 조혜영교수가 둘이 만나도록 자리 한번 마련하고 조금 등떠민(?) 정도가 전부다. 게다가 이소형PD는 몇번 하더니 너무나 쿨하게 상황(?)을 인정해버렸다. 보통 드라마에서 라이벌녀가 끈덕지게 주인공에게 매달리는 것을 너무나 많이 봐온 상황에서 오히려 ‘너무 쉽게 물러서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강선우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초반부엔 신순애가 살아있을 적에 호감을 가졌던 최성재 경장과 ‘뭔가 썸씽이 있지 않을까?’싶었지만 결혼까지 한 처지인데다 별다른 일없이 지나가 버렸다. 두번째로 썬 레스토랑에서 같이 일하는 훈남 요리사 서준과 미묘한 감정을 주고 받았지만 요샛 말로 썸을 조금만 타다가 끝나버렸다.



강선우와 나봉선의 연애전선엔 큰 난관(?)없이 진행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오히려 11화부터 나봉선과 그녀에게 빙의된 신순애 간에 묘한 라이벌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처음에 나봉선과 신순애는 협력관계였다. 어서빨리 한을 풀고 승천해야될 입장의 신순애와 강선우를 짝사랑하는 나봉선은 서로 의기투합해서 강선우를 공략(?)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성공하고나서부터 일이 묘하게 풀려갔다. 연인관계에 돌입하자 신순애 역시 강선우를 진짜로 좋아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승천을 조금 미루면서 강선우의 곁에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어한다. 심지어 11화에서 그녀는 나봉선이 강선우와 키스하려고 하자 밀어버리는 행동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 일로 신순애와 나봉선은 서로의 감정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나봉선과 신순애는 서로 난감한 상황이다. 신순애는 강선우가 자신이 아닌 나봉선(자신이 빙의한 '나봉선의 외모')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강선우가 자신이 아닌 나봉선을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나봉선은 정반대의 입장이다! 나봉선의 원래 성격은 소심하기 그지 없다. 활발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말괄량이에 자신이 맡은 일을 똑 소리 나게 해내는 신순애의 모습(나봉선에게 빙의되었을때의 '신순애의 인격') 때문에 강선우가 자신을 좋아하게 되었고, 자신이 아니라 ‘신순애’의 인격을 강선우가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여태까지 많이 봐온 드라마들과 많은 의미에서 다른 의미의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여태까지 대다수의 드라마들에서 삼각관계 혹은 라이벌은 제삼자였다. 이런 공식이 깨진 대표작으론 ‘킬미 힐미’를 꼽을 수 있겠다. 다중인격 재벌 3세와 정신과 의사와의 사랑을 그린 작품은 지성이 전혀 다른 캐릭터들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면서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내 속의 나’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와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존재다! 따라서 없애거나 사라지게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주인공에게 딜레마를 선사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상대방에게 마찬가지다. 귀신을 볼 수 없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나봉선과 신순애의 상황은 ‘킬미 힐미’처럼 다중인격처럼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조울증’이란 심리학 단어(?)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게다가 나봉선과 신순애의 전혀 다른 인격은 차례로 등장하면서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높인다. 서로 다른 인격이 위기를 불러일으키거나 해결하는 과정은 우리에게 극적 긴장감을 안겨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강선우는 자신이 눈으로 보는 나봉선의 외모와 활발한 신순애의 성격을 좋아하게 되었다. 따라서 강선우의 입장에선 나봉선의 외모와 신순애의 성격이 '하나'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인간이 아닌 귀신인 입장에서 신순애는 강선우가 자신이 아닌 나봉선을 보고 있다고 여기고, 나봉선은 강선우가 자신이 아닌 신순애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봉선과 신순애에겐 이 얼마나 잔인한 딜레마인가?-.



강선우를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서로를 부러워하고 난감해하는 나봉선과 신순애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나봉선이 빙의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강선우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오는 14일에 방영될 13화가 몹시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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