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멜로물로 바뀐 ‘아부해’, 괜찮다!

朱雀 2009. 9. 17. 12:08
728x90
반응형

<아가씨를 부탁해>(이하 ‘<아부해>’)는 진부한 스토리다. 비록 <꽃남>보다 먼저 기획되었다지만, 그보다 늦게 접하는 시청자의 입장에선 아무래도 <꽃남>과 비슷하다고 여길 수 밖에 없다.

자기밖에 모르는 왕싸가지 철부지 부잣집 아가씨와 빚에 허덕여 그녀를 꼬시기 위해 집사로 위장취업(?)한 서동찬 집사와의 티격태격한 사랑싸움은 웃음을 주기엔 부족했다. 우선 스토리가 너무 진부했고, 극의 중심을 잡아줘야할 윤은혜의 연기가 너무 떨어졌다. 한마디로 엎친데 덮친 격이랄까? 제작진 측에선 내심 30%대의 시청율을 바랬겠지만, 한때 17%를 기록했던 시청율은 지금은 14%대로 추락할 실정이다.



뭐 이유는 구구하게 댈 수 있지만, 무성의한 대본과 윤은혜 같은 주연급의 연기가 뒷받침이 못하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아부해>같은 로맨틱 코미디는 초반에서 중반까진 남녀 주인공이 티격태격하면서 자잘한 재미를 준다. 그들이 서로 싸우면서 정이 들고 그러면서 사랑을 느끼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판타지를 부여해 즐거움과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나 종반부로 치달으면 그들의 사랑이 결실을 맺기 위해 현실과 부단히 부딪쳐야 하는 그 과정에서 두 연인은 사뭇 진지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전개과정은 그 전까지의 발랄하고 즐거운 환상을 즐기던 시청자들에겐 더없는 ‘짜증’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현재 <아부해>는 그동안 티격태격하던 아가씨 윤은혜와 집사 윤상현이 드디어 서로의 마음을 깨닫는 순간까지 진행되었다. 그러면서 작품의 성격은 코미디에서 멜로물로 탈바꿈했다. 대부분의 경우 이럴때 짜증나야 하지만, 오히려 <아부해>의 경우엔 훨씬 볼만했다.

일단 극중 아가씨로 분하는 윤은혜는 <아부해> 초반부터 불분명한 발음과 엉성한 표정연기로 지탄을 받아왔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내 연기자들이 그렇듯 그녀 역시 눈물연기에 있어선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회사에 찾아온 사채업자들에게 자신의 집사인 윤상현이 왜 들어왔는지 모든 내용을 듣게 된다. 사채빚에 허덕이던 그는 우연한 기회로 집사로 들어오게 되고, 이 기회를 통해 자신을 꼬셔 1억원의 빚을 갚기로 한 것을 말이다.


비록 많이 싸우긴 했지만 착하고 언제나 믿어왔던 집사가 실은 다른 목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사실 때문에 윤은혜는 내내 괴로워한다. 반면 윤상현은 겁듭된 윤은혜의 우회적인 물음에도 끝까지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다. 결국 참다못한 윤은혜가 윤상현에게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밝히자, 윤상현은 무척 당황한다. 윤은혜는 자신을 해고하지만, 그녀의 곁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아는 윤상현은 온갖 욕과 수모를 당하면서도 자신의 일을 수행한다.

전부터 윤은혜와 윤상현의 사이를 이상하게 지켜본 정일우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묻고 의심을 한다. 그런 정일우의 연기는 이전까지 부드럽고 착한 꽃미남에서 벗어나 오히려 인간적인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질투하며 흔들리는 그의 모습은 신선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연기였다.


자신의 마음을 윤상현만 빼고 모두 밝힌 문채원의 연기는 <아부해>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존재다. ‘윤상현에게 다른 모든 것을 해줄 수 있지만, 너만은 줄 수 없다’는 어머니의 말에 반발해 ‘“내가 뭔데? 나 겨우 삼류대 나와서 간신히 취직해서 입에 풀칠하는 정도야. 내가 뭔데? 오빠한테 과분하다는 거야?”라며 눈물 짓는 그녀의 모습은 오매불망 일편단심을 잘 그려냈다. ’다른 이들이 연기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드는 것과 달리 문채원은 <아부해>에서 가장 빼어난 연기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아니 <혼>의 임주은이 사라진 지금, 수목드라마의 여주연과 조연 가운데서 가장 빼어난 연기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윤은혜는 일부러 윤상현을 띠어놓고 정일우를 만나러 가고, 윤상현이 예전에 일했던 나이트클럽 등에 가서 그의 상처를 후벼놓는다. ‘용서를 하고 싶은데, 용서가 되지 않는다’는 그녀의 말은 역설적으로 윤상현에 대한 그녀의 지극한 마음을 드러냈다.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자동차에 치일 뻔한 윤은혜를 윤상현이 잡아당기면서 엉겁결에 껴안으면서 두 사람의 애틋한 감정은 이제 서로가 알 수 있게 되었다.


네 남녀의 엇갈린 애정 관계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떠오른 지금, 짝사랑만 해온 문채원의 가슴 아픈 이별과정이 우선 기대된다. 아울러 정일우도 과연 어떻게 윤은혜를 놔줄지, 윤은혜와 윤상현은 어떻게 사랑을 꽃피울지 흥미진진하다. 그동안 코미디 연기에 다소 맞지 않았던 등장인물들은 정극인 멜로물로 바뀌면서 자신들의 장끼를 드러내는 형국이다. <아부해>의 매력은 어찌보면 지금이 시작이 아닌가 싶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