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TV비평

장르를 바꾼 임주환의 존재감! ‘오 나의 귀신님’

朱雀 2015. 8.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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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를 본 작품은 ‘탐나는도다’였다. 박규라는 독특한 이름의 그는 뼛속까지 양반이지만 동시에 허당기가 있는 귀여운 양반도령이었다. 그리고 얼마전 MBC에서 방영한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서 왕욱역으로 다시 한번 인상깊게 다가왔다.



고려 태조 왕건의 수많은 아들 중 한명인 그는 왕위에 대한 야망 가득한, 그러나 그 야망은  한 여자를 지키지 못한 자괴감에 비롯한 매우 독특한 인물이었다. 그가 연기한 왕욱은 선이라고 하기에도 악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그 중간쯤에 위치한 캐릭터였다.



그렇다! 바로 tvN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최성재 역으로 요즘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임주환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 ‘오 나의 귀신님’에 그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저 대책없이 착한 인물인 줄 알았다. 너무나 선한 인상에 누가 봐도 저절로 무장해제될 수 밖에 없는 매력적인 웃음의 소유자였다.







따라서 ‘오 나의 귀신님’에서 그의 비중은 너무나 작아보였다. 그러나 그가 서서히 악당으로서 본색을 드러나면서 ‘오 나의 귀신님’에는 긴장감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마침내 15화에서 나봉선을 납치하고 경찰과 강선우 일행에게 쫓겨다니는 최성재는 존재감이 폭발할 수 밖에 이르렀다!



‘오 나의 귀신님’는 기본적으로 로코물이다. 조정석과 박보영의 달달한 로맨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긴 하다. 그러나 모든 극에는 반드시 ‘긴장’이 조성되어야만 재미를 주는 법이다. ‘오 나의 귀신님’은 다른 드라마와 조금 다른 노선을 취했다.



바로 처녀귀신 신순애가 왜 죽었는지, 강선우 셰프의 동생인 강은희가 당한 뺑소니 사고는 누가 범인인지 등등. 그리고 서서히 그 범인으로 최성재가 의심되어가게 상황이 흘러갔다. 조금씩 아주 천천히. 마침내 15화에선 모든 비밀이 풀렸다. 최성재는 어린 시절 입양되었다가 파양된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성인이 된 최성재는 우연히 음주단속중에 예전에 자신을 한때 입양했던 양아버지를 만나고,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찾아갔었다. 그러나 그는 차마 실행에 옮기질 못했다-이런 그의 모습은 매우 인간적이면서 다른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악역과는 좀 다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하필이면 사고로 강은희를 치고 말았다. 이때만 해도 당황한 그의 모습은 보통 사람같았다.



그러나 사람이 다친 것을 알고 표정이 변하고, 그가 태연히 차를 몰고 강은희의 발목을 차로 밟고 지나가는 장면은 그 자체로 끔찍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필이면 신순애는 그 장면을 목격했고, 하필이면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경찰인) 최성재에게 먼저 알린 것이 그녀의 운명을 결정짓고 말았다.



분명히 '오 나의 귀신님'은 기본적으로 밝고 경쾌한 톤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건 최성재가 언제라도 본색을 드러내면 깨질 것 같은 위태로움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었다. 이게 말이 쉽지 그런 존재감을 주기란 쉽지 않은데, 임주환 몹시 어려운 이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그의 정체가 어느 정도 밝혀지기 전까지 최성재는 극의 흐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적은 출연분량밖에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실체가 알려지면서 눈빛만으로 시청자를 서늘하게 만드는 그의 연기내공은 그야말로 압권 그 자체였다!



15화에서 임주환은 선과 악에 걸쳐있는 최성재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그가 나봉선을 납치하고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자신이 자란 하늘보육원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자신처럼 힘든 삶을 살아가는 고아들을 위해 함께 놀아주고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얼핏 생각해보면 지금 정신없는 도망을 쳐야 할 최성재의 모습은 뜬금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는 악귀에게 씌였고, 그 기간이 너무나 오래되어서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그는 선한 인물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 고아로 자라고, 자신이 입양된 집에 아기가 태어나고 모두가 자신을 싸늘한 시선으로 쳐다보자, 아기에게 못된 마음을 품었다가 파양된 아픔을 지닌 인물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이 지내는 방엔 나봉선을 가둬두고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를 아연실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천사처럼 선한 미소를 짓고 힘들고 어려운 봉사를 하는 그가 자신의 방에서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 있다니. 아무리 드라마지만 소름끼치지 않는가?








최성재는 이전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악역이다. 평상시엔 너무나 착한 미소를 짓고 모든 이에게 친절한 인물이다. 그러나 막상 사고가 터지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일이 발생하면 차가운 인물로 변화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계획적이거나, 잔인한 범죄를 일으키는 사이코패스는 아니다. 악귀가 들어와서 언제라도 악당이 될 수 있지만, 모든 이들이 보는 앞에선 선하기 그지 없는 그의 모습은 묘한 느낌을 시청자에게 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마지막에 모든 것을 뉘우치고 스스로 몸을 던져서 생을 마감하는 그의 모습은 통쾌함보단 씁쓸함으로 다가왔다. 만약 그가 고아로 자라지 않았더라면, 만약 그가 좋은 곳에 입양되었더라면… 등의 상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는 평생동안 누구보다 선하게 삶을 살았을테니 말이다.



그리 많지 않은 출연분량에도 불구하고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어주고, 별다른 대사 없이 눈빛과 행동만으로 선과 악을 오가는 엄청난 연기내공을 보여주고, 특히 15화 마지막에서 모든 것을 뉘우치고 생을 마감하는 그의 모습은 대사 없이도 충분히 그의 눈빛과 표정연기로 안방극장에 전달되었다.



‘오 나의 귀신님’의 최대 수확중에 하나는 ‘임주환’이란 걸출한 연기자의 재발견이었다(식상하지만 이 말을 새삼 쓰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연기는 너무나 훌륭했다). 15화에서 최성재와 강선우 일행과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그야말로 드라마의 장르를 로코에서 스릴러로 바꾼 훌륭한 연출이었다! 제작진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무엇보다 사연 많은 최성재란 어려운 캐릭터를 연기한 임주환에게 더욱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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