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TV비평

꽤 충격적이었던 결말! ‘오 나의 귀신님’

朱雀 2015. 8.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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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를 보고 나서 조금 놀랐었다. 왜? 예상엔 악귀가 들린 최성재가 16화 중반쯤에 처단되고, 마지막화가 정리될 줄 알았다. 그런데 15화에서 최성재는 스스로 몸을 던지면서 결자해지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한회동안 무슨 이야기를 할까?’라고 궁금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16화에선 꽤 밀도있게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신순애의 아버지 신명호는 모든 진실을 알고 그만 혼절을 하고 말았다. 원래 간경화가 있던데다, 딸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을 당했으며, 하필이면 그 대상이 그동안 친절하게 자신을 대해준 최성재란 사실에 그만 미안함과 치밀어오르는 분노에 뇌출혈까지 일으키고 말았다.



신명호의 입장에선 아무런 죄없는 딸이 뺑소니 현장을 목격한 사실로 죽음을 맞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눈앞에 범인을 두고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고, 오히려 고마워하고 있었단 사실을 스스로 납득하기도 인정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신순애와 신명호의 만남은 부녀간의 이해와 용서를 보여준 16화의 명장면 중 하나였다! 어찌보면 식상할 수 있지만, 동시에 '산 자와 죽은 자'가 서로 만나서 이제까지의 한을 풀고 앞으로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아마 그는 삶의 의지를 잃었을 것이다. 그런데 신순애는 병원에 찾아왔고 하늘로 가려는 아버지의 앞길을 막았다. 그녀가 동생인 ‘경모가 장가가고, 손주까지 보고 천천히 오라’식의 대사는 정말 절절하기 그지 없었다.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고 이해하는 두 부녀의 모습은 너무나 애틋하고 눈물겨웠다. 



강선우가 나봉선을 위해 요리경연대회에 대신 서류를 접수시키고, 그녀가 그 대회에 3등을 해서 결국 유학을 가게 되는 부분 역시 조금 충격(?)적이었다! 아마 예전같았다면 나봉선은 유학을 자의로든 타의로든 포기하고 강선우의 곁을 지켰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봉선은 아직 젊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명의 요리사로서 유학은 꼭 한번은 거쳐야할 과정이다. 그녀가 당당한 한명의 인격체로서 강선우와 마주보기 위해선 그런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무엇보다 충격적인 장면은 강은희가 자신의 남편인 최성재를 찾아간 대목이었다! 비록 악귀가 씌운 상태라고 하지만 최성재는 자신에게서 두 다리를 앗아가고, 심지어 3년 동안 부부로 함께 한 인물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그런 남자를 치를 떨면서 증오하지 않을까?



물론 최성재에게 악귀가 씌었긴 했지만, 귀신을 보는 능력이 없는 일반적인 그녀가 그런 사실을 알리가 없고, 그런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더욱 증오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을 것 같다. 그런데 기억을 잃은 최성재를 보면서 안타까워하고 예전처럼 대하는 그녀를 보면서 그만 놀라고 말았다.





최성재가 살아있는 상황도 놀라웠지만, 그런 최성재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여전히 그를 좋아하는 강은희의 모습은 '최고의 반전'이었다! 자신에게 끔찍한 짓을 했고, 3년 동안이나 속이고 부부로 살아왔는데...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보통 사람의 생각과 마음으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은 있지만, 이를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강은희는 캐릭터 설명대로 '천사' 그 자체였다!




정말 드라마속 강은희는 생불 그 자체로 밖에 보이질 않았다. ‘오 나의 귀신님’은 마지막화에서 착한 결말을 맺었다. 그러나 그 내용의 의미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 강선우는 자신이 하던 썬 레스토랑을 수석 셰프에게 넘기고, 자신은 퓨전 한식 레스토랑을 열었다.



강선우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챙겨주지 못한 탓에 늘 밥 대신 라면을 입에 달고 살던 인물이다. 드라마속 그는 밥을 먹으면 속이 불편할 정도였다. 그런 강선우는 나봉선을 만나고 밥과 친해지기 시작했고, 이젠 ‘밥’을 주메뉴로 내민 레스토랑을 경영하게 되었다.



이는 그가 어머니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자신의 아팠던 과거를 받아들였다는 증거라 하겠다. 강선우가 인격적으로 성숙했음을 알리는 부분이다. 나봉선이 유학후 돌아와서 강선우와 함께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신명호의 가게에 와서 돕는 부분도 꽤 인상적이었다.




강선우와 나봉선이 드디어 첫날 밤(?)을 맞는 장면은 비록 대사로만 처리되었지만, 꽤나 (대사의) 수위(?)가 높았다. 아마도 많은 시청자들이 웃음을 지으면서 본 명장면(?)이 아니었을까?




나봉선에게 신순애는 단순히 귀신이 아니었다. 그녀는 나봉선이 온전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부여한 인물이다. 비록 신순애 때문에 위험한 고비도 있었지만, 그녀가 있었기에 늘 소극적이었던 나봉선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밝은 인물로 거듭났다.



아마 나봉선이 신명호의 가게에서 돕는 것은 아들인 신경모가 한명의 요리사로서 거듭날 때까지 한시적이리라. 현대극에서 드물게 ‘은혜갚음’ 나타난 대목이라 몹시 이색적이었다. ‘오 나의 귀신님’은 귀신이 등장한 만큼 ‘오늘의 삶에 충실하고 즐겨라’라는 다소 철학적인 그러나 무겁지 않은 메시지를 남겼다.



그러면서 동시에 등장인물 개개인의 인격적 성숙과 더불어 ‘용서와 화해’에 대해 묵직한 메시지를 남겼다. 드라마에서 자세한 내용일 펼쳐지지 않지만, 아직 살아있는 최성재를 용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리라. 그런데 누구보다 가장 큰 피해자인 강은희는 그를 남편으로서 계속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뿐인가? 오빠인 강선우도, 어머니인 조혜영도 이에 대해 별말을 하지 않았다. 아마도 강은희를 믿고 그녀의 선택을 존중해준 것이리라. 당연한 이야기지만 신명호와 신경모 부자도 그 사실을 알텐데도 별다른 언급이 없는 것은 용서를 선택한 것이리라.



최성재는 병원 치료가 끝나는대로 아마 오랫동안 ‘죄값’을 치루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기다려주는 강은희가 있기에 이전처럼 외롭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을까? ‘오 나의 귀신님’은 가볍지 않은 물음을 던졌다.



아울러 등장인물 거의 모두가 스스로 자립해서 내일을 향해 희망찬 발걸음을 내딛는 장면들은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분명히 드라마는 귀신이 등장하기 때문에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았다. 그러나 결말을 통해서 ‘오 나의 귀신님’은 우리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고 내일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로코드라마로서 이만큼 산뜻한 결말과 묵직한 메시지를 던져준 작품이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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