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떡볶이도 요리인가? 편견을 깨준 ‘백종원의 3대 천왕’

朱雀 2015. 9.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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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어제 ‘백종원의 3대 천왕’을 보면서 침을 꼴딱꼴딱 넘긴 분들도 많지만, 필자처럼 ‘떡볶이를 요리로 봐야하나?’라고 잠깐 고민한 이들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는 분들은 알지만 원래 간장으로 조리하던 궁중떡볶이가 우리가 아는 빨간색 떡볶이로 만들어진 역사는 채 100년이 되질 않는다.



부대찌개만큼이나 짧은 역사를 가진 음식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는 흔히 요리나 음식이라고 하면 뭔가 근사한 것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1화의 돼지불고기와 2화의 닭볶음탕은 그 자체로 식욕을 돋구기도 했지만 비주얼이 환상적이었다!




'손 많이 갈텐데'라면서 힘들었을 최승경 명인의 공을 백종원이 우회적으로 칭찬하자, 오히려 '재밌잖아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은 묘한 감동을 자아내게 했다. 




그런데 3화에선 무려 떡볶이가 등장했다. 처음엔 고개를 살짝 갸우뚱 거렸다. 필자가 아는 짧은 상식으론 떡볶이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쉬운 요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송을 보면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3대 천왕으로 뽑혀 나온 곳들은 모두 너무나 훌륭하기 이를 데 없었다!



부산 떡볶이 대표로 나온 김정수 명인은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무를 중탕으로 가열해서 무즙으로 떡볶이를 하는 놀라움을 선사했다. 무말랭이 같은 식감이 난다는데, 떡볶이는 또 어떤 맛이 날지 너무나 궁금했다. 그는 손님에게 저렴하지만 푸짐하고 주고 싶어서 재료를 고민했고, 그에 대한 해답으로 무를 들고 나온 것이었다.



원재료값이 그리 비싸지 않기에 넉넉하게 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능히 알 수 있는 집이었다. 다른 집도 마찬가지였다! 29년째 맛의 자부심을 지키고 있는 마포 떡볶이의 박영자 명인은 ‘변하지 않는 맛’을 보여주었다.






엄마의 정성으로 만드는 최승경 명인 역시 훌륭했다. 다른 집과 달리 쌀떡볶이를 쓰는 그녀는 쫄깃한 식감을 위해 두번이나 판을 바뀌는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게다가 튀김역시 손님이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즉시 튀겨내는 모습에선 ‘맛’을 위해 얼마나 정성을 드리는지 알 수 있었다.



‘떡볶이가 뭐라고?’라는 방송을 보는 내내 절로 나왔다. 명인들은 손님들이 더 맛있는 떡을 먹게 하기 위해 당일날 나온 떡을 모두들 썼다. 당일 나온 떡은 썰기 힘든데도 각자 힘들게 썰면서 떡볶이를 만들어냈다. 김정수 명인의 우승에 박수를 보냈지만, 결과적으로 세 명의 명인 모두에게 박수와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요리에 비해 떡볶이는 가격도 워낙 저렴하고 10대에게 특히 인기가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우리가 ‘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방송에 소개된 세 명인은 떡볶이 하나를 위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최선을 다했으며, 그 어떤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백종원은 ‘아는 만큼 맛있다’라는 말을 이전에 했었다. 명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떡을 썰고, 튀김을 튀기고, 순대를 자르고, 핫도그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달인’이 무엇인지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서 방송에 나온 명인들은 오히려 방송에 감사해했다.



그러나 백종원을 비롯한 MC들과 시청자인 내가 감사할 지경이었다. 자신의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만을 생각하며 묵묵히 외길인생을 걸어온 그분들에겐 찬사가 아깝지 않았다. 그동안 길거리에서 흔하게 먹을 수 있어서 다소 쉽게 봤던 떡볶이를 새삼 다시 보게 만든 방송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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