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인간 서장훈을 만나다! ‘힐링캠프’

朱雀 2015. 9. 2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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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힐링캠프’를 보게 되었다. 500명의 관객들과 함께 하는 ‘힐링캠프’의 변화된 모습은 그래서 다소 낯설게 들어왔다. 무엇보다 서장훈이 초대손님이라 별로 기대되지 않았다. 물론 그는 ‘무한도전’을 비롯한 예능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그가 ‘사남일녀’에서 의외로 섬세하고 깔끔한 모습을 보여줘서 놀라웠고, 그러면서도 다정다감한 면을 보여줘서 어느새 호감으로 다가오긴 했다. 그러나 그는 시종일관 진지한 편이고, 아무래도 2미터가 넘는 키 때문에 다소 위압적인(?) 느낌을 받는 편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김제동이 그의 약점(?)들을 공략하고, 그가 씨스타의 팬임을 인정하며 춤까지 추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했다. 그러나 시간이 점점 흘러가면서 서장훈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게 되었다. 우리가 기억하는 선수시절의 서장훈은 공격적인 플레이와 심판에게 항의하는 모습들이었다.



따라서 현재의 그와 달리 예전의 그는 비호감에 가까웠다. 그러나 서장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다. 누구보다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준 탓에 그는 항상 ‘무찔러야 할 대상’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상대편의 파울은 그냥 넘어가는 상황에서) 억울한 마음에 화를 내고 공격적인 언사를 하는 탓에 선입견과 편견은 더더욱 두터워지고 말았다.



그는 13,231점을 넣은 말그대로 ‘레전드’ 선수이다. 그러나 서장훈의 고백처럼 그는 대기록만큼 대중에게 사랑받는 선수였을까? 서장훈은 20여년동안 뛴 농구선수시절보다 몇년되지 않는 방송인인 현재 대중들에게 사랑과 지지를 받아서 한편으로 허무하고, 한편으론 행복하다고 했다.





허무하고 짠한 것은 당연하다. 20여년간 죽을 힘을 다해 농구를 했는데, 그때보다 지금이 더 사랑받고 인정받으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그런데 그런게 인생아니겠는가? 서장훈은 평상시 ‘자신은 연예인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러나 거기에 그 나름대로의 진정성이 있었다. 그는 농구선수를 은퇴한 이후 진로를 고민하다가, 평상시 알고 지내던 지인들의 소개로 하나둘 프로그램에 나가게 되었고, 반응이 좋아서 계속 출연하게 되었단다. 따라서 만약 자기를 찾는 이들이 없고, 나갈 프로가 없게 되면? 흔쾌한 마음으로 다른 진로를 찾겠노라고.



평생 농구에 전념했던 한 사내의 진정성 어린 이야기이였다. 그가 20여년 동안 농구를 하면서 즐기지 못했다고 고백하는 부분은 충격이었다! 그가 징크스를 갖게 된 이유도 보다 나은 경기를 갖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찡해졌다.






방송 초반만 해도 그가 한시간씩이나 샤워를 하고, 거의 병적으로 집안의 모든 물품을 정리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것이 보다 나은 경기를 위한 집착이란 사실을 알고 나니.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



방송 말미에 서장훈 역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었구나’라는 사실에 그저 놀라웠다. 인간은 누구나 다른 이의 관심과 사랑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그걸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40대에 접어든 서장훈은 담담하게 그걸 받아들인다. 



서장훈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절로 안타깝고 부끄러워졌다. 농구를 향해 모든 것을 바쳤고, 전설적인 기록을 남긴 그가 본인이 느낄 만큼 사랑과 존중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리고 공중파 방송에서 자신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그의 모습이 그저 놀라웠다. 자신의 민감한 부분을 내보이기란 쉽지 않다. 



물론 그걸 보여준 덕분에 우린 ‘인간 서장훈’을 다시 보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서장훈에게 열광하는 것은 그가 지내온 지난 세월이 무의미해서가 아니라, 그것들이 쌓여서 이제야 개화가 된것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그가 비록 농구선수 시절에는 승부때문에 즐기지 못했지만, 방송을 하는 지금의 생활은 모쪼록 즐길 수 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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